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윤지오, 도대체 홈런은 언제 치나


입력 2019.09.30 08:20 수정 2019.09.30 08:18        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의 이슈분석> 무책임하고 신뢰성 떨어지는 사람 말에 한국사회 휘둘려

<하재근의 이슈분석> 무책임하고 신뢰성 떨어지는 사람 말에 한국사회 휘둘려

장자연 사건 증언자인 윤지오씨가 지난 4월 8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장자연 증언자, 윤지오 초청 간담회'에 참석해 의원들의 격려인사를 듣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장자연 사건 증언자인 윤지오씨가 지난 4월 8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장자연 증언자, 윤지오 초청 간담회'에 참석해 의원들의 격려인사를 듣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최근 윤지오가 홈런 운운하는 글을 SNS에 올렸다. 기이하게도 류현진의 글을 인용하면서 올린 게시문이었다.

과거 류현진이 ‘직구보다 변화구에서 왜 더 많이 홈런이 나오는 줄 아세요? 치기는 더 어렵지만 치기만 한다면 더 많은 회전이 담긴 변화구가 더 힘을 받고 더 멀리 날아가기 때문입니다. 지금 내 앞에 남들보다 힘들고 어려운 변화구가 날아오고 있습니까? 축하드립니다. 당신에게 홈런을 칠 수 있는 멋진 기회가 주어졌군요’라는 글을 올렸었다.

그걸 인용하면서 윤지오는 ‘변화구가 하도 많이 날아와서 계속 쳐내는데 곧 홈런을 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라고 했다.

윤지오에 대한 비난과 고소고발이 잇따랐는데, 특히 지난 26일에 윤지오에 대한 비판적 보도가 많았다. 아마도 그에 대한 반응으로 이런 글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변화구가 많이 날아온다는 건, 자신에 대한 공세가 거세다는 의미일 것이다. 직구가 아닌 변화구로 표현한 건 현재 나타나는 자신에 대한 비난이 정당하지 않은, 변칙적이고 문제소지가 있는 공격이라고 평가절하한 것으로 읽힌다. 홈런은 그 모든 공세를 단번에 뒤집을 한 방을 터뜨릴 것이라는 의미다.

황당하다. 한 방이 있으면 ‘곧 홈런을 치겠다’는 말을 할 필요가 없다. 그냥 공개하면 된다. 그런 공개도 없으면서 홈런 운운하는 건 한국인을 우롱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윤지오는 일단, 한국으로 와서 조사부터 받아야 한다. 애초에 캐나다로 갈 때부터 어머니가 아프다는 거짓 핑계를 대면서 도피하듯이 갔다는 의혹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 한국으로 올 수 없다는 사유도 거짓이라는 의혹이 있다.

지난 9월 26일 SNS에 ‘일주일에 2~4차례 물리치료, 왁스테라피 치료, 마사지 치료, 심리상담치료, 정신의학과 약물과 정신의학과 상담치료, 캐나다 현지 경찰팀과 형사팀에서는 수시로 저의 상황을 체크하기 때문’에 한국에 갈 수 없다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한국에 갈 수 없는 상태라고 하고 캐나다 경찰도 한국행을 만류한다고 했다. 그래서 못 간다는 것이다.

윤지오가 정말 그렇게 위중한 상태인지도 의심스럽고, 캐나다 경찰이 한국행을 만류한다는 주장은 더 미심쩍다. 무엇보다도 한국행 결정에 중요한 것은 윤지오 본인의 의지일 텐데, 다른 정체불명의 캐나다 사람들을 핑계로 내세우는 것이 당당해보이지 않는다.

이런 SNS글이 올라오니 비난여론이 비등해졌고, 그에 대한 대응으로 ‘홈런’운운한 것으로 보인다. 윤지오가 한국에서 주장했던 내용들은 매우 엄중한 사안이었다. 그런 사안으로 한국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키고 그에 대한 소명도 하지 않은 채, 본인조차 중대한 의혹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홈런’과 같은 희화화된 표현으로 대응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윤지오는 보다 책임 있는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최근 윤지오가 ‘캐나다에서 협조하는 수사에 대한 가능성을 검토해주셔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한 것을 보면, 한국에서 정식으로 소명할 의사는 전혀 없는 것 같다. 무조건 캐나다에 있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강제소환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범죄인 인도 협정이나 인터폴 적색수배 등을 활용할 수 있는 중범죄가 아니다. 살인, 강간도 아니고 기부금 사기 정도로 피해액수도 경미하다. 윤지오가 캐나다 내에서 중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한 캐나다 정부가 윤지오를 추방하지도 않을 것이다. 윤지오는 앞으로 캐나다 시민권을 획득하겠다고 하는데, 그 경우 추방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다.

이걸 믿고 윤지오가 캐나다에서 ‘홈런’ 운운하며 자신만만해 하는 것으로 보인다. 9월 27일엔 후원금을 돌려주려 했지만 방법이 없었고, ‘여러분의 귀한 후원금’을 받을 의사도 없었다는 글을 올렸다. 이제와서 받을 의사가 없었다니, 후원금을 보냈던 한국인 입장에선 우롱당했다고 느낄 법하다. 윤지오는 또, 방법만 찾는다면 후원금을 돌려주겠다고 했다. 현재 윤지오에게 걸려있는 고소, 고발 건들 중에 사기 혐의가 가장 심각하기 때문에 이 부분을 털고 정리할 의사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도 방법이 없다고 제도 탓을 하면서, 자신이 후원금 반환 문제에 성의를 다 하고 있다는 점도 과시하고 있다.

자기 합리화, 자기 변명에만 치중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렇게 무책임하고 신뢰성이 떨어지는 사람의 말에 한국사회가 휘둘렸다는 것이 어이가 없다. 고 장자연의 죽음이 엉뚱하게 이용당한 것 같아서 더 뒷맛이 쓰다. 말 몇 마디 듣고 마치 그것이 객관적인 증거인 양 맹신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이 사건이 말해주고 있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 기자
기사 모아 보기 >
0
0
하재근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