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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시대 개막' 업적 욕심 못내려놓는 文정부


입력 2019.10.10 05:00 수정 2019.10.10 05:55        이배운 기자

비핵화 합의·파기 반복해온 30년…北핵 악순환 '진행형'

남북 핵 불균형 고착화 위기…정세인식은 '무사안일'

비핵화 합의·파기 반복해온 30년…北핵 악순환 '진행형'
남북 핵 불균형 고착화 위기…정세인식은 '무사안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조선중앙통신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 한다"

한때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널리 퍼지다 지금은 유통기한이 한참 지난 유행어다. 그러나 유행어가 담고 있는 단순 명쾌한 교훈은 오늘날 한반도 북핵 외교 정세에도 적용되는 모양새다.

북한은 지난 30여년간 국제사회와 맺은 핵폐기 약속을 수차례 뒤집으면서 지금의 핵무력을 완성했다. 궁지에 몰렸을 땐 냉각탑을 폭파시켜 국제사회를 안심시켰고, 적절한 타이밍에 한미의 태도를 트집 잡아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재개했다.

재작년 11월 북한은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더니 갑자기 3개월 뒤에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의지를 밝혔다. 정부는 서둘러 북측 방남단을 위한 레드카펫을 깔았고,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을 잇따라 발표하면서 '진정한 한반도 평화의 시대가 왔다'고 축배를 들었다.

그렇게 갑작스럽게 찾아온 평화는 반년 만에 자취를 감췄고 한반도에는 또다시 짙은 먹구름이 드리웠다. 내일 당장 성사될 것만 같았던 CVID, 종전선언, 평화통일은 기억에서 사라졌고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이라는 '궁극의 핵무기' 위협이 떠올랐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북한은 '한반도 평화시대 개막' 업적을 역사책에 싣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욕심을 간파했을 것이다. 아울러 남북 평화 분위기가 지속돼야만 그간 정부정책의 정당성을 얻고 지지율을 사수할 수 있다는 약점도 꿰뚫고 있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고 맹비난을 퍼부어도 정부가 '합의 위반은 아니다', '평화는 계속되고 있다'며 분위기 수습에 주력하는 이유다.

문제는 앞으로다. 지금은 한반도에 긴장감이 감돌고 남북대화는 단절됐지만 북한은 전략적 이익을 챙기기 위해 언젠간 또다시 남한에 손을 내밀 가능성이 크다. '남북평화 위업 달성'이라는 욕심을 버리지 못한 정부는 '먼 길을 돌아온 끝에 진정한 한반도 평화의 시대가 왔다'고 기뻐하며 또다시 축배를 들 것이다.

전과 차이가 있다면 북한은 남한뿐만 아니라 미국까지 타격 가능한 핵무기를 갖췄다는 불편한 진실이다. 몸값을 극대화 시킨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 협상을 얻어내면 핵 없는 한국은 북한 핵을 평생 머리에 이고 살 수 밖에 없다.

외교·군사적으로 절대적 우위를 점한 북한이 장기적으로 남한을 어떻게 대할지 속단할 수 없으나, 우리의 자유민주주의 가치와 국익에 부합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배운 정치사회부 기자 ⓒ데일리안 이배운 정치사회부 기자 ⓒ데일리안
그렇게 시간이 속절없이 흐르다 어느 날 북한이 또 험악한 표정을 지으면 정부는 납작 엎드려 평화 분위기가 다시 조성되기만 기다릴 것이다. 곧이어 북한이 미소를 지으면 정부도 활짝 미소로 화답하며 '이번엔 정말로 틀림없이 진짜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왔다'고 축배를 들 것이다.

이처럼 북한 핵폐기를 놓고 30년째 거듭되고 있는 실수는 앞으로도 반복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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