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장관까지 사과한 '깜깜이 남북축구'…어쩌다 이 지경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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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편집시간 : 2019년 11월 18일 12:01:19
    통일부장관까지 사과한 '깜깜이 남북축구'…어쩌다 이 지경 됐나
    관중·중계·취재 불가에 이어 대내 보도 無
    '선전용' 가치 떨어지니 '무보도' 원칙 세웠을 가능성
    태영호 "한국 이겼으면 손흥민 다리 부러졌을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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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 2019-10-17 15:00
    최현욱 기자(hnk0720@naver.com)
    관중·중계·취재 불가에 이어 대내 보도 無
    '선전용' 가치 떨어지니 '무보도' 원칙 세웠을 가능성
    태영호 "한국 이겼으면 손흥민 다리 부러졌을수도"


    ▲ 평양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북한 축구대표팀의 2022 카타르 월드컵 2차예선 경기가 북한 측의 몽니로 인해 無관중·無중계라는 촌극으로 치러졌다. ⓒ요아킴 베리스트룀 북한 주재 스웨덴 대사 트위터

    평양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북한 축구대표팀의 2022 카타르 월드컵 2차예선 경기가 북한 측의 몽니로 인해 無관중·無중계라는 촌극으로 치러진 가운데, 북한 관영 매체들은 17일 오전까지 해당 경기 내용에 대한 대내보도를 일절 하지 않아 ‘깜깜이 남북축구’를 둘러싼 논란은 경기가 종료된 후에도 이어졌다.

    실제 북한 매체들은 경기가 열린 지난 15일 밤 현지 주민들은 볼 수 없는 외신용 통신으로 무승부 소식을 짤막하게 전한 것 외에는 침묵을 지켰다. 북한이 참여하는 스포츠 행사의 결과를 다음 날 보도하는 북한 측의 관례에 비추어 사실상 ‘무보도’ 원칙을 세운 것임을 유추할 수 있다.

    관중·중계 불가 방침에 이어 대내 보도까지 생략한 북한의 이러한 행보는 계속해서 악화 돼가는 국제 사회에서의 입지와 주변 정세에 기인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의 결렬 등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심기가 불편한 상황에 경기 결과마저 좋지 못 했으니, 성과에 대한 과시를 좋아하는 북한 당국의 특성상 ‘선전용’으로서의 가치가 확연히 떨어진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태영호 전 주영국 북한공사는 16일 열린 동아일보 강좌 ‘NK 프리미엄 네트워크’에서 “13일은 북한의 체육절이었다. 만약 북한이 졌더라면 김 위원장 얼굴에 똥칠을 하는 것”이라며 “만약 한국이 이겼다면 손흥민 선수 다리가 하나 부러지든지 했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당사자인 손흥민 선수도 귀국 인터뷰에서 “다치지 않고 돌아온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라 생각할 정도로 거칠었던 경기”라며 “그 쪽 선수들이 상당히 예민하고 거칠게 반응했다. 심한 욕설도 많았다”라고 험악했던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외신도 관심…"北, 한국에 지는 게 끔찍했을 것"
    '기이한' 경기에 조소 보내기도


    외신들도 이 같은 견해에 합류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지는 해당 경기를 ‘기이한(bizarre)' 경기로 표현하며 “북한 당국으로서는 자국 관중들조차 경기장에 입장하지 못 하게 했지만, 그들의 강력한 라이벌인 한국에게 패배할 수도 있다는 점이 매우 끔찍했을 것 (It seemed the prospect of a possible defeat by their fierce southern rivals was too awful for the North Korean leadership to contemplate, since they even denied their own fans the right to attend the game.)”이라고 분석했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조소를 보내기도 했다. 이들은 ‘역대 가장 비밀스러운 월드컵 예선 경기(The most secretive World Cup qualifier ever)’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계도, 관중도, 외신도, 심지어 골도 없었다!”라고 비꼬았다.

    외통위 국감서 정치권 화살 정부 향해
    유기준 "이런 마당에 남북 공동올림픽이 가능한 일인가"
    김연철 "장관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죄송하다"


    ▲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통일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한편 남북축구를 놓고 정치권의 화살은 정부를 향했다. 이날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김연철 통일부장관과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성토가 이어졌다.

    유기준 자유한국당 의원은 “세계에서도 정말 이례적인 일로 보도되고 있다”라며 “남북축구를 무관중으로 치르고 중계도 되지 못한 마당인데, 문재인 대통령은 서울·평양 공동올림픽 주최를 하겠다고 했다. 이게 가능한 일이냐”고 질타했다.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북한에 대한 실망과 불만을 표현하며 당당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 바람직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국감에 출석한 김연철 통일부장관은 “장관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데일리안 = 최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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