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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준, 당한 한국인 입장은 생각 안 하나


입력 2019.09.18 08:00 수정 2019.09.18 07:23        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의 이슈분석> 유승준은 가해자 한국인은 피해자…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정서가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재근의 이슈분석> 유승준은 가해자 한국인은 피해자…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정서가 될 때까지 기다려야

ⓒ데일리안 ⓒ데일리안

유승준(스티브 유)가 여러 억울한 부분들에 대해 해명했다. 과거 인터넷 사과 방송 당시 욕설은 스태프가 한 것이라고 했다. 당시에도 스태프 욕설이라고 추정이 됐었다. 그런데도 일부 누리꾼들은 유승준이 욕설했다며 비난을 이어갔다. 사실관계까지 무시하면서 무조건 공격하는 것은 너무 지나쳤다.

과거에 법무부나 병무청의 홍보대사 활동을 한 적이 없고, 입대 시 특혜를 약속 받지 않았으며, 자신 때문에 불이익을 받은 공무원이 없다고도 해명했다. 그리고 재외동포 비자(F-4)로 들어오려는 것이 한국에서 돈을 벌거나, 미국 당국에 세금을 적게 낼 목적이라는 소문에 대해서도 전혀 그럴 의도가 없다고 해명했다.

이런 부분들에 대해선 엄밀하게 사실관계 확인이 이루어져야 한다. 유승준 사건에서 황당한 것은 유승준과 관련된 괴담을 멀쩡한 대형매체들이 퍼뜨린다는 점이다. 유승준이 아무리 과거에 잘못을 저질렀고 국민적 공분의 대상이라고 해도 그에 대해 아무 말이나 해도 되는 건 아니다.

많은 매체에서 유승준이 과거에 국방부로부터 특혜를 약속 받았다거나 공무원이 불이익을 받았다거나, 그밖에 여러 가지 보도를 내놨는데 그중 일부가 사실이 아니라는 주장이 나온다. 유승준도 그 부분에 대해 억울함을 토로한 것으로 보인다. 지상파 탐사보도 프로그램의 집중 보도 내용마저 사실관계 확인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이니 확실히 유승준 관련 보도가 무분별하게 이루어진 점은 있어 보인다.

세금 논란도 무분별 보도 사례라는 의심을 받는다. 유승준이 한국에 오려는 이유가 미국 당국에 세금을 적게 내려는 의도라는 내용이다. 유승준이 아예 한국인으로 국적을 바꾸는 것이 아닌 이상, 미국인 스티브 유가 한국을 방문하건 방문하지 않건 미국당국에 내는 세금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많은 매체들이 유승준의 방한 시도를 세금과 결부시켜 여러 차례 보도했다. 이런 식으로 무조건 부정적인 내용만 보도하면서 대중정서에 영합하는 것은 책임 있는 언론의 태도가 아니다. 아무리 대중의 공적이라 해도 보도는 엄밀해야 한다. 유승준의 태도에 대한 찬반과 별개로, 우리 공론장의 건전성을 위해선 보도와 논의의 합리성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런 해명들이 전혀 공감을 얻지 못하는 분위기다. 유승준은 자신이 한국을 방문하려는 이유가 순수하게 그립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국에서 태어났고 한국을 사랑하고 뿌리와 정체성이 한국인인 사람으로서 오랫동안 한국 땅을 밟을 수 없는 현실이 힘들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은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유승준은 입대하겠다는 약속을 저버리고 한국을 버렸다. 외국인이 됐기 때문에 국내에서 처벌도 받지 않고 해외에서 잘 살았다. 한국은 그런 유승준에게 외국에서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살아도 좋으니, 다만 한국에만은 오지 말라고 했다. 유승준에게 배신당한 한국인에 대한 2차 가해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유승준은 기어이 한국인의 뜻을 꺾고 한국방문을 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에 가고 싶다는 자기 기분만 중시하면서,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한국인의 정서는 무시하는 듯한 모습이다. 이런 태도로 용서 받을 수 있을까? 이러니 유승준에 대한 여론이 더 악화되면서 부정적인 소문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이러면 유승준이 아무리 해명하면서 자신의 진정성을 믿어달라고 해도 한국인은 의심의 시선을 거두지 않을 것이다. 이번 해명이 공감을 얻지 못하는 이유다.

유승준의 말이 모두 진실인지에 대해서도 여전히 의문점이 있다. 38세 이후에 방한시도를 하는 것이 병역의무가 끝났기 때문이라는 의혹에 유승준은 그런 시기 계산을 할 여력이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행이라는 극히 민감한 사안을 추진하면서 그런 핵심 이슈에 대해 검토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믿을 수 있을까? 자기 입으로 입대하겠다고 한 적이 없다는 해명도 사실을 호도하며 변명한다는 인상을 줬다.

이러니 총체적 의심이 사라지지 않는다. 미국인이 왜 이렇게까지 하면서 우격다짐식으로 한국에 진입하려고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유승준은 가해자고 한국인은 피해자다. 피해자에게 자신을 받아들여달라고 강요할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정서가 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가해자로서 갖춰야 할 최소한의 양식이다. 지금처럼 유승준이 목소리를 높일수록 한국인이 그를 받아들일 시기는 늦춰질 것이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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