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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의 아픈 손가락 쏘울…"SUV"라 외쳐도 소용없어


입력 2019.10.18 06:00 수정 2019.10.18 04:49        박영국 기자

낮은 지상고로 비선호 차종 '해치백' 인식

8월 이후 월평균 판매 100여대 '군소모델' 전락

낮은 지상고로 비선호 차종 '해치백' 인식
8월 이후 월평균 판매 100여대 '군소모델' 전락


쏘울 부스터 2019년 월별 판매실적. ⓒ데일리안 쏘울 부스터 2019년 월별 판매실적. ⓒ데일리안

올해 1월 출시된 기아자동차 쏘울 3세대 모델(쏘울 부스터)이 국내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기아차는 2세대 쏘울이 부진했던 과거를 교훈삼아 3세대 쏘울에 ‘소형 SUV’의 이미지를 덧씌우며 마케팅했으나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18일 기아차에 따르면 올해 1월 출시된 쏘울 부스터는 9월까지 총 4873대가 판매됐다. 2세대 모델이 판매되던 지난해 1~9월(2315대)과 비교 하면 두 배를 넘는 수준이지만 월별 판매실적을 보면 그리 긍정적인 숫자는 아니다.

2세대와 판매가 병행되던 출시 첫 달 259대로 출발한 쏘울 부스터는 판매가 본격화된 2월 596대로 나름 신차효과를 발휘했다.

3월에는 무려 1166대까지 판매가 치솟았다. 물론 이 때부터 별개의 시장을 가진 전기차(EV) 모델이 합류한 덕이 컸지만 전기차 388대를 제외해도 1.6 터보 모델로만 778대를 팔았다.

하지만 신차 론칭효과가 약해지는 시기인 네 번째 달부터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4월 943대, 5월 688대, 6월 503대, 7월 367대 등으로 매월 급감하다 8월(175대)과 9월(176대)은 200대에도 못 미치는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기아차는 쏘울 부스터 출시 초기부터 ‘소형 SUV’로 마케팅했다. 애초 ‘준중형 박스카’로 불렸던 쏘울을 차급을 낮춰 가면서까지 SUV로 정의한 것은 ‘SUV 천국’이자 ‘해치백 지옥’인 국내 시장 트렌드에 맞추기 위함이었다.

2008년 출시된 1세대 모델은 박스카 열풍을 타고 큰 인기를 끌었고, 2010년까지만 해도 월 2000대 판매를 넘나들던 볼륨모델이었다. 하지만 모델 노후화에 따라 2011년 월평균 1300대, 2012년 월 550대 수준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모델 노후화를 만회해 줄 2세대 모델이 2013년 출시됐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그해 10월 말 출시돼 11월부터 본격 판매를 시작한 2세대 모델은 첫 달 670대, 12월 708대에 그쳤다. 이후로도 계속 판매가 줄다 결국 월평균 200여대 수준의 군소 모델로 전락했다.

2세대 모델의 부진 원인은 디자인이다. 박스카 이미지가 강했던 1세대보다 전고를 낮추고 디자인을 좀 더 날렵하게 뽑으면서 오히려 해치백에 가까운 스타일이 됐다. 물론 당시 디자인은 쏘울의 주력 시장인 미국에서는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해치백을 ‘짐차’로 생각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3세대 쏘울 부스터에서도 다시 박스카로 회귀하려는 노력은 없었다. 어차피 주요 타깃은 미국 시장이었기 때문이다. 대신 국내에서는 이를 ‘소형 SUV’로 마케팅하며 한참 불고 있는 소형 SUV 열풍에 편승을 시도한 것이다.

사실 SUV나 해치백이나 2박스에 5도어 형태라는 데는 별 차이가 없다. 가장 큰 차이는 지상고와 전고다. 쏘울 부스터는 태생이 박스카였기 때문에 전고는 소형 SUV 못지않다. 쏘울 부스터의 전고는 1615mm로 쌍용차의 소형 SUV 티볼리와 동일하고, 현대차 코나(1565mm)보다 오히려 높다.

문제는 지상고다. 아무리 SUV 중에서도 도심형이 대세라지만 웬만한 바닥의 요철은 무시할 만한 지상고는 돼야 하는데 쏘울 부스터의 지상고는 일반 세단이나 해치백 수준이다. 굳이 오프로드를 달리지 않더라도 스타일 면에서 SUV 분위기가 풍기지 않는다.

결국 ‘소형 SUV 이미지 덧씌우기’가 소비자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쏘울 부스터도 국내에서는 2세대의 전철을 밟는 모양새다.

완성차 업계 한 관계자는 “소형 SUV 시장에서 선택권이 별로 없다면 모를까 여러 종의 모델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형 SUV와 정확히 가격대가 겹치면서도 SUV로 인정받지 못하는 쏘울 부스터가 선호받긴 힘들다”며 “특히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기아차의 소형 SUV 셀토스의 존재가 쏘울 부스터에게 치명적인 타격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쏘울 부스터의 월 판매실적이 100여대 수준으로 급락하기 시작한 시점은 셀토스의 판매가 본격화된 8월이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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