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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기상천외 북한의 손님맞이, 이러고도 공동개최?


입력 2019.10.19 07:00 수정 2019.10.19 04:56        데일리안 스포츠 = 김평호 기자

2박 3일 방북 일정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

무관중·무중계 감행, 월드컵 공동개최 악영향

2박 3일 방북 일정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
무관중·무중계 감행, 월드컵 공동개최 악영향


15일 오후 북한 평양 김일성 경기장에서 열린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3차전 대한민국과 북한 경기에 선수들이 입장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15일 오후 북한 평양 김일성 경기장에서 열린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3차전 대한민국과 북한 경기에 선수들이 입장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시작부터 기이했던 29년 만에 평양 원정길의 뒷맛이 개운치 않다.

평양에 갔던 남자 축구대표팀이 지난 1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면서 큰 관심 속에서 열렸던 방북 일정이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됐다.

평양에서의 2박 3일은 기이했다.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응원단도, 취재진도, 생중계도 허락하지 않았던 북한은 우리 선수들의 휴대폰은 물론 책 반입조차도 금지시켰다. 챙겨간 고기와 해산물 등 식자재도 사전 신고를 거치치 않아 모두 뺏겼고, 결국 식사는 호텔 내 음식으로만 가능했다.

호텔에 머무는 동안에는 밖에 나갈 수도 없었고, 외부인도 들어올 수 없었다는 사실도 전해졌다. 사실상 감금이나 다름없었다.

그라운드 위에서는 폭력과 욕설이 난무하는 등 북한 선수들이 다소 거칠게 반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이날 경기는 FIFA 공인 국제대회임에도 무관중 경기로 치러져 또 한 번의 충격을 자아냈다. 외신들도 “비현실적인 월드컵 예선”, “기괴한 경기”, “유령 경기”라는 표현을 써가면서 놀라움을 에둘러 표현했다.

누가 봐도 비정상적인 경기를 감행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 대해 누구도 강경하게 나가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결과적으로 아쉬움이 남는다. 남북 평화분위기 조성에 악영향을 끼칠까 ‘저자세’로 나왔다 하더라도 결국에는 북한에도 악영향을 끼치게 됐다.

15일 오후 북한 평양 김일성 경기장에서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3차전 대한민국과 북한 경기가 무관중으로 열리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15일 오후 북한 평양 김일성 경기장에서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3차전 대한민국과 북한 경기가 무관중으로 열리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취재의 제한이나 아무런 예고도 없이 무관중 경기를 감행했던 북한의 돌발 행동은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선수들은 물론 국민들의 반북 감정도 커진 분위기다. 평양 원정 이후 정부는 냉랭해진 남북관계로 속앓이를 하게 생겼다.

2023 FIFA 여자 월드컵의 남북 공동개최를 희망하는 정부의 구상도 힘을 잃을 가능성이 커졌다. 평양을 직접 찾은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은 북한의 대회 운영에 큰 실망감을 토로하면서도 월드컵 남북 공동개최에 빨간불이 들어온 상태다.

우리 선수단을 맞이한 북한의 태도는 해도 해도 너무했다. 외부 손님을 이렇게 대접하는 법은 없다. 스스로 월드컵 개최 자격이 없다는 것을 만천하에 드러낸 셈이다.

시작부터 기이했던 평양 원정은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됐다. 협회나 정부 차원의 강경하고 적극적이지 못했던 대응이 아쉬움으로 지적되고 있는 가운데 ‘받은 대로 돌려주기’를 바라는 온 국민의 뜨거운 관심과 열망은 월드컵 공동개최보다는 내년 6월 4일로 예정된 북한과의 리턴매치에 쏠리고 있다.

김평호 기자 (kimrard1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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