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오너십] 최태원 SK 회장, '사회적 가치'에서 신성장 동력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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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편집시간 : 2019년 10월 18일 06:06:49
    [진화하는 오너십] 최태원 SK 회장, '사회적 가치'에서 신성장 동력 모색
    외부 우려·내부 반발 딛고 '더블보텀라인 경영' 정착
    착하게 돈 벌기…신규 사업 전략이자 새로운 마케팅 전략
    사회적 가치 측정 시스템 구축…국내외 기관·기업 참여 잇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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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 2019-09-23 06:00
    박영국 기자(24pyk@dailian.co.kr)
    외부 우려·내부 반발 딛고 '더블보텀라인 경영' 정착
    착하게 돈 벌기…신규 사업 전략이자 새로운 마케팅 전략
    사회적 가치 측정 시스템 구축…국내외 기관·기업 참여 잇달아


    ▲ 최태원 SK회장이 2018년 4월 9일 중국 하이난다오 BFA호텔에서 열린 보아오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다.ⓒSK그룹

    2015년 광복절 특사와 함께 경영에 복귀한 최태원 SK 회장의 행보는 재계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옥중 저서 ‘새로운 모색, 사회적기업’이 출간됐을 때만 해도 ‘이론’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던 ‘사회적 가치’ 개념을 실제 경영에 적극적으로 도입했기 때문이다.

    사실 최 회장이 사회적 가치를 화두로 던진 초기만 해도 이 개념은 애매모호했다. 기업들이 흔히들 하는 ‘보여주기식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이라는 시각도 있었다. SK가 자선단체가 아닌 이상 사회공헌을 최우선으로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저러다 말겠지’라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도입 초기 "하던 대로 하라" 반발…지금은 SK 대표 경영이념

    SK그룹 내부적으로 반발도 심했다. “지금 하는 것도 어려워 죽겠는데 왜 자꾸 어려운 걸 시키냐”, “무슨 소린지 못 알아듣겠다”, “부화뇌동하지 말고 하던 대로 하라.” 최태원 회장은 지난 7월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본인이 사회적 가치 경영을 내놓았을 때 그룹 내부의 반발 분위기를 이렇게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 회장은 ‘사회적 가치’ 경영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그룹 확대경영회의나 포럼 등예서 경영진 및 임직원들에게 계속해서 사회적 가치 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핵심성과지표(KPI)에 사회적 가치 비중을 50%까지 반영했다. 그룹 지주회사인 SK(주)는 ‘사회적 가치 창출’을 반영해 회사 정관을 변경하기까지 했다.

    최 회장의 뚝심과 임직원들의 적응 노력으로 사회적 가치는 이제 SK그룹과 각 계열사들에 뿌리를 내렸고, 사회적 가치는 SK와 떼놓고 생각할 수 없는 용어가 됐다.

    SK그룹은 나아가 사회적 가치 경영의 성과를 구체화하기 위해 ‘사회적 가치 측정 시스템’을 구축했다. ‘측정할 수 있어야 관리가 가능하고, 진화·발전도 가능하다’는 최 회장의 지론에 따른 것이다.

    이를 통해 SK그룹 계열사들은 영업이익 등 기업이 창출한 경제적 가치를 재무제표에 표기하듯 같은 기간의 사회적 가치 창출 결과를 화폐로 환산해 관리하고 있다.

    구체적인 측정 시스템을 구축에 따라 다소 막연했던 사회적 가치의 개념도 좀 더 구체화됐다.

    평가 지표는 경제간접 기여성과, 비즈니스 사회성과, 사회공헌 사회성과 등으로 나뉜다. 세부적으로 경제간접 기여성과의 측정 항목은 고용, 배당, 납세 등이다. 비즈니스 사회성과는 환경, 사회, 거버넌스 부문을 측정한다. 사회공헌 사회성과의 측정 항목은 기업의 사회적책임(CSR) 프로그램, 기부, 구성원들의 자원봉사 관련 실적을 측정한다.

    ▲ 최태원 SK회장(앞줄 왼쪽 5번째)과 사회적가치연구원 구성원들이 7월 30일 서울 한남동 사무실에서 이전 개원식을 마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SK그룹

    ◆"단순 사회공헌 아냐"…경제적 가치·사회적 가치 동시 추구

    사회적 가치를 중시한다고 해서 기업 영속성의 바탕이 되는 경제적 가치 창출을 도외시하는 것은 아니다. SK그룹의 핵심 경영철학은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더블보텀라인(DBL)경영’이다.

    SK 관계자는 “사회적 가치 창출 노력은 기업 본연의 비즈니스 활동과 별개가 아니다”라며 “더 많은 사회적 가치를 만들기 위해 비즈니스와 관련된 사회문제를 파악하고, 이를 비즈니스 모델 혁신 기회로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회적 가치 추구 경영이 일반적인 사회공헌과 차별화되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SV(Social Value, 사회적 가치)위원장은 지난 5월 본사에서 사회적 가치 측정 설명회에서 “SV는 쉽게 말해 ‘착하게 돈 벌기’라고 할 수 있다”며 “사회적 가치가 사회공헌의 한 종류가 아니냐는 얘기가 있는데 SK그룹에 있어 SV는 신규 사업 전략이자 새로운 마케팅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기업이고, 주주들과 구성원들을 위해 성장하고 안정돼야 한다”면서 “기업마다 신규사업 투자의 기준이 되는 원칙이 있을 텐데 우리는 SV를 고려한 신규사업을 많이 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최태원 SK회장이 19일 저녁(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개최된 'SK Night(SK의 밤)' 행사에서 사회적 가치를 통한 파트너십의 확장을 주제로 인사말을 하고 있다.ⓒSK그룹

    ◆국내외에 사회적 가치 전파…글로벌 파트너링에도 긍정 효과

    사회적 가치는 비단 SK그룹 내의 변화를 불러오는 데 그치지 않는다. 국내외에서 강연에 나서거나 유력 인사들과의 만남이 있을 때마다 사회적 가치 전도사를 자처하는 최 회장의 노력으로 인해 외부적으로도 사회적 가치에 대한 인식 변화가 이뤄졌다.

    최근에는 SK그룹을 주축으로 국내 공기업, 공공기관, 사회적기업은 물론 중국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국자위), 독일 바스프 등이 손잡고 사회적 가치 측정 체계 국제 표준화를 추진하고 있다.

    SK그룹이 설립한 비영리연구재단 ‘사회적가치연구원(CSES)’은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도로공사 등 25개 공공기관과 공통 적용이 가능한 사회적 가치 지표 제작을 공동 연구 중이다.

    또 CSES는 중국 국자위와도 사회적 가치 측정 프로젝트를 공동 진행하고 있으며, 사회적 가치 측정 체계를 개발하고 고도화하기 위한 연구, 사회적 가치 관련 신진학자 양성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SK그룹은 독일 바스프, 노바티스, 보쉬 등 글로벌 기업 8개사와 함께 '사회적 가치 측정 체계 개발 협의체'를 구성, 사회적 가치를 계량화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협의체에서는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와 KPMG, 딜로이트, 언스트앤영(EY) 등 글로벌 4대 회계법인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이 협업하고 있다.

    사회적 가치는 SK그룹의 대표적인 신성장동력 창출 전략인 글로벌 파트너링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 19일 미국 워싱턴 DC SK워싱턴지사에서 열린 SK그룹의 세일즈 행사 ‘SK Night(SK의 밤)’에서 미국 정계, 관계, 재계 고위급 인사들을 대상으로 사회적 가치의 중요성을 설파한 뒤, 미국 내에서도 사회적 가치를 적극적으로 추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최 회장은 “사회적 가치는 일자리 창출, 세금납부, 교육제공, 친환경 재료 사용 등을 통해 다양하게 창출할 수 있다”면서 “SK는 지난해 미국에서 24억 달러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했다. 앞으로 미국 사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미 정부·기업 등과 함께 더 많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 파트너십을 확장하고 더 큰 행복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해 큰 호응을 얻었다.[데일리안 = 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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