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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비 우국지사' 볼턴의 리비아모델 어디로가나


입력 2019.09.22 04:00 수정 2019.09.22 07:16        이배운 기자

트럼프 "리비아 모델, 상황 심하게 지연시켜…새로운 방법이 좋을지도"

北 "리비아와 우리 비교는 아둔해…사이비우국지사 말 따르면 안돼"

완화된 비핵화 로드맵 테이블 오를듯…'과거의 실수' 반복 우려도

트럼프 "리비아 모델, 상황 심하게 지연시켜…새로운 방법이 좋을지도"
北 "리비아와 우리 비교는 아둔해…사이비우국지사 말 따르면 안돼"
완화된 비핵화 로드맵 테이블 오를듯…'과거의 실수' 반복 우려도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워싱턴 포스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워싱턴 포스트

트럼프 "리비아 모델, 상황 심하게 지연시켜…새로운 방법이 좋을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미협상 당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이 '리비아 모델'을 언급한 탓에 상황이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볼턴 보좌관 경질 이후 두 사람의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그동안 미국이 견지해온 '선 비핵화 후 보상' 핵폐기 로드맵에 변동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볼턴 전 보좌관이 자신의 대북정책을 '실패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고 비판한 것에 대해 "그렇게 말하긴 쉽다"고 지적하면서 "그가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지만,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시간만이 말해줄 것"이라고 20일 (현지시각)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볼턴이 리비아 모델을 언급하면서 상황을 매우 심하게 지연시켰다"며 "그가 과거에 얼마나 서툴게 일했는지 살펴봐야 한다, 그리고 어쩌면 '새로운 방법'이 아주 좋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왼쪽 두 번째)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왼쪽 네 번째) 등 트럼프 행정부 각료들이 지난 6월 북미정상회담 만찬에 참석하고 있다. ⓒCNN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왼쪽 두 번째)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왼쪽 네 번째) 등 트럼프 행정부 각료들이 지난 6월 북미정상회담 만찬에 참석하고 있다. ⓒCNN

北 "리비아와 우리 비교는 아둔해…사이비우국지사 말 따르면 안돼"

그동안 볼턴 전 보좌관은 북한의 모든 핵무기를 폐기해 미국에 가져다 두고 후에 보상하는 리비아식 핵 폐기 방식을 주장해왔다. 성공적인 비핵화 사례로 꼽히는 '리비아 모델'을 북한에도 적용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북한은 리비아와 달리 매우 고도화된 핵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어 완전한 핵폐기 까지 상당한 시간 소요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리비아는 핵 물질을 생산하기도 전인 초기단계에 핵 프로그램 포기를 선언했지만 핵폐기를 마무리하기까지 총 22개월이 걸렸다.

반면 북한은 1990년대 초반부터 핵 물질을 생산하기 시작했고, 6차례의 핵실험과 수차례 미사일 발사를 통해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바 있다. 완전한 핵 폐기가 이뤄지고 보상이 제공되기 까지 10년 이상이 걸릴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경제 회복이 다급한 김 위원장은 이같은 방안에 응하기 어려운 입장이다.

실제로 지난해 4월 볼턴 보좌관이 리비아 모델을 거론하자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핵개발의 초기단계에 있던 리비아를 핵보유국인 우리 국가와 대비하는 것 자체가 아둔하기 짝이 없다"며 "리비아 핵포기방식이요 하는 '사이비 우국지사'들의 말을 따른다면 조미 관계전망이 어떻게 되리라는 것은 불 보듯 명백하다"고 맹비난해 대화 분위기가 얼어붙기도 했다.

아울러 지난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 보좌관의 뜻에 따라 핵폐기 로드맵으로 사실상 리비아 모델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이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서 회담이 결렬됐다는 분석이 나오는 부분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을 진행하고 있다. (자료사진)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을 진행하고 있다. (자료사진) ⓒ조선중앙통신

완화된 비핵화 로드맵 테이블 오를듯…'과거의 실수' 반복 우려도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리비아 모델에 비판적인 입장을 내비춘 만큼 다가올 북미협상에서는 선 비핵화 후 보상을 전제로 한 '일괄타결식 빅딜' 대신 한층 완화된 핵폐기 조건이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9일 북한이 요구한 '새로운 계산법'과 부합할 경우 협상은 급진전을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20일 북미 실무협상의 북측 수석대표로 알려진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리비아 모델을 대체할 '새로운 방법'을 언급한 것에 대해 "나는 미국 측이 이제 진행되게 될 조미협상에 제대로 된 계산법을 가지고 나오리라고 기대하며 그 결과에 대하여 낙관하고 싶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미국이 빅딜 원칙을 무른 탓에 이른바 '과거의 실수'가 또 다시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북한은 지난 25년간 국제사회와 핵 동결 합의를 맺었다가 보상만 챙긴 뒤 다시 핵실험을 강행하는 행위를 반복하면서 지금의 핵무력을 완성한 전례가 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이같은 가능성을 차단하는데 주력해 왔지만 이제는 그 역할이 사라졌다는 지적이다.

1차적으로 핵 동결 합의를 맺으면 완전한 핵폐기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 조치를 내놓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제재완화를 보장하면 다음단계의 비핵화 협상을 이어갈 동력이 사라진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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