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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생상품에만 24%' 수수료 목맨 은행들 'DLS 예고된 참사'


입력 2019.10.04 06:00 수정 2019.10.04 00:19        박유진 기자

은행 수수료수입 구조 해부했더니 10분의 2가 파생 몫

DLF 투자자 3억 원금 날릴 때 금융사는 2500만원 벌어

'원금 손실' 내부 위험 경고에도 판매 단행한 이유 있네

은행 수수료수익 구조 해부했더니 10분의 2가 파생 몫
DLF 투자자 3억 원금 날릴 때 금융사는 2500만원 벌어
'원금 손실' 내부 위험 경고에도 판매 단행한 이유 있네


ⓒ데일리안 ⓒ데일리안

원금 손실이 예상된다는 위험 경고에도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S·DLF)을 무리하게 판매한 배경에는 연간 수수료수입의 약 24%를 차지하는 파생상품 수수료가 자리했던 것으로 보인다.

은행으로선 이자이익에 대한 의존도가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파생상품을 통해 얻는 비이자이익은 놓칠 수는 없는 생존전략이지만, 판매된 펀드 중 일부 상품에 대해 소비자 분쟁이 빗발쳐 그에 따른 책임론을 피해갈 수 없게 됐다.

4일 은행별 수수료이익 부문서 파생상품 수수료 이익 기여도를 살펴본 결과 지난해 말 기준 4조8460억원 가운데서 약 11%(5463억원)이 DLF 판매 등에 따른 수수료로 집계됐다. 은행별로 파생상품 이익 기여도가 가장 높은 곳은 KEB하나은행, KB국민은행, 우리은행, 신한은행, NH농협은행 순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DLS를 판매한 하나은행의 경우 수수료이익 5516억원 중 24%(1301억원)이 파생상품에서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은 최근 비이자수익 확대 차원에서 파생상품 판매에 나서고 있는데 그에 따라 관련 수수료 기여도가 확대되고 있다. 5대 은행의 2016년 파생상품 수수료 이익 기여도는 4%(2078억원)에서 2017년 4699억원(9%), 2018년 5463억원(11%)까지 늘어났다.

이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실이 발표한 5대 은행 파생결합상품 수수료 현황을 바탕으로 이익 기여도를 재구성한 결과다. 파생상품 판매 수수료 항목이 포함되는 이익 계정을 바탕으로 비중을 계산했다.

파생결합상품이란 특정 주식이나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뒤 그에 따라 수익률을 제공하는 상품을 뜻한다. 원금 보전이 안되는 주가연계신탁(ELT), 주가연계펀드(ELF), 파생결합증권신탁(DLT), 파생결합펀드(DLF) 등이 포함된다.

통상 은행들은 파생상품 판매 때 선취수수료를 가져간다. 선취수수료란 펀드를 매수하는 시점에서 발생하는 일회성 수수료다. 여기에 투자자가 개인 사정 등으로 중도환매를 시도하면 5~7%에 해당되는 수수료를 받는 식이다.

은행이 상품 판매에 따라 정당하게 수수료를 받는 것은 문제가 없다. 그러나 최근 관련 상품의 소비자 분쟁이 이뤄지고 있어 이에 따른 비판도 제기된다. 불완전판매 논란이 빚어져도 은행이 수수료를 받는 데는 제동이 걸리지 않기 때문이다.

1일 서울시 중구 회현동 소재 우리은행 본점 앞에서 열린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증권(DLS·DLF) 피해자비상대책위원회'에서 한 투자자가 자신의 상품 가입내역서를 공개하고 있다.ⓒ데일리안 1일 서울시 중구 회현동 소재 우리은행 본점 앞에서 열린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증권(DLS·DLF) 피해자비상대책위원회'에서 한 투자자가 자신의 상품 가입내역서를 공개하고 있다.ⓒ데일리안

이달까지 대규모 원금 손실 사태를 빚은 DLS, DLF 상품의 경우 발행사인 증권사 내부 리스크관부서에서 원금 손실에 위험 경고등을 켰지만,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수수료를 얻기 위해 무리하게 판매를 강행했다는 감독당국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곳의 은행은 독일 국채금리의 하락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상품의 구조를 변경해 판매를 감행했고, 투자자를 모으기 위해 연 4.2%의 수익률이 나올 수 있도록 증권사에 지속적인 요청을 했다. 이를 통해 은행은 펀드 판매 대가로 평균 1%의 수수료를 챙겼으며,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외국계 IB는 총 3.93%의 수수료수익을 얻었다.

금융사가 수수료 장사에 선방하는 사이 투자자들은 원금이 손실되는 사태에 처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DLS와 DLF 상품의 지난달 25일 기준 잔액은 6723억원으로 이중 5784억원이 손실구간에 진입했다. 예상손실액만 3513억원(손실률 52.3%)을 기록 중인데 중도환매액은 932억원에 불과하다.

2곳의 은행은 손실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는 등 소비자보호에 미흡한 대처를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고객의 마케팅 미동의 등을 이유로 손실 가능성을 제대로 통보하지 않거나 사실을 알리더라도 환매수수료 7%를 강조했고, 덕분에 투자자들은 손절매에서 골든타임을 놓치게 된 상황이다.

DLF 투자자 A씨는 "독일이 망하지 않는 한 손실이 없을 거라는 은행원의 말만 믿고 수억 원을 투자했지만 현재는 원금을 모두 잃은 처지에 놓였다"며 "당초 원금 전액 손실 구간에 들어설까 두려워 중도에 환매를 알아봤더니 은행선 수수료 7%에 해당되는 2100만원을 내야한다며 만류했고, 결국 전액 손실 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금융권이 무리하게 상품 판매를 강행하게 된 배경에는 비이자이익 강화라는 경영목표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일부 은행의 경우 그룹사 차원에서 자산관리 수수료수익 목표치를 2017년 990억원에서 2018년 97% 확대한 1950억원으로 주문했고, 2019년에는 20.2% 늘어난 2344억원을 제시해 영업점 간 과당경쟁이 일어난 상황이다.

박유진 기자 (rorisang@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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