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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G 2000억 유증, ‘승계작업’ 속 흔들리는 투심


입력 2019.10.13 06:00 수정 2019.10.13 04:01        백서원 기자

3세 경영 신호탄 쏜 아모레…앞서 CJ도 신형우선주 발행

증권가 “목적은 승계”…주가희석 우려에 아모레G 11% 급락

3세 경영 신호탄 쏜 아모레…앞서 CJ도 신형우선주 발행
증권가 “목적은 승계”…주가희석 우려에 아모레G 11% 급락


아모레퍼시픽그룹 본사 전경.ⓒ아모레퍼시픽 아모레퍼시픽그룹 본사 전경.ⓒ아모레퍼시픽

아모레퍼시픽그룹(아모레G)이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 그룹주 주가가 엇갈리고 있다. 이번 유상증자를 경영권 승계를 위한 밑그림으로 보는 증권가 분석이 잇따르자 투자심리가 요동친 것이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상증자에 나선 아모레G는 주가 희석 우려로 지난 11일 전일 대비 11.17% 하락한 6만36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반면 아모레퍼시픽은 3.10% 오른 14만9500원을 기록했다. 아모레G가 아모레퍼시픽 주식을 장내매수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됐다.

아모레G는 10일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한다고 공시했다. 발행가액은 주당 2만8200원이며 신형우선주 709만2200주를 발행한다. 조달된 자금 2000억원 중 1600억원은 아모레퍼시픽 지분 매입에 쓰고 나머지 400억원은 오설록 사업 투자 금액에 활용할 예정이다.

아모레G 측은 유상증자 목적을 기업 지배구조 강화라고 설명했지만 시장에서는 경영 승계 작업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아모레G가 2000억원을 들여 아모레퍼시픽 주식을 매입하더라도 지분 증가율은 2.3%에 그친다. 현재 아모레G의 보유 지분(35.4%)을 고려하면 아모레퍼시픽에 대한 지배력은 이미 의심할 수 없는 사안이란 지적이다. 아모레퍼시픽 주식 취득 기간이 내년 12월까지인 것을 감안하면 주가 단기부양효과도 적다.

이선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유상증자는 표면적으로 아모레퍼시픽에 대한 주가 부양 의지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결국 목적은 승계가 목적인 신형우선주(전환우선주)의 발행”이라며 “아모레퍼시픽의 주가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이벤트로, 보통주인 아모레G 보다는 향후 상장할 아모레G 신형우선주가 투자 매력이 높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지난 2006년 발행한 아모레G2우B는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서경배 회장의 장녀인 서민정씨에게 증여한 전환우선주다. 2016년 12월 보통주로 전환되면서 서민정씨가 아모레G 지분 2.93%을 보유하게 됐다.

전환우선주는 매입한 뒤 일정 기간이 지나면 보통주로 전환되는 주식으로 만기일까지 보유하면 배당과 의결권을 확보할 수 있다. 최근 경영권 승계를 앞둔 CJ그룹도 전환우선주를 발행했다. 이 연구원은 “우선주는 평균적으로 보통주 대비 30~40% 할인된 값에 거래되기 때문에 지분율을 늘려야 하는 후계자 입장에서는 신형우선주를 싼 값에 매입해 향후 보통주로 전환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아모레G의 신형우선주 발행가액은 2만8200원이다. 올해 우선배당금은 705원으로, 배당수익률은 2.5%다. 향후 총수일가가 높은 배당금을 재원으로 추가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 연구원은 또 “(아모레G가) 신주인수권을 양도할 수 있게 설정했는데 만약 서 회장이 가진 신주인수권을 서 씨에게 전량 양도한다면 서 씨는 향후 3.4%의 아모레G 지분을 추가적으로 보유할 수 있게 된다”고 짚었다.

손효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아모레G의 현금관련자산이 2730억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상증자를 통해 아모레퍼시픽 지분확대를 했다는 점, 통상 신형우선주는 승계 작업에 활용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노이즈가 생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손 연구원은 “주식희석으로 아모레G에게는 부정적”이라며 “이번 증자로 인한 아모레G의 희석률은 6%”라고 진단했다.

반면 이번 유상증자가 승계를 염두에 뒀다고 보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노희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유상증자의 우리사주 우선배정 비율은 20%로 구주주 1주당 배정 비율은 0.0686641에 불과하다”며 “서씨가 최대 물량을 확보한다고 하더라도 약 17만주에 그쳐 발행 후 10년이 되는 날 보통주로 전환돼도 지분율 변동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노 연구원은 “다만 참가적우선주로 추가 배당 수취가 가능하기 때문에 향후 지분 승계의 재원 마련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번 아모레G 유상증자 및 아모레퍼시픽 지분 매입은 기업지배구조강화 목적이 가장 크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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