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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예견된 재앙 '돼지열병'…언제까지 허둥대기만 할 건가


입력 2019.10.02 06:00 수정 2019.10.02 06:05        김유연 기자

발병 이후 보여주기식 캠페인 의미없어

"체계적인 대비책과 강한 위기의식 갖춰야"

발병 이후 보여주기식 캠페인 의미없어
"체계적인 대비책과 강한 위기의식 갖춰야"


인천시 강화군이 지난달 27일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 방지를 위해 지역 내 모든 돼지농장을 대상으로 살처분을 진행하기로 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인천시 강화군이 지난달 27일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 방지를 위해 지역 내 모든 돼지농장을 대상으로 살처분을 진행하기로 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더 이상 발병 이후 보여주기식의 캠페인은 의미가 없어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양돈산업이 무너지는 건 시간문제예요."

ASF가 확산되면서 양돈업계 종사자들은 하루하루 노심초사 하며 살고 있다. 이는 돼지에게 발병되는 제1종의 가축전염병으로, 감염되면 치사율이 100%에 가까울 정도로 치명적이다. 특히 ASF바이러스는 말린 고기에서는 300일, 냉동 고기일 경우 무려 1000일까지 생존이 가능하다.

안타깝게도 ASF를 치료할 백신은 현재까지 부제한 상태다. 국내 몇몇 업체들이 백신 개발에 힘을 쏟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살처분 방법밖에 없어 더 확산이 안 되길 바라는 상황이다.

지난해 8월 중국에서 처음 발병이 확인되면서 아시아 국가들에게 ASF는 먼 나라의 얘기가 아니었다. 더구나 지난 8월 28일 중국 국경에 인접한 자강도 우시군 협동농장에서 ASF가 신고돼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우리나라 역시 ASF의 공포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수개월 동안 취한 조치는 발생국 여행자제와 돼지 잔반급여 최소화 등을 당부하는 수준에 그쳤다. ASF 국내 유입을 가정한 별도의 방역 매뉴얼도 없었다.

결국 지난달 17일 ASF가 중국, 북한에 이어 우리나라를 덮쳤다. 경기도 파주시 첫 발생 이후 현재까지 경기 북부와 인천 강화군 등지에 9건이 확진됐다. 이번 사태는 사상 최악의 가축전염병으로 기록된 지난 2010년 구제역보다도 비교할 수 없이 빠른 편이다.

ASF 발병소식에 정부와 관련 시장은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하루 만에 이동제한조치로 돼지고기 경매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경매 가격은 전일대비 30% 이상 폭등했다.

ASF 바이러스 확산이 계속되는 가운데 막상 강화도 방역 현장에서는 기본적인 소독작업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지방자치단체 간에 의사소통 부재 및 책임회피로 방역에 허점이 드러난 것이다.

ASF에 감염된 농장 수가 늘면서 발병 농장과 차량 출입 관계가 있는 이른바 '역학 농장' 수가 전국 1000여 곳에 달할 수 있는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끔찍했던 '구제역 파동'의 악몽도 다시 떠오르고 있다. 2010~2011년 구제역 파동 당시 국내에서만 350만 마리 돼지가 살처분됐다. 그때 돼지 가격이 2배 이상 폭등했고, 유통 물량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이처럼 가축 리스크가 발생할 때마다 그 피해는 서민들과 축산농가, 나아가 식품업계 전반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다.

정부는 가축 전염병이 발생한 이후에서야 "차단이 선제적으로 이뤄지지 못했다", "차단 방역, 살처분 의사 결정 등 초동 대응을 더 강력하게 했어야 했다"는 등 뒷북 자책만 쏟아내 왔다.

정부는 구제역 파동, ASF사태 등을 계기로 가축 전염병에 대한 체계적인 대비책과 강한 위기의식을 갖춰야 한다. 매년 지겹게 되풀이되는 가축 발 리스크에 어리버리 허둥대는 모습만 보이니 동물이 아닌 인재가라는 지적이 나올 만 하다.

정부와 방영당국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가축 전염병의 재앙에서 단 한치도 벗어날 수 없음을 명심하자.

김유연 기자 (yy908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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