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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백신 1만원 저가경쟁…제살깎이 출혈에 병원만 이득


입력 2019.09.19 06:00 수정 2019.09.19 06:09        이은정 기자

시장 선점 위해 만원대 이하 공급가 제시하기도

백신 개발 기업들 헐값에 넘겨도 소비자들은 비싼가격에

시장 선점 위해 만원대 이하 공급가 제시하기도
백신 개발 기업들 헐값에 넘겨도 소비자들은 비싼가격에


독감(인플루엔자) 백신 시장이 올해도 과열경쟁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독감(인플루엔자) 백신 시장이 올해도 과열경쟁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독감(인플루엔자) 백신 시장이 올해도 과열경쟁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시장을 선점하려는 업체들의 저가 경쟁이 심해지면서 결국 이득을 보는 것은 병원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3가 독감백신은 독감을 일으키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A형 바이러스(H1N1·H3N2) 2종, B형 바이러스 1종을 예방할 수 있다. 4가 독감백신은 한 번 접종으로 A형 2종과 B형 2종(야마가타·빅토리아) 등 4종을 예방한다. 3가 독감백신은 국가필수예방접종(NIP)이기 때문에 만 6개월부터 12세 어린이, 임신부, 만 65세 이상 노인은 무료로 맞을 수 있다.

독감백신 중에서도 4가 독감백신 경쟁이 치열하다. 3가 독감백신은 NIP용으로 질병관리본부를 통해 공급되고 있지만, 4가 독감백신은 제조사가 의료기관에 직접 공급하다보니 업체간 가격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백신은 매년 예방하는 바이러스 균주가 달라지기 때문에 생산한 해에 팔지 못하면 모두 폐기해야 한다. 이 때문에 업체들이 손해를 보더라도 물량을 남기지 않고 낮은 가격에 팔아치우려는 것이다.

가격 경쟁이 심해지다보니 1만5000원 수준이던 4가 독감백신의 개당 공급가는 지난해 1만원대 이하로 가격이 무너지기도 했다. 최근 서울의료원 및 서울시 산하의료기관 독감 백신 입찰에서 단가총액 입찰에 따라 4가 독감백신이 1만원대에 낙찰된 것으로 알려졌다.

생산시설과 연구개발비를 들여 4가 독감백신 개발에 성공한 국내 제약사들은 터무니없는 공급가로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병원 입장에선 이득이다. 비급여 항목인 4가 독감백신은 병·의원이 가격을 마음대로 정할 수 있어서다. 공급 업체들의 저가 경쟁이 소비자들에게는 무의미한 가격 낮추기인 셈이다.

다소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4가 독감백신의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질병관리본부 독감백신 국가출하승인 현황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4가 독감백신 출하량이 3가 독감백신을 앞질렀다. 지난해 8월 기준 3가 독감백신은 1000만명 분으로 2017년보다 200만명 분이 감소했으나 4가 독감백신은 1200만명 분으로 30만명 분이 늘어났다.

특히 영유아는 B형 바이러스로 인한 증상 심각도가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고, 집단생활로 인해 전파 우려가 높아 4가 독감백신 수요가 더 늘어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4가 독감백신 접종을 권장하고 있다.

현재 4가 독감백신을 국가필수예방접종에 포함하는 안이 국회에서 심의 중이다. 오는 12월 승인 여부가 결정되면 내년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4가 독감백신이 NIP에 포함되면 소비자 부담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4가 독감백신 가격은 2~4만원대다.

업계 관계자는 “4가 독감백신을 자체 개발한 회사는 투자한 것이 있기 때문에 저가 경쟁에 손해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4가 독감백신이 내년부터 NIP에 포함될 경우 정부 입찰 가격이 올해 공급가를 기준으로 선정되는 만큼 적극적으로 저가 전략을 구사하기도 난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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