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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면 뭐하니, 유재석과 김태호PD의 나비효과


입력 2019.10.07 08:20 수정 2019.10.07 08:19        데스크 (desk@dailian.co.kr)

<하재근의 이슈분석> 언제나 미약한 시작에서 창대한 결과 만들어

<하재근의 이슈분석> 언제나 미약한 시작에서 창대한 결과 만들어

ⓒMBC 포스터 ⓒMBC 포스터

유재석의 단순한 드럼에서 시작된 음악 릴레이가 퍼져나가며 놀라운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MBC ‘놀면 뭐하니?’에서 벌어진 일이다. 김태호 PD는 유재석에게 가장 단순하고 보편적인 드럼 비트를 녹음하게 한 다음, 그것을 다른 뮤지션에게 전달해 노래를 완성하도록 했다.

음원 파일을 받은 뮤지션이 건반이면 건반, 기타면 기타, 이런 식으로 자신의 부분을 추가해 녹음한 다음 그 파일을 다른 뮤지션에게 건네는 방식이다. 설계도가 있는 상태에서 각자의 부분을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 것도 없는 백지 상태에서 한 층씩 쌓아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그 결과를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다.

프록그램은 처음에 유희열과 이적, 이 두 뮤지션에게 파일을 넘겼고 그래서 크게 두 갈래의 흐름이 만들어졌다. 이들이 다음 뮤지션을 지목하는 과정에서 다시 갈래가 나뉘어져 생각지도 못했던 여러 개의 결과물로 확장되는 중이다.

이 과정에서 기타, 베이스기타, 건반, 드럼 등 다양한 악기의 연주자들이 부각됐다. 보통 가요계에선 기본적으로 가수가 주목 받고 그 다음엔 작곡가 정도가 주목 받는다. 연주자들은 존재감이 거의 없는 게 현실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밴드 문화가 아주 약하기 때문에 연주자는 보통 투명인간 취급을 받는다.

하지만 ‘놀면 뭐하니?’에선 연주자들이 음악을 하나씩 쌓아나가는 과정에 주목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연주자들과 악기가 부각됐다. 똑같은 드럼 리듬을 가지고도 각 연주자의 개성과 기획에 따라 전혀 다른 음악이 탄생한다는 걸 시청자들이 실감하고 있다. 오랜 기간 세션이란 이름으로 묶여 배경에서만 활동했던 뮤지션도 이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놀면 뭐하니?’의 의미 있는 성과다.

이 프로그램은 시청자뿐만 아니라 뮤지션에게도 자극이 돼서, 유브이처럼 자발적으로 유재석의 드럼 소리에 음악을 입히는 가수까지 나타났다. 이들은 ‘놀면 뭐하니?’에서 그전까지 나왔던 요즘의 핫한 방식의 음악이 아닌 전혀 다른 갈래의 음악으로, 얼마나 다양한 상상이 가능한 지를 몸소 보여줬다.

시청자에게 음악을 각 악기별로 집중해서 듣는 체험을 선사하고, 무대 뒤편에 있었던 연주자들을 전면에 내세우며, 음악적 상상력의 지평을 넓혀주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 유재석의 드럼 성취를 통한 대리만족과 드럼 인구 증가의 효과도 있다. 처음 드럼의 ‘드’자도 몰랐던 유재석은 최근 몇 주간의 학습을 통해 마침내 기초적인 수준의 클럽 공연을 할 수 있을 정도로까지 성장했다. 이런 도전과 성장의 모습이 대리만족을 주면서, 동시에 드럼과 같은 악기를 취미로 즐기겠다는 사람들을 양산한 것이다. 마침 요즘 한국사회는 ‘저녁이 있는 삶’이 화두가 되면서 취미활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이다. 이런 시기와 맞물려 유재석의 드럼 도전이 상당한 문화적 파급효과를 낳을 수 있다.

언제나 미약한 시작에서 창대한 결과를 내곤 했던 ‘무한도전’의 김태호 PD가 유재석과 함께 다시 ‘사고’를 친 것이다. ‘무한도전’ 종영 후 많은 시청자들이 아쉬움을 토로했다. ‘무한도전’의 빈자리를 채운 대체 프로그램도 없었다. ‘놀면 뭐하니?’의 유재석 도전 시리즈가 모처럼 그 빈자리를 채워주고 있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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