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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신뢰 떨어질 일만 남았다


입력 2019.10.21 09:00 수정 2019.10.21 08:26        데스크 (desk@dailian.co.kr)

<이진곤의 그건 아니지요> 지지율 80% 진작 잊었어야

유리된 대통령의 원칙과 상식…힘 있을 때 자신을 변화시켜야

<이진곤의 그건 아니지요> 지지율 80% 진작 잊었어야
유리된 대통령의 원칙과 상식…힘 있을 때 자신을 변화시켜야


ⓒ데일리안 ⓒ데일리안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여론 지지율이 하향세를 지속하고 있다. 조사기관이 각각 다르긴 하지만 최근 한 달 새 지지율이 30%대로 추락한 결과가 나온 것이 세 번이다. 하긴 자연스러운 현상이긴 하다. 취임 초기 80%를 넘나들던 지지율이 임기 절반쯤에 이르러 반 토막이 난 것인데 정도의 차이는 있다고 하더라도 현상 혹은 추세 자체는 새로운 게 아니다. 다만 유례없이 높았던 초기 지지율을 너무 믿은 문 대통령과 그 참모들의 오만이 별스럽다고 하겠다.

취임 초, 그러니까 2017년 7월 5일 베를린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만났을 때 받았던 질문을 무겁게 받아들였어야 했다. 메르켈 총리는 “41%의 지지를 받아 당선됐는데 지지하지 않은 나머지 유권자는 어떻게 끌어안을 생각인가”라고 물었다. 문 대통령이 대답하기 전에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거들고 나섰다. “문 대통령께서는 41%의 지지를 받아 당선됐지만, 취임 후 80%를 웃돌면서 사실상 국민통합에 성과를 내고 있다.” 메르켈이 기대한 대답과는 거리가 있었겠으나 재치 있는 방어이긴 했다.

지지율 80% 진작 잊었어야

그런데 강 장관의 끼어들기는 바람직한 행동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지 않았더라면 문 대통령은, 아마도 취임사에서 했던 말처럼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사람도 똑 같은 국민으로 섬기겠다고 대답했을 것이다. 외국 정상과의 대화에서 그 같은 인식과 각오를 다시 다짐하는 기회를 가졌더라면 그의 리더십 스타일은 많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게다가 강 장관이 ‘여론 지지율 80%’를 강조하는 바람에 문 대통령은 그 것으로 자신의 당선을 역사적‧국민적 필연으로 확신하게 됐을 수 있다.

원래 고집이 센 성격이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자연 타협에도 아주 서투를 것이다. 거기에 기록적으로 높은 여론 지지율이 더해졌다. 여론조사 결과는 (아주 웃기게도) 소수점 이하까지 표시된다. 그만큼 신뢰도를 높이는 효과를 갖는다. 문 대통령의 독선 독단 독주의 정치는 이렇게 시작됐다.

그는 자신에 대한 국민의 지지와 신뢰가 떨어진다는 것을 수긍할 마음의 준비를 전혀 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대신 그것을 반대자들의 음모적 비난, 자신의 높은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대중의 무지와 몰이해의 탓이라고 여겨 스스로 위안 삼는 인상을 준다. 그게 아니라면 어떻게 그처럼 북한과 김정은에 대한 친애를 지치지도 않고 고집할 수 있겠는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편애도 다르지 않아 보인다. 조 씨가 불순한 의도를 가진 (자신과 반대쪽에 있는) 대중의 시샘 모함의 피해자로 여겨 왔을 법하다.

조 씨가 장관직을 사퇴한 후에도 문 대통령의 인식은 달라진 것 같지 않다. 그를 억울한 희생자로 여기는 빛이 역력하다. 조 씨의 사퇴 발표 1시간 후에 그는 청와대 수석 및 보좌관 회의를 주제하면서 말했다. “결과적으로 국민들 사이에 많은 갈등을 야기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왜 그 갈등이 야기됐고, 그게 누구의 책임인지는 말하지 않았다. 내심의 거부감이 그대로 묻어나는 말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유리된 대통령의 원칙과 상식

조 씨와 관련해서는 “검찰개혁에 대한 조 장관의 뜨거운 의지와 이를 위해 온갖 어려움을 묵묵히 견디는 자세는 많은 국민들에게 다시 한 번 검찰개혁의 절실함에 대한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검찰 개혁의 큰 동력이 됐다”고 역설했다. 광화문 집회에서 나온 국민의 목소리는 전혀 듣지 않았거나 들었더라도 무시했다는 느낌을 주는 언급이었다. 조 장관이 확고한 개혁의지를 가지고 검찰개혁을 이뤄냈는데, 일부 국민이 ‘온갖 어려움’을 안겨 주었다는 인식을 표출한 것이다. 언론 개혁의 절박성을 함께 강조하면서….

문 대통령은 진작 조 씨를 포기했어야 했다. 개인적인 신뢰가 어느 정도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친형제 같은 감정을 갖고 있었더라도 그 때문에 민심에 등 돌릴 일은 아니었다. 그 이전에 국정을 순리대로 운영하려 노력할 필요가 있었다. 민정수석은 개헌안이나 검찰개혁안 작성을 주도하는 자리가 아니다. 비서는 비서일 뿐이다. 제도를 보완 개정하는 일은 정부의 해당부처에 맡기는 게 옳다. 민정수석의 업무범위를 넘어서는 과제와 권한을 과도한 신뢰까지 얹어 부여한 바람에 고유의 업무는 등한시되었다. 그게 조국 사태의 단초가 되었음을 이제라도 인정할 필요가 있다.

문 대통령은 당선이 확실시 되던 지지난해 5월 9일 밤 지지자들이 광화문 광장에 마련한 무대에서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나라를 꼭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유난히 원칙을 강조했고, 이 점에서는 지금까지 변화가 없었다. 문제는 그 ‘원칙’이라는 것이 그가 함께 강조한 ‘상식’과 유리돼 왔다는 사실이다.

상식을 도외시하는 원칙은 자신만의 고집 혹은 독선이기 십상이다. 그가 역점을 두고 추진했던 정책이 대개 그런 성격의 것이었다. 예컨대 탈 원전, 4대강 보 해체,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비롯한 소득주도 성장정책, 일방적 검찰개혁 방안 확정, 정치적 소통 외면 등 일일이 지적하자면 한이 없다고 할 정도다.

힘 있을 때 자신을 변화시켜야

아마도 자신에 대한 유난스런 지지열기에 자신감을 지속적으로 충전하고 있는 듯이 여겨진다. 그럴 경우 반대자들의 목소리가 들릴 리 없다. 어느새 자신과 자신의 지지세력은 정의의 편, 반대자들은 불의의 편으로 ‘편 가르기’를 하게 되었을 수도 있다. 말 잘하고 선전선동에 능한 좌파들의 말대로라면 자신만큼 선하고 정의로운 대통령을 찾아보긴 어렵다. 현실의 권력자가 빨려 들어가기에 제격인 유혹이다.

드러나고 확인된 조 씨 및 그 일가의 비리 부도덕만으로도 문 대통령과 정부 여당 관계자들, 그리고 지지자들은 부끄러워해야 한다. 그 사람이 누구든, 어떤 행적을 보이든 정치적 반대자들의 공격 대상이 되어 있으니 무조건 옹호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면 ‘민주주의’를 운위하지 말아야 한다. 자신들이 보물처럼 아끼고 비호하고 떠받드는 인물과 그 가족이 인격적으로 그처럼 심한 얼룩을 가진 사람이라면 지지를 철회할 용기나마 보여야 하는 것 아닌가.

단언컨대 문 대통령에 대한 여론 지지율이 다시 반등해서 장기적으로 상승세를 유지하지는 못한다. 그건 어쩔 수 없는 현상이지만 레임덕을 완화시킬 수는 있다. 민심에 순응하는 것이다. 지지자들의 군중 시위에서 동력을 얻으려고 하는 것은 어리석은 선택이다. 비판여론에 귀 기울이고 그 민심에 순응할 줄 알아야 민주정부라 할 수 있다.

아직 힘이 있을 때 민심을 깨달아 자신을 변화시켜야 한다. 힘이 떨어지고 난 후에는 바뀌고 싶어도 바뀔 수 없다는 점을 역사적 경험에서 깨닫기 바란다.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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