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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연, 자본시장법 시행령 반대의견 금융위에 제출..."경영 불확실성 가중"


입력 2019.10.03 11:00 수정 2019.10.03 12:45        이홍석 기자

정부 지배 받는 국민연금·기업인사·정관·배당에 영향 가능

경영권서 배당 관련 활동 배제...글로벌 스탠더드 벗어나

정부 지배 받는 국민연금·기업인사·정관·배당에 영향 가능
경영권서 배당 관련 활동 배제...글로벌 스탠더드 벗어나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것’의 범위.ⓒ한국경제연구원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것’의 범위.ⓒ한국경제연구원
한국경제연구원(원장 권태신)은 지난달 27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하 자본시장법 시행령)개정안에 대한 반대의견을 담은 정책건의서를 금융위원회에 전달했다고 3일 밝혔다.

정부가 지난달 6일 입법예고한 이 시행령 개정안은 공적연기금 등의 기업 경영참여 확대를 주요 내용으로 한다.

그동안 경영참여에 해당해 단순투자자에게 금지되던 ‘이사에 대한 직무정지, 해임요구, 사전에 공개한 원칙에 따른 투자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정관변경 추진, 배당 관련 활동 등을 공적연기금에 허용하는 것이다.

또 이러한 행위에 대해 기존 5일 이내에 금융위 또는 거래소에 보고해야 하는 의무도 월별로 보고할 수 있도록 특례를 부여했다.

금융위는 '5% 대량보유 보고제도(5%룰)' 완화도 추진 중이다. 5%룰은 상장기업의 의결권 있는 주식을 5% 이상 보유하게 된 경우와 보유한 자의 지분이 해당 법인 주식 총수의 1% 이상 변동된 경우, 그 내용을 5일 이내에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 등에 보고하도록 의무화한 제도다.

현행 자본시장법과 시행령은 주식보유 목적에 따라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것’과 아닌 경우를 나눠 보고 내용과 방식을 차등화하고 있다.

임원의 선임·해임 또는 직무의 정지, 이사회 등 회사의 기관과 관련된 정관의 변경 등을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것’의 범위에 포함하고 있다. 경영참여 목적으로 주식을 5% 이상 보유하거나 1% 이상 지분 변동이 있는 경우 5일 이내에 상세 보고해야 하나 단순투자일 경우 월·분기별로 약식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것’에서 일부 행위를 ‘일반투자’로 분류하고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것’(경영 참여)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회사 임원의 위법행위에 대응하는 상법상 권한 행사나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정관 변경 추진은 제외된다는 것이다. 또 ‘배당’과 관련된 주주활동 및 단순한 의견표명이나 대외적 의사표시도 제외한다.

이에 한경연은 정책건의서를 통해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반대하는 이유로 크게 네 가지를 꼽았다.

가장 먼저 정부의 기업 경영에 대한 개입이 확대될 우려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국민연금이 정부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는 보건복지부장관, 주요 부처의 차관 4명, 국민연금 이사장 등 총 위원 20명 중 6명이 정부 측 위원이다.

또 자국기업의 주식 의결권을 보유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7개국 가운데 기금운용 결정기구의 장이 현직 장관인 경우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따라서 국민연금의 기업에 대한 경영참여 범위가 넓어지는 만큼 정부의 기업경영에 대한 간섭 여지가 확대될 가능성도 높아지게 됐다는 것이 한경연의 설명이다.

두 번째로는 위임 입법의 한계를 벗어난다는 점을 들었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임원의 선·해임 직무의 정지 등을 모두 경영권에 영향을 주는 행위라고 규정하고 있다.

자본시장법 147조 1항은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것’을 ‘임원의 선임, 해임 또는 직무의 정지, 이사회 등 회사의 기관과 관련된 정관의 변경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법률에서 명시적으로 규정한 ‘임원의 선임, 해임 또는 직무의 정지, 이사회 등 회사의 기관과 관련된 정관의 변경 등’에 대한 예외를 두기 위해서는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번 시행령 개정안에서는 일부 행위를 ‘일반 투자’로 분류해 경영권에 영향을 주는 행위에서 배제하고 있다. 이는 법률에서 명시적으로 규정한 사항의 예외를 하위법령으로 추진하는 것으로 하위법령이 상위법령의 위임을 벗어나는 등 법체계적으로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

또 배당 관련 결정은 경영권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를 배제하는 것은 현실과 괴리되는 것은 물론 글로벌 스탠더드와도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배당은 기업의 유동성과 직결되어 투자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배당 결정은 기업의 보유 자금 처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과다한 배당 요구는 회사 존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항이라는 것이다.

미국은 주식배당을 중대한 변화로 분류하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규정은 경영참여 목적의 투자자가 제출할 보고 양식을 정하고 있는데 이 양식에 ‘현재 자본구조나 배당정책에 중대한 변화’를 포함시켜 배당정책의 변화를 전형적 경영참여 목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일본도 배당정책 변경을 중대한 변경으로 간주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 2006년 ‘경영참여 행위’를 사업 ‘지배’ 목적이라는 주관적 기준에서 사업 활동에 ‘중대한 변경 또는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할 목적이라는 객관적 기준으로 변경했다. 이러한 기준 변경에 따라 일본 금융상품거래법은 ‘배당 정책의 중요한 변경’을 경영참여 행위에 포함했다.

한경연은 "배당 관련 활동을 경영권에서 배제하는 것은 기업 현실을 무시하는 것이고 글로벌 스탠더드와도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국민연금의 기업경영 개입이 그 때 그 때 달라질 수 있어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이 증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행령 개정안은 ‘연기금이 사전 공개한 원칙에 따른 기업 지배구조 개선목적의 정관변경’을 경영참여가 아닌 것으로 본다.

즉, 국민연금이 사전 공개한 ‘원칙’은 변경이 가능하기 때문에 추후 국민연금의 판단에 따라 경영 참여의 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이 ‘사전 공개한 원칙’은 국민연금이 제·개정하는 스튜어드십 코드인데 기존 단순투자자가 큰 부담 없이 실질적인 경영참여를 하게 되는 상황에서 이를 자주 개정할 경우 기업의 예측가능성을 떨어뜨려 경영의 불확실성을 높일 수 있다.

한경연은 이번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민연금을 통한 정부의 기업경영 개입 가능성을 확대시켰다는 점에서 기업의 우려를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환익 한경연 혁신성장실장은 “이번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되면 단순투자자의 경영참여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경영참여 확대에 따른 정부의 경영개입 및 경영불확실성 증가 등을 방지하기 위해 이번 시행령 개정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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