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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하는 금융 혁신법-1] '그림의 떡' 금융소비자보호법 아쉬운 DLF 사태


입력 2019.09.30 06:00 수정 2019.09.30 05:53        배근미 기자

"금소법만 있었어도…사태 맞닥뜨리니 더 절실" 금융 수장들 ‘한 목소리’

"구슬도 꿰어야 보배인데" 국회 게걸음에 먼길…11월돼야 논의 시작할듯

“금소법만 있었어도…사태 맞닥뜨리니 더 절실” 금융 수장들 ‘한 목소리’
“구슬도 꿰어야 보배인데” 국회 게걸음에 먼길…11월돼야 논의 시작할듯


우리은행이 판매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의 만기일인 지난 19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우리은행 위례신도시점으로 투자 피해자들이 방문해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은행이 판매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의 만기일인 지난 19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우리은행 위례신도시점으로 투자 피해자들이 방문해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DLF 등 파생상품에 대한 대규모 원금손실 사태가 현실화되면서 금융권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커져가는 가운데 수년째 표류 중인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대한 중요성이 재부각되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법안 통과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견이 없지만 국회 이슈 등에 밀려 속도를 내지 못하기 일쑤여서 20대 국회 내 통과 가능성이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금소법만 있었어도…사태 맞닥뜨리니 더 절실” 금융 수장들 ‘한 목소리’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8월 22일 퇴임을 앞두고 있던 최종구 당시 금융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주요 금융법안에 대해 답답함을 내비쳤다. 최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금융소비자법이 제정됐다면 이번 (파생상품) 사태에 대처하는데 더 효과적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최 위원장은 임기 내 통과가 간절한 법안에 대한 질문이 주어지자 단연 ‘금융소비자보호법’을 꼽기도 했다. 이후 금융위원장 직에 물러나는 마지막 이임식에서도 최 위원장은 금소법을 또다시 화두로 내세웠다. 그는 “금융포용성 강화를 위한 금소법 제정을 마무리하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며 소회를 밝혔다.

바톤을 이어받은 은성수 현 금융위원장 역시 취임 초부터 맞닥뜨린 DLS-DLF 사태 등을 계기로 금소법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창하고 있다. 은 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에 보낸 청문회 서면답변서 등을 통해 “판매원칙을 전 금융상품에 확대 적용하고 제재를 강화하는 한편, 금융소비자의 사후구제가 더욱 손쉽게 이뤄지도록 다양한 제도가 담겨 있다”며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금소법의 신속한 통과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이처럼 부쩍 관심이 쏟아지고 있는 금융소비자법 제정 필요성에 대한 불씨는 이달부터 본격화된 파생상품(DLS-DLF) 대규모 손실사태가 앞당겼다. 당장 지난 26일 만기인 우리은행의 독일 10년물 국채금리 연계 DLF 상품(4개월 만기)의 경우 손실률이 98.1%로, 심하게는 투자금 1억원 중 192만원만 돌려받게 되는 등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 은행을 믿고 투자했다 날벼락을 맞게 된 투자자들은 이에 대한 국정조사와 피해배상을 요구하는 등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현재 발의된 금융소비자보호법안(정부안 포함 5건)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금융상품 판매과정에서 설명의무 위반 등 위법행위가 발생할 경우 고객(금융소비자)이 계약해지 및 변경권을 행사할 수 있다. 또한 금융기관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및 입증책임 전환, 집단소송 도입 등도 검토될 예정이어서 법 제정을 통해 금융상품 손실에 따른 소비자들 사후구제도 한층 원활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구슬도 꿰어야 보배인데” 국회 게걸음에 먼길…11월 돼야 논의 시작할 듯

그러나 모두가 입을 모아 외치는 ‘금소법’은 이미 수 년째 국회 문턱만 바라보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010년부터 금융소비자보호를 기치로 법안 발의가 이뤄졌지만 그때마다 다른 주요 이슈들에 밀렸다. 가장 최근인 지난 14일 정무위 법안소위에서도 금소법은 후순위(21~25번)로 밀리면서 논의 테이블 위에 오르지조차 못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국회의 관심 역시 DLS-DLF 사태를 계기로 금융소비자보호에 쏠려있는 만큼 법안 제정에 속도를 낼 수 있는 마지막 적기라는 해석이 높다. 당장 다음달부터 시작될 국회 정무위에서도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을 비롯한 해당 은행의 실무 임원을 증인으로 불러 DLF 사태를 집중 추궁할 태세를 갖추는 한편 국감 직후 또는 11월 초쯤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금소법 제정을 다룬다는 계획이다. 금소법이 국감 직후 소위를 통과하면 연내 처리가 가능하다.

다만 시간이 급박한 상황에서 다소 광범위한 금소법 범위 및 쟁점에 대한 실효성 있는 논의와 타결이 가능할지 여부가 관건이다. 국회가 당장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올 연말이 법안이 통과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꼽힌다. 이를 놓칠 경우 현재의 금소법 제정은 또다시 물거품이 되고 다음 21대 국회에 재상정되기를 기다려야 한다. 반면 이 과정에서 시간적 압박으로 인해 쟁점 없는 사안 위주로 법안 통과가 이뤄질 경우 자칫 ‘실효성 없는 이름뿐인 법안’이라는 비판도 제기될 수 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은 "금융소비자보호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두 가지는 '배상한도'와 '입증책임'으로 이를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며 "피해보상 시일이 길어질 경우 이를 감안한 배상액 조정 등 적어도 징벌적 손해배상에 준하는 배상과 함께 금융소비자가 입증책임을 해야하는 불리한 상황을 공정하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배근미 기자 (athena350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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