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만해?] 오늘도 버티고 있는 당신에게…영화 '버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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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편집시간 : 2019년 11월 22일 21:39:48
    [볼 만해?] 오늘도 버티고 있는 당신에게…영화 '버티고'
    '러브픽션' 전계수 감독 연출
    천우희 유태오 정제광 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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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 2019-10-13 08:00
    부수정 기자(sjboo71@dailian.co.kr)
    천우희 주연 '버티고' 리뷰
    '러브픽션' 전계수 감독 연출


    ▲ '버티고'는 현기증 나는 일상, 고층빌딩 사무실에서 위태롭게 버티던 '서영'(천우희)이 창 밖의 로프공과 마주하게 되는 아찔한 고공 감성 영화.ⓒ트리플픽쳐스, 영화사 도로시

    "오늘 하루도 잘 버텼다. 몹시 흔들렸지만."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말이다. 힘들고 견디기 힘들 때 누군가는 말한다. '버텨라, 버티는 자가 승리한다'고. 하지만 버티는 게 최우선일까. 최악의 상황에 몰릴 때 우리는 어디에서 희망을 찾아야 할까.

    영화 '버티고'는 30대 직장인 서영(천우희)을 통해 우리네 삶을 들여다본다. 계약직 직원 서영의 일상은 위태롭게 흔들린다. 그녀를 따뜻하게 보듬어줄 가족의 울타리는 무너진 지 오래고, 회사에서는 재계약 시즌 탓에 불안하다.

    얼마 전부터는 고층 건물에 있는 사무실에 들어서면 이명과 현기증이 심해지는 증상까지 생겼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들어하는 그가 유일하게 의지하는 사람은 남몰래 사내 연애 중인 진수(유태오). 하지만 진수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서영을 지탱하던 모든 끈은 끊어져 버린다.

    버틸 수 없다고 느낀 서영은 창밖에서 로프에 매달린 채 자신을 지켜보는 로프공 관우(정재광)와 마주한다.

    영화는 전계수 감독이 대학 때 쓴 시 '널빤지 위의 사랑'을 모티브로 감독 데뷔 전 해외에서 3년 차 직장생활을 이어가던 때에 자신의 마음을 서영에 투영해 쓴 시나리오에서 출발했다.

    주인공 서영의 감정선을 따라 흐르는 작품이다. 서영의 표정, 눈빛, 흔들림 하나하나가 스크린에 펼쳐진다. 서영은 연인 진수와 함께할 때 외에는 웃지 않는다. 그를 보호해줘야 하는 가족은 차라리 없었으면 하는 '짐'과 같다.

    ▲ '버티고'는 현기증 나는 일상, 고층빌딩 사무실에서 위태롭게 버티던 '서영'(천우희)이 창 밖의 로프공과 마주하게 되는 아찔한 고공 감성 영화.ⓒ트리플픽쳐스, 영화사 도로시

    직장 내 위치는 아슬아슬하다. 일만 잘한다고 해서 정규직이 되지 않는 게 현실. 상사에게 잘 보여야 하고 눈치도 봐야 하고 자기 의견을 주장하지 못한다.

    유일하게 그를 잡았던 끈인 연인과 이별로 서영의 감정은 곤두박질친다. 그런 그를 잡아준 사람은 로프공이다. 영화는 평범한 인물들을 고층건물과 로프공이라는 소재로 엮어 색다른 시선으로 바라봤다.

    결말에서 보여준 서영의 선택은 안쓰럽다. 영화는 서영이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와 나락에 빠진 상황에서도 희망이 있다는 삶의 이치를 길어올린다.

    '러브픽션', '삼거리극장'을 만든 전계수 감독이 연출했다.

    전 감독은 "섬세한 감정선을 다루는 영화라 여성 캐릭터로 선정했다"며 "선영 외에 다른 캐릭터는 직장 생활할 때 겪었던 직장 동료들을 참고했다"고 전했다.

    결말에 대해선 "서영을 지탱했던 모든 끈이 끊어지고 희망이 사라졌다고 생각한 순간, 의외의 곳에서 빛을 발견하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며 "'모든 걸 잃었을 때 삶을 어떻게 이어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 만들어낸 장면이다. 이 장면 하나를 위해 이야기를 썼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서영에게 손을 내미는 누군가가 있었다면 했다"며 "힘들 때 누군가 내게 따뜻한 손길이 있다는 걸 얘기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 '버티고'는 현기증 나는 일상, 고층빌딩 사무실에서 위태롭게 버티던 '서영'(천우희)이 창 밖의 로프공과 마주하게 되는 아찔한 고공 감성 영화.ⓒ트리플픽쳐스, 영화사 도로시

    영화는 큰 사건 없이 인물의 감정선에 의지하다 보니 상영 시간 114분이 길게 느껴진다. 몇몇 장면은 과감하게 편집했으면 나을 뻔했다. 영화 전체를 지배하는 우울하고 무거운 분위기도 관객 사이에서 호불호가 갈릴 듯하다.

    전 감독은 "그는 이 영화의 동력은 서사가 아닌 서영이라는 인물의 감정의 흐름과 그를 지탱하고 있는 감각이 무너지는 과정이다. 이런 시도가 조금은 무모한데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다"고 솔직하게 얘기했다.

    영화엔 날짜와 날씨가 17차례 등장한다. 서영의 심리 상태이자 그날 일어날 일을 예고하는 장치로 쓰였다.

    천우희는 최근 종영한 JTBC '멜로가 체질' 속 밝은 캐릭터와는 전혀 다른 역할을 준수하게 연기해냈다.

    '버티고'가 천우희에게 많이 기댄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연기가 뛰어나다. 누구 하나 의지할 수 없는 한 인물의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낸 덕이다.

    10월 17일 개봉. 114분. 15세 관람가.[데일리안 = 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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