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기자의 눈] 한국GM 노조, 군산공장 폐쇄로는 부족한가


입력 2019.09.23 07:00 수정 2019.09.22 20:42        박영국 기자

자사 차량 불매운동에 국민 여론 '싸늘'

GM 본사 구조조정 움직임도 경계해야

자사 차량 불매운동에 국민 여론 '싸늘'
GM 본사 구조조정 움직임도 경계해야


한국GM 부평공장에서 머리에 띠를 두른 직원이 걸어가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한국GM 부평공장에서 머리에 띠를 두른 직원이 걸어가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한국GM 노조의 자사 차량 불매 운동을 지지한다. 빨리 문 닫으라”, “한국GM은 공장 폐쇄 하고 한국 철수해야 한다. 그게 정답이다”, “한국GM은 안 그래도 미국 가고 싶어 안달인데 노조가 구실 만들어 주나”, “모두 깡통 차고 길거리 나 앉을 준비해라.”

지난 20일. 한국GM 노동조합이 트래버스와 콜로라도 등 제너럴모터스(GM) 본사로부터 수입해 판매하는 자사 차종에 대해 불매운동을 벌인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주요 포털사이트 및 SNS에는 노조를 성토하는 글이 수없이 올라왔다. 굳이 찬반 비율을 따질 필요가 없을 정도다. 아무리 뒤져봐도 노조 입장을 옹호하는 글은 찾기 힘들었으니.

우리 국민이 우리나라에서 고용과 경제적 가치 창출에 기여하는 외국계 기업을 향해 ‘문을 닫으라’, ‘철수하라’ 하는 것은 분명 정상적인 상황은 아닐 것이다. 이런 비정상적인 여론이 형성되는 건 해당 기업에서 돈을 받고 일하는 직원들이 기업 이익에 반하는 일을 벌이는, 더욱 비정상적인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노조는 사측이 적자 누적에 따른 경영난을 이유로 기본급·호봉 동결, 성과급·일시금 지급 불가 등을 제시하자 파업과 함께 불매운동 카드를 내놓았다.

노조 입장에서 임금을 동결하고 성과급은 한 푼도 줄 수 없다는 사측의 제안이 달가울 리 없다. 하지만 수년간 쌓인 적자를 견디다 못해 외부 자금, 특히 혈세까지 지원받아 기사회생한 회사가 또 다시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임금을 올려주고 성과급을 퍼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경영진이 경영을 잘못해 실적이 악화됐는데 왜 묵묵히 일한 근로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느냐’는 주장은 유아적인 발상이요, 귀족노조의 전형적인 태도다.

한국GM보다 작은 회사에 다니는 수많은 사람들은 회사의 경영이 악화되면 임금이 깎이거나, 월급이 밀리거나, 쫓겨나거나, 아예 일터가 사라져버린다. 대다수의 국민들이 그런 삶을 감수하며 살고 있는데 국민 세금이 들어간 국책은행의 지원으로 살아난 회사의 근로자들이 ‘경영 악화는 모르겠고 임금은 올려 받아야겠다’는 태도로 나오니 ‘문을 닫으라’, ‘철수하라’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GM 본사로부터 수입해 판매하는 차종에 대해 불매운동을 벌인다는 것은 더더욱 기가 찬 발상이다. 물건을 만들어 팔건 떼다 팔건 회사에 매출과 수익을 안겨 주면 근로자들의 임금을 높이고 고용을 보장하는 데 도움이 될 텐데 그걸 방해하겠다니 상식에서 한참 벗어난 일이다.

더구나 트래버스와 콜로라도는 이제 막 출시돼 초기 신차효과를 극대화해야 하는 차종이다. 시작부터 불매운동으로 이미지가 악화될 경우 회복할 수 없는 타격을 입는다.

‘한국에서 파는 차니 한국에서 생산하라’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건 한국GM 노조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한국GM은 내수판매의 5배에 달하는 물량을 수출한다. ‘현지생산, 현지판매’가 원칙이라면 한국GM은 생산라인 상당수를 폐쇄해야 한다.

판매물량 감소와 자동차 산업 트렌드 변화에 따른 GM의 구조조정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한국에 신차 2종 투입을 약속했다고 하지만 한국GM의 비용 경쟁력과 공급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이 들 경우 기존 한국에 배정됐던 트랙스와 스파크는 언제든 멕시코나 인도 등 다른 공장으로 옮길 수 있다.

야속하다고 욕할 일도 아니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자. 한국 기업의 해외법인 근로자들이 잦은 파업으로 생산차질을 유발하고, 나아가 해당 기업의 제품 불매운동을 벌인다면 우리나라에서는 ‘당장 철수하라’는 소리가 나올 것이다. 미국 GM에서 한국을 보는 시각 역시 다르지 않다.

자신의 몸에 해를 입혀가며 무엇인가를 얻어내려는 행위를 ‘자해공갈’이라고 한다. 얻어낼 게 없으면 그냥 ‘자해’가 된다. 한국GM 노조의 행태는 후자에 가깝다.

한국GM은 이미 지난해 군산공장 폐쇄라는 아픔을 겪었다. 더 큰 고통을 겪기 싫다면 소득 없는 자해 행위를 당장 멈춰야 한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