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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혁명, 선진 사례에서 배우자-상] 美 '프라이머리'의 미학


입력 2019.10.19 02:00 수정 2019.10.19 04:50        정도원 기자

총선 공천 때마다 흉흉한 단어들 지면 장식

4년마다 '고기갈이' 해도 정치는 제자리걸음

미국·영국·독일 등의 공천 제도는 어떨까

총선 공천 때마다 흉흉한 단어들 지면 장식
4년마다 '고기갈이' 해도 정치는 제자리걸음
미국·영국·독일 등의 공천 제도는 어떨까


찍어내기·칼바람·물갈이·살생부·학살·수술대·표적·배제·사천(私薦)·밀실·거수기·외압·항명·불복… 총선만 다가오면 살벌하고 흉흉한 단어들이 여의도를 뒤흔들고 신문과 방송을 장식한다.

총선을 치를 때마다 초선 의원 비율이 40%에 달할 정도로 끊임없이 '고기갈이'를 해댔지만, 우리 정치는 제자리걸음 내지는 퇴보라는 평이다. '고기' 공직후보자보다도 '물' 공직후보자 공천제도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데일리안은 총선을 반 년 앞두고 미국·영국· 독일 등 선진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공천제도를 어떻게 운영하는지 살펴보는 순서를 마련했다.

미국 상원의원 선거를 앞두고 공화당의 후보자 지명을 받기 위해 예비선거에 나선 두 후보자가 자유(Liberty)라고 쓰인 단상 위에 나란히 서서 토론을 벌이고 있다. ⓒ뉴시스 미국 상원의원 선거를 앞두고 공화당의 후보자 지명을 받기 위해 예비선거에 나선 두 후보자가 자유(Liberty)라고 쓰인 단상 위에 나란히 서서 토론을 벌이고 있다. ⓒ뉴시스

미국은 정당의 공직후보자 공천을 철저히 상향식인 프라이머리(Primary, 예비선거)를 통해 부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미국의 예비선거는 1970년대에 급속히 확산됐다. 배경에는 1968년과 1972년 대선에서 공화당의 리처드 닉슨 후보에게 연거푸 참패한 미국 민주당의 반성적 고려가 깔려 있다.

1968년 대선에서 민주당 지도부는 린든 존슨 당시 대통령의 의중대로 휴버트 험프리 부통령을 후보로 내세웠으나, 남부에서 인기가 높던 조지 월리스가 불복하며 분당(分黨)을 결행, 미국독립당을 창당하고 독자 출마했다. 민주당은 이 해 시카고에서 개최한 대선후보 지명을 위한 전당대회도 폭력 사태에 휩쓸렸을 정도로 극심한 분열을 겪었다.

민주당은 1972년 대선에서 조지 맥거번을 내세웠으나 또다시 당내 분열에 휩싸이며 더 큰 패배를 겪었다. 1960년에 존 F 케네디를 내세워 이미 꺾은 적이 있었던 닉슨에게 두 차례나 연거푸 참패하자, 민주당은 분열을 막고 모든 참여자가 승복할 수 있는 상향식 공천 제도인 프라이머리를 대대적으로 채택하고 확산시켰다.

예비선거 제도는 확고하게 뿌리내려 이제는 미국 선거제도의 특징 중 하나가 됐다. 즉, 본 선거(Election) 전에 치러지는 후보자 지명(Nomination)도 선거의 방식으로 치러짐으로써 미국의 선거는 복식 선거(Double Election)라는 특징을 가진다. 정당의 공천, 즉 후보자 지명 과정도 예비선거를 통해 철저히 상향식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미국, 공천 방식으로 프라이머리 뿌리 내려
후보자 지명 위한 예비선거와 본 선거 치러
당의 분열을 막고 모든 참여자가 승복 가능


미시시피 주 당내 예비선거를 위한 투표소를 한 유권자가 지나가고 있다. ⓒ뉴시스 미시시피 주 당내 예비선거를 위한 투표소를 한 유권자가 지나가고 있다. ⓒ뉴시스

따라서 정당의 공천이 곧 후보자 지명을 위한 예비선거인데, 이는 크게 두 종류로 나눠진다. 개방형 예비선거, 이른바 '오픈 프라이머리(Open Primary)'와 폐쇄형 예비선거(Closed Primary)다.

개방형 예비선거는 예비선거에 참여한 지역민에게 각 정당의 후보자명이 인쇄된 한 장의 투표용지가 주어진다. 지역민은 자신이 희망하는 후보자에게 투표하면 된다.

투표자에게 후보자 선택의 자유를 광범위하게 부여하는 게 장점이지만, 단점으로는 반대 정당이나 노동조합 등 조직된 제3자가 예비선거에서 역선택을 통해 유력하지 못한 후보자를 당선시켜 본선에서 패배시키는 공작을 할 수 있다는 점이 거론된다.

미국연방선거위원회도 "개방형 예비선거의 경우, 본선에서 자기 정당 후보자를 당선시키려는 의도에서 반대 정당의 예비선거에 참여해 약체 후보에 투표하는 이른바 역선택(Cross-over Voting)을 방지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폐쇄형 예비선거(Closed Primary)는 투표 참여시에 특정 정당을 지지한다고 밝힌 당원과 일반 유권자만 해당 정당의 예비선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폐쇄형 예비선거는 참여하는 투표자를 확인하는 방식을 놓고 다시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뉘어진다.

등록제(Enrollment System)는 당원명부에 등록돼 있는 유권자만 그 정당의 예비선거에서 후보자에게 투표할 수 있는 제도다. 이 경우, 예비선거는 당원 경선의 의미로 한정된다.

선서제(Personal Declaration)는 예비선거에 투표하기에 앞서, 자신이 지지·투표하고자 하는 정당이 어느 정당인지 선거관리인에게 선서하고 참여하는 제도다.

심사제(Party Test)는 정당에서 해당 유권자의 소속과 지지 관계를 심사해서 투표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상향식 예비선거 통해 공정하고 투명히 공천
밀실공천·보스정치의 폐단 원천 방지 가능
예비선거 과정에서 지역민 관심 환기도 장점


예비선거 자원봉사자가 '하인즈 군(郡)에서 투표했음'을 알리는 스티커를 투표자들에게 나눠주기 위해 가위로 오리고 있다. ⓒ뉴시스 예비선거 자원봉사자가 '하인즈 군(郡)에서 투표했음'을 알리는 스티커를 투표자들에게 나눠주기 위해 가위로 오리고 있다. ⓒ뉴시스

폐쇄형 예비선거의 장점은 다른 정당 소속의 당원이 침투해 예비선거를 혼란하게 만드는 일이 없으며, 개방형 예비선거보다 정당정치의 책임성이 강화된다는 점이다. 단점은 누구에게 자기 정당의 투표용지를 교부해 예비선거에 참여하게 할지를 결정하는 지지 관계 기준의 설정이 어렵다는 점이 꼽힌다.

미국의 50개 주와 워싱턴 DC에서는 현재 폐쇄형 예비선거를 채택한 주가 27개 주, 개방형 예비선거를 채택한 주가 21개 주, 양자의 방식을 병행하는 주가 3개 주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직후보자 공천 제도로서 예비선거(프라이머리)는 지역민이 후보자를 상향식으로 직접 선출하므로 공천 과정이 더할 나위 없이 공정하다는 게 최대 장점이다. 하향식 공천에서 비롯되는 밀실공천·보스정치의 폐해는 원천봉쇄된다.

또, 예비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후보자들에 대한 지역민의 관심을 환기할 수 있으며, 가망이 없는 후보자는 사전에 걸러지므로 본선에서 후보자가 난립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단점은 후보자와 선거 캠프가 예비선거와 본 선거, 두 차례에 걸쳐 선거운동을 뛰게 된다는 점이다. 게다가 미국은 예비선거와 본 선거 사이의 간격이 상당히 길다. 이 때문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게 되므로, 정치에 뜻이 있더라도 다망(多忙)하거나 재산이 없는 사람은 선거에 입후보하기가 곤란하다는 점이 지적된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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