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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보다 연봉 많은 노조위원장 나오나…노동관계법 결국 국회로 넘어가


입력 2019.10.03 06:00 수정 2019.10.03 05:28        박영국 기자

노조 전임자 급여지급 금지 규정 삭제…한도 초과해도 노조는 처벌 못해

파업 무기로 전임자 고임금 요구해도 사측 방어 수단 없어

노조 전임자 급여지급 금지 규정 삭제…한도 초과해도 노조는 처벌 못해
파업 무기로 전임자 고임금 요구해도 사측 방어 수단 없어


노동관계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노조가 전임자 급여의 불법적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으로 기업을 압박하는 등 각종 부작용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사진은 한국은행 강남본부의 현금 방출 작업 장면.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노동관계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노조가 전임자 급여의 불법적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으로 기업을 압박하는 등 각종 부작용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사진은 한국은행 강남본부의 현금 방출 작업 장면.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노조 전임자 급여지금 금지 규정 삭제와 근로시간면제한도 완화 등의 내용을 담은 ILO(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 관련 정부입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며 결국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재계는 해당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노조가 전임자 급여의 불법적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으로 기업을 압박하는 등 각종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일 국무회의를 열고 지난달 24일 ILO 핵심협약 비준안 의결에 따른 후속 조치로 노동관계법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노동관계법 개정안에는 해고자와 실업자, 공무원의 노조 가입 등 노조의 힘을 키워 주고 사회적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내용도 담겨 있지만 재계는 특히 노조 전임자 급여지금 금지 규정 삭제와 근로시간 면제한도 완화에 주목하고 있다.

전임자 급여지급을 금지하는 규정(노조법 제24조 제2항)과 노조가 금지된 전임자 급여지급을 요구하며 파업을 하면 처벌하는 규정(노조법 제24조 5항, 제92조 제1호)이 삭제되면, 노조는 위법한 전임자 급여지급을 부당하게 사측에게 요구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노조 전임자 급여를 ‘근로시간 면제한도 내’에서 지급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면제한도를 초과하는 급여 지급을 요구하고 이를 관철할 목적으로 쟁의행위를 해선 안된다’는 조항 역시 삭제해 노조의 과도한 요구를 제어할 방법을 없애버렸다. 명분상으로만 단서조항을 달아놨을 뿐 유명무실하게 만들어놓은 셈이다.

노조 전임자에게 급여를 지급하거나 근로시간면제 한도를 초과해 부여할 경우 사측은 부당노동행위로 처벌받을 수 있으나 노조는 처벌 대상이 아니므로 노조가 근로시간면제에 관한 무리한 요구를 하게 되고, 사측은 노사분쟁에 따른 경영 부담을 고려해 노조의 요구를 불가피하게 수용할 수밖에 없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놓일 우려가 있다.

이와 관련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노사 간 교섭력의 불균형으로 인해 사용자는 노조가 위법한 전임자 급여지급이나 근로시간면제를 요구해도 노조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 등 이를 둘러싼 노사갈등 소지가 복합적으로 내재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노조위원장과 집행위원 등 노조 전임자들의 급여를 무리한 수준으로 요구하거나 근로시간 면제 한도를 초과하는 면제시간을 요구할 수 있도록 정부가 합법적 근거를 마련해주겠다고 발벗고 나선 셈이다. 재계에서는 이러다 노조위원장 연봉이 사장을 넘어서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전임자 급여지급 규정이 삭제되면 해당 규정에 사실상 위배되는 풀타임 근로시간면제자의 편법적 활용을 적법화시킬 길이 열린다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일하지 않아도 일정 시간을 유급으로 인정하는 ‘근로시간면제제도’는 조합 활동을 위해 최소한의 한도에서 예외적으로 인정하는 제도이며, 주요 선진국의 경우도 예외적으로 ‘기업 내 근로자대표의 활동’에 관해 필요 최소한으로 부분적으로 근로시간면제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풀타임(모든 근로시간)으로 근로시간을 면제 받는 근로자는 사측에 대한 근로 제공이 전혀 없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노조전임자 신분과 동일하게 되며, 이는 현행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금지규정’과 배치된다.

노동관계법 개정 이전 상태에서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금지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풀타임 근로시간면제’라는 편법적이고 우회적인 방식으로 노조전임자에 대한 급여지급이 관행화돼 있는 게 현실이다.

재계는 오히려 이런 편법을 없애기 위해 근로시간면제제도를 개정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오히려 풀타임 근로시간면제 활용을 통한 편법을 ‘적법화’하는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개정안대로 근로시간면제제도의 주체인 ‘근로자’를 ‘근로시간면제자’로 변경할 경우 근로시간면제한도와 별도로 일반 조합원들의 노조활동이 추가적으로도 인정되는 소지를 제공할 수도 있다.

노조에 부여된 근로시간면제 총량은 근로시간면제자들 뿐만 아니라 일반 조합원의 노조활동시간도 모두 포함해 관리·운영돼야 하지만, 노조가 힘의 우위를 지닌 기업에서는 노조가 일반 조합원들의 근로시간면제 활동을 별도로 요구하고 이를 사측이 이를 억지로 수용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결국 근로시간면제 총량이 노사 단체협약 과정에서 갈등을 유발하는 또 하나의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고, 노조 파업에도 대체근로 등 방어권이 없는 사측은 계속해서 근로면제시간을 늘려줄 수밖에 없다는 게 재계의 우려다.

재계는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를 경사노위에 설치하는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면제시간 상향 결정은 업무를 부여하고 임금을 지급하는 사측의 동의가 필수적이어야 하는데 대통령 자문기구인 경사노위에서 결정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경총은 “근로시간면제제도는 노사간 이해관계가 첨예한 중요 정책결정 사안인 만큼 자문기구인 경사노위에 설치하는 것은 맞지 않고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에 설치해야 한다”면서 “면제한도를 상향 조정할 때는 직접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받는 사측의 동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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