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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바닷가 행사장에 일부러 뿌려진 쓰레기 6톤 ‘실화냐?’


입력 2019.09.26 07:00 수정 2019.09.26 08:50        이소희 기자

장관 정화행사 때 쓰려고…현지 조달된 해양쓰레기, 참 기막힌 발상

장관 정화행사 때 쓰려고…현지 조달된 해양쓰레기, 참 기막힌 발상

국제 연안정화의 날’ 행사의 효과를 위해 진도군청이 가계해변에 전날 공수해 뿌려놓은 해양쓰레기 ⓒMBC뉴스 화면 캡쳐 국제 연안정화의 날’ 행사의 효과를 위해 진도군청이 가계해변에 전날 공수해 뿌려놓은 해양쓰레기 ⓒMBC뉴스 화면 캡쳐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주 정부부처 주관으로 열린 지역행사에서 퍼포먼스를 위해 바다 쓰레기 6톤가량을 일부러 해변에 늘어놓은 기현상이 실행에 옮겨졌다. 요즘말로 ‘실화냐?’라는 반응이 절로 나온다.

이유인즉슨, 해양수산부가 19년째 진행해오고 있는 해양환경운동의 일환인 ‘국제 연안정화의 날’ 행사를 올해 해양쓰레기 관리 최우수지자체인 ‘전남 진도군’에서 지난 20일 개최했는데, 행사의 효과를 위해 진도군청이 행사장인 가계해수욕장에 다른 곳에서 수거된 스티로폼과 폐어구 같은 해양 쓰레기를 전날 해변에 미리 뿌려놓았다는 것이다.

이 쓰레기는 행사 날 참석한 문성혁 해수부 장관을 비롯한 지자체장과 학생, 주민, 공무원 등 수백명이 바닷가 쓰레기를 줍는 퍼포먼스로 사용됐다.

또 올해 행사에는 특별히 외교부의 협조를 통해 처음으로 페테리스 바이바르스(PĒTERIS VAIVARS) 주한 라트비아 대사 등 주한 외교단 30여 명이 참석했다하니, 이 같은 일이 알려지면 국제적인 망신살로 회자될 것이다.

이 같은 소식은 행사 이후 진도군 주민들의 목격담에 의해 지역공중파 뉴스로 전파를 탔고, 이를 목도한 이들의 대다수가 “아직도 이런 전시행정이 존재하다니…”라면서 혀를 찼다.

뉴스에 따르면, 진도 주민은 “트럭이 쓰레기 더미를 잔뜩 싣고 (해변에)들어왔고, 사람들이 내려서 쓰레기를 바닷가에 쫙 펼쳐놨다”고 말했고, 또 다른 주민은 “(해양쓰레기를) 평소에 다 치우기 때문에 해변은 깨끗했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진도군은 작년 해양수산 분야 예산의 2%에 불과하던 해양쓰레기 관련 예산을 올해 7%로 3배 이상 확대했고, 해양쓰레기 수거도 전년 대비 2배 이상의 실적을 올리면서 해양쓰레기 관리 최우수지자체로 뽑혔다.

1등이 행한 사고치고는 발상이 참 구시대적이다. 진도군 관계자의 “연안 정화의 날인데 바닷가를 돌아다니면서 쓰레기도 줍고 해야 될 것 같아서…”라는 이유가 더 황당하기 그지없다.

문제가 되자 문성혁 해수부 장관은 유감을 표하면서 사과했다. 문 장관은 SNS를 통해 “이번 일이 해양쓰레기의 심각성을 알리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지라도, 거짓과 위선이 더해지면 행사의 취지마저 무색해지고, 불신과 실망을 초래한다는 교훈을 다시 한 번 새기게 된다”며 착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이어 진도군과 전남도도 각각 해명자료를 통해 “해양쓰레기의 심각성을 알리자는 취지로 한 행위가 물의를 일으키게 된 점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향후 유사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면서 “이후 쓰레기는 전량 수거했고 폐기물 처리를 위해 야적장에 보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제 연안정화의 날’ 행사장에서 해양쓰레기 수거 중인 문성혁 해수부 장관 ⓒ해수부 ‘국제 연안정화의 날’ 행사장에서 해양쓰레기 수거 중인 문성혁 해수부 장관 ⓒ해수부

하지만 이는 유감표명으로 끝날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어떤 이유건 쓰레기 투기는 엄연한 불법이며, 또 감시감독과 적발의 의무가 있는 당사자 격인 진도군청이 직접 투기에 가담한 것으로 가벼이 볼 사안이 아니다.

또한 전날 실어 나른 해양쓰레기가 1톤 트럭 6대 분량에 달한다하니, 이를 실어 나르고 야적장 보관과 폐기물 처리에 드는 비용과 인력, 시간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 얼마라도 군민의 세금을 축내는 일이기도 하다.

더욱이 이날 해양쓰레기 줍기 퍼포먼스는 한 가지 의미를 더 품고 있었다. 참가자들의 연안정화활동을 통해 쓰레기를 수거하면서 조사카드에 쓰레기의 종류와 수량을 기록하게 했고, 이는 쓰레기형태․종류, 수거규모, 위치, 의견 등을 파악해 청소한 지역에 버려진 해양 쓰레기의 특성을 파악하는 데 활용될 예정이었다.

결국 조사카드 조차 허위로 만든 것이며, 이에 참가했던 선의의 주민과 학생들은 또 어떤 마음이 들지도 미루어 짐작케 한다.

평상시 해양쓰레기를 잘 치워 1등을 한 지자체라면 이 같은 프로그램은 당초 앞뒤가 맞지 않는다. 외려 평시 수거한 쓰레기를 쌓아놓고 분류이벤트로 성과를 알리고 더불어 경각심을 알리는 게 행사의 취지에 부합하다 할 것이다.

공직을 수행하는 공직자의 입장에서의 책임감과 의식이 있었다라면 이런 가당치 않는 어리석은 행위가 벌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그에 걸 맞는 최소한의 양심 섞인 행동이 뒤따르기 바란다.

이소희 기자 (aswit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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