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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금 非보장' 은행 퇴직연금 10조…0%대 수익률 '비상'


입력 2019.09.26 06:00 수정 2019.09.26 06:05        부광우 기자

상반기 말 적립금 10조6019억…올해 들어서만 1조5187억↑

DC형 최근 1년 수익률 0.5%…농협·부산·광주銀 '마이너스'

상반기 말 적립금 10조6019억…올해 들어서만 1조5187억↑
DC형 최근 1년 수익률 0.5%…농협·부산·광주銀 '마이너스'


국내 은행 퇴직연금 중 원리금 비보장 적립금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은행 퇴직연금 중 원리금 비보장 적립금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은행들에 고객들이 맡긴 퇴직연금 가운데 원금 보장을 받을 수 없는 상품에 들어간 금액이 올해 들어서만 1조5000억원 넘게 불면서 1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금리 기조 심화로 안전 자산에서는 별다른 성과를 기대하기 힘들어지자 좀 더 공격적인 투자를 선택하는 이들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가입자의 은퇴 자산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의 수익률이 0%대에 머무는 등 노후 자금을 둘러싼 불안은 도리어 커지고 있다.

26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국내 은행들의 퇴직연금 적립금 중에서 원리금 비보장 상품 가입 금액은 10조6019억원으로 지난해 말(9조832억원)보다 16.7%(1조5187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을 포함한 금융권 퇴직연금 상품은 확정급여(DB)형과 DC형, 개인형퇴직연금(IRP) 등 세 가지로 나뉜다. DB형은 은행의 운용 성과와 별개로 근로자가 퇴직할 때 정해진 금액을 지급하는 퇴직연금이다. 반면 DC형은 근로자가 자신의 적립금을 직접 투자처에 분배해 퇴직연금을 불릴 수 있는 상품이다. 또 IRP는 근로자가 은퇴 시 받은 퇴직금을 운용하거나, 재직 중인 근로자가 DB·DC형 외에 추가로 돈을 적립해 운용할 수 있는 퇴직연금이다.

유형별로 나눠 봐도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퇴직연금 상품들은 이 같은 종류와 상관없이 모든 부분에서 성장 곡선을 그렸다. DB형에서 원금 비보장 은행 퇴직연금 적립금은 3조6748억원으로 같은 기간(3조2139억원) 대비 14.3%(4609억원) 늘었다. DC형 역시 3조1604억원에서 3조4881억원으로, IRP도 2조7089억원에서 3조4390억원으로 각각 10.4%(3277억원)와 27.0%(7301억원)씩 원리금 비보장 규모가 확대됐다.

주요 은행별로는 신한은행의 원금 비보장 퇴직연금 가입액이 3조5351억원에서 3조9905억원으로 12.9%(4554억원) 증가하며 최대였다. 그 다음으로 국민은행의 원리금 비보장 퇴직연금 적립금이 1조7848억원에서 1조9660억원으로 10.2%(1812억원) 늘며 뒤를 이었다. 또 우리은행이 1조3526억원에서 1조5282억원으로, 하나은행이 9965억원에서 1조4640억원으로 각각 13.0%(1756억원)와 46.9%(4675억원)씩 증가하며 원금 비보장 퇴직연금 적립금이 1조원 대를 나타냈다.

이처럼 원금을 보장받지 못하더라도 적립금을 직접 투자처에 분배하려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것은 최근의 저금리 여건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를 본격화하면서 예·적금 금리 0%대 시대가 현실화하는 등 전통적인 안전 자산을 통해 퇴직연금을 불리기에는 한계가 커지고 있어서다. 앞으로 한은이 기준금리를 더 내릴 것으로 관측되면서 이런 움직임은 한층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지난 7월 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정책 방향 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기존 연 1.75%에서 1.50%로 0.25%포인트 내리기로 했다. 이로써 한은의 통화정책 방향은 2017년 11월 금리인상 이후 20개월 만에 다시 금리인하 쪽으로 바뀌게 됐다. 시장에서는 올해 말과 내년 초에 각각 한 차례씩 두 번의 추가 인하를 점치고 있다.

문제는 퇴직연금 수익률이 바닥을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약정 금액을 지급하는 DB형과 달리, 적립금 운용 성적이 가입자의 기대 이익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DC형의 원금 비보장 상품 수익률이 0%대에 머물고 있는 현실은 걱정을 깊게 만드는 대목이다. 일부 은행들의 경우 아예 손실을 내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직전 1년 간 은행들이 원금 비보장 DC형 퇴직연금에서 거둔 수익률은 평균 0.50%에 그쳤다. 특히 BNK부산은행(-1.16%)과 NH농협은행(-0.49%), 광주은행(-0.32%)의 해당 수익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밖에 IBK기업은행(0.21%)·DGB대구은행(0.36%)·BNK경남은행(0.37%)·우리은행(0.60%)·KEB하나은행(0.71%)·KDB산업은행(0.74%) 등의 최근 1년 간 원금 비보장 DC형 퇴직연금 수익률이 1% 미만이었다.

DB형과 IRP에서 원리금 비보장 상품들은 다소 사정이 나았다. 하지만 원금이 보장되지 않음에도 수익률이 여전히 1%대 초반에 불과해 고객들로서는 만족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원금이 보장되지 않은 DB형과 IRP 퇴직연금의 조사 대상 기간 수익률은 각각 1.24%, 1.18%였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가 심화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퇴직연금을 은행에 일임하기 보다는 직접 운영해 투자 수익률을 끌어 올리고자 하는 수요가 계속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퇴직연금은 은퇴 후 삶과 직결된 돈인 만큼 가입자는 어떤 자산보다 이를 신중히 운영해야 할 필요가 있고, 은행도 이런 위험을 적극 알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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