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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 금리 또 인하…은행 'DLS 공포' 증폭


입력 2019.09.18 06:00 수정 2019.09.17 21:24        부광우 기자

기존 마이너스 금리 더 낮춘 -0.5%…통화정책 완화 가속

채권 수익률 악영향 요인…관련 파생상품 손실 확대 우려

기존 마이너스 금리 더 낮춘 -0.5%…통화정책 완화 가속
채권 수익률 악영향 요인…관련 파생상품 손실 확대 우려


유럽중앙은행이 이미 마이너스였던 금리를 더 낮추기로 하면서 국내 은행들을 강타한 파생결합증권 공포가 다시 커지고 있다.ⓒ게티이미지뱅크 유럽중앙은행이 이미 마이너스였던 금리를 더 낮추기로 하면서 국내 은행들을 강타한 파생결합증권 공포가 다시 커지고 있다.ⓒ게티이미지뱅크

유럽중앙은행(ECB)이 이미 마이너스였던 금리를 더 낮추기로 하면서 국내 은행들을 강타한 파생결합증권(DLS) 공포가 다시 커지고 있다. ECB의 금리 인하에 유로존 주요국 채권 금리가 발목을 잡힐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에 기반 한 DLS 상품들의 수익률에도 역풍이 불 것으로 예상되는 탓이다. 최근 독일 채권 금리가 회복되며 기대를 품던 고객과 은행들은 새로운 악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ECB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이번 달 통화정책회의에서 예금금리를 현행 -0.4%에서 -0.5%로 10베이시스포인트(1bp=0.01%포인트) 인하하기로 의결했다. 이는 기존에도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돈을 맡기면 이자를 받는 게 아니라 오히려 예치금을 내야 했는데, 그 액수를 더 늘리겠다는 뜻이다.

ECB가 금리를 인하한 것은 2016년 3월 이후 3년 6개월 만이다. 다만 기준금리와 한계대출금리는 각각 현행 수준인 0%, 0.25%로 동결하기로 했다. 아울러 ECB는 올해 11월부터 월 200억 유로(약 26조2000억원) 규모의 자산 매입을 재개하겠다고 전했다.

이는 ECB가 시중에 본격적으로 돈을 풀겠다는 제스처다. 유로존 주요 국가들 경기 둔화가 뚜렷해지고 낮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되자, 경기 하강에 맞서기 위해 본격적인 완화적 통화정책을 벌이겠다는 얘기다. 결정에 앞서 양적완화에 부정적인 일부 매파 ECB 정책자들이 추가 대응이 불필요하다는 주장을 했지만, 그 만큼 경제 침체 우려가 컸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는 통상 채권 금리를 끌어 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장기적 영향이 얼마나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ECB의 금리 조정 결정 이후 독일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8bp 가량 떨어진 -0.64%로 하락하는 등 곧바로 유럽 채권 시장은 영향을 받는 모습이었다.

이처럼 채권 금리가 요동칠 경우 최근 불거진 은행들의 DLS 사태는 더욱 상황이 악화할 공산이 크다. 최근 투자자들의 손실 우려가 커지며 논란이 되고 있는 상품은 독일과 영국 등의 채권 금리와 연계된 DLS다. DLS는 이 같은 이자율이나 환율 등의 변동과 연계해 만기 지급액이 정해지는 파생상품인데, 이들 국가의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금리가 예상과 달리 급락하자 약정대로 원금손실 구간에 진입한 것이다.

여기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독일 10년물 채권금리에 연동한 DLS다. 해당 금리가 -0.2% 이상을 유지하면 연 3~5%의 수익을 지급하지만, 이보다 낮아지면 0.1%포인트 초과 하락마다 원금의 20%씩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다. 그런데 독일 10년물 채권금리가 추락하면서 관련 DLS에 투자한 고객들은 원금의 절반 이상을 잃게 될 위기에 놓여 있다.

특히 이번 달부터 우리은행을 시작으로 은행들이 판매한 독일 국채 DLS의 만기가 속속 도래한다. 대규모 손실이 현실화한다는 의미다. 금융사들이 판매한 주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 판매 잔액은 8224억원에 달한다. 그 중에서도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보유량이 각각 4012억원과 3876억원 등 총 7888억원으로 95.9%를 차지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자 금융당국도 본격적인 조사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달 DLS의 주요 판매 창구인 우리·하나은행을 비롯해 관련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에 대한 합동검사를 벌였다. 금감원의 검사 대상은 10년물 독일 국채 금리나 영국·미국 이자율스와프 금리와 연계된 DLS에 투자한 사모펀드들이다.

그나마 독일 국채 금리가 다소 회복세를 나타내며 -0.4%대 중반까지 올랐다는 점은 다행스러운 대목이다. 하지만 여전히 만기가 임박한 DLS들이 손실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여건에서 단행된 ECB의 금리 인하와 이로 인한 채권 수익률 추가 하락 우려는 DLS 고객은 물론 은행에게도 고민을 안길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유럽 주요국들의 채권 수익률이 역사적 저점에 도달한 상황이라 중앙은행 금리 인하가 채권 금리를 낮추는 기계적 영향이 어느 정도로 실현될지 섣불리 예단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단 ECB가 통화정책 완화 기조를 분명히 하면서 관련국 채권 수익률이 하방 압력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에 연계된 파생상품 수익률에 당장 극적인 반전이 이뤄지긴 어려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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