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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먹거리 찾는 SK그룹에 금융지주들 10조 베팅 왜


입력 2019.09.27 06:00 수정 2019.09.26 21:40        부광우 기자

3대 금융그룹, SK 관련 신용공여 9.3조…올해만 1.2조↑

최태원號 미래 사업 '지원사격'…눈앞 성적 부진은 '숙제'

3대 금융그룹, SK 관련 신용공여 9.3조…올해만 1.2조↑
최태원號 미래 사업 '지원사격'…눈앞 성적 부진은 '숙제'


국내 3대 금융지주 SK그룹 관련 신용공여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3대 금융지주 SK그룹 관련 신용공여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3대 금융지주들의 자금 가운데 SK그룹에 들어간 돈이 올해 들어서만 1조원 넘게 불면서 1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SK그룹이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대규모 종잣돈 마련에 나서자 대형 금융그룹들도 이에 호응하는 모양새다. 아울러 경기 불황으로 빌려간 돈을 갚는데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늘자 확실한 대기업에 투자함으로써 활로를 모색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신한·KB·하나금융 등 3개 금융지주들이 SK그룹에 제공한 신용공여 및 익스포저는 총 9조3352억원으로 지난해 말(8조1498억원)보다 14.5%(1조1854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신용공여는 금융사가 기업에 직·간접적으로 제공한 각종 자금을 통틀어 일컫는 표현이다. 대출과 같은 기본적인 부채부터 지급보증과 기업어음 매입, 사모사채와 같은 형태는 물론 역외 외화대출이나 크레디트 라인, 회사채, 미확정 지급보증 등을 포함한 포괄적인 빚을 가리킨다.

익스포저 역시 이와 비슷한 개념이다. 금융사의 자산에서 특정 기업 등과 연관된 금액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하는 지표다. 주로 신용 사건 발생 시 받기로 약속된 대출이나 투자 금액과 함께 복잡한 파생상품 등 연관된 모든 거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최대 손실 금액이다.

금융그룹별로 보면 신한금융이 보유한 SK그룹 관련 신용공여가 같은 기간 2조8051억원에서 18.2%(5118억원) 증가한 3조3169억원으로 최대를 나타냈다. 하나금융 역시 2조8727억원에서 3조613억원으로, KB금융도 2조4720억원에서 2조9570억원으로 각각 6.6%(1886억원)와 19.6%(4850억원)씩 SK그룹에 대한 신용공여가 확대됐다.

SK그룹은 최근 신사업에 공격적인 투자를 위해 대규모 실탄 조달에 나서고 있다. SK그룹에 대한 금융그룹들의 자금 지원이 활발해진 배경에는 이런 영향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재계에서는 이미 보유하고 있는 사업과 시너지를 낼 분야에 집중 투자해 미래 청사진을 그려야 한다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경영론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SK그룹은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등 기존 주력 계열사들과 함께 신성장 포트폴리오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신규 핵심 사업은 ▲바이오·제약 ▲소재 ▲신에너지 등 3개 분야로 나누고 투자처 발굴에 나섰다. SK그룹은 2025년까지 이들 분야별로 기업 가치를 10조원까지 끌어 올리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있다.

이미 SK그룹은 2016년부터 해당 분야들에 4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집행한 상태다. 최근에는 고부가가치 원료의약품을 생산하는 미국 CDMO 앰팩의 지분 100%를 5100억원에 인수했다. CDMO는 항체 바이오 의약품 위탁생산(CMO)과 위탁개발(CDO)을 합친 합성어로 세포주를 받아서 생산하면 CMO, DNA로 받아서 세포주를 만든 후 생산까지 하면 CDO다. 아울러 셰일가스 수송·가공 업체인 블루레이서 미드스트림에 1700억원을, 스마트글라스 생산업체 키네스트랄에 1100억원 등을 투자하며 SK그룹은 영토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런 SK그룹의 행보는 금융지주들 입장에서도 기회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심화로 기업에 제공한 여신의 건전성 악화가 본격화하면서 이를 만회할 만한 구석을 찾기 힘들어지던 와중 충분히 신뢰할 만한 투자처가 나타난 셈이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말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은행 등 국내 4대 시중은행들이 내준 기업대출에서 1개월 이상 연체된 금액은 1조4156억원으로 전년 말(1조2483억원) 대비 13.4%(1673억원) 늘었다. 이에 따른 기업대출 연체율도 같은 기간 0.26%에서 0.28%로 0.02%포인트 악화됐다.

다만 SK그룹이 이를 통한 성과를 내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평이다. 그보다 눈앞에 닥친 성적 부진은 당장의 고민이다. 올해 들어 SK그룹의 실적은 1년 전의 반 토막 수준까지 떨어진 상태다.

실제로 SK그룹 소속 18개 상장 계열사들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총 4조6843억원으로 전년 동기(10조6126억원) 대비 55.9%(5조9283억원)나 줄었다. 이들의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3조3590억원에서 5조1899억원으로, 매출은 40조1277억원에서 32조7526억원으로 각각 61.2%(8조1691억원)와 18.4%(7조3751억원)씩 감소했다. 이에 영업이익률은 33.3%에서 15.8%로 17.4%포인트 떨어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재벌 기업들의 대규모 사업 확장은 유망한 투자 대상 찾기에 골몰하고 있는 금융사들에게 반가운 소식"이라며 "하지만 안팎의 경기가 장기 침체 국면을 보이면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커져 있는 현실은 신중히 고려해야 할 변수일 것"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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