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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로' 예고한 유승민 인터뷰…양쪽서 협공 '발칵'


입력 2019.10.21 12:12 수정 2019.10.21 12:45        정도원 최현욱 기자

유승민 "12월 정기국회 끝난 뒤 신당 창당

황교안이 한국당 변화 동의하면 통합 가능"

손학규 격앙·김진태 회의적…'험로' 예고

유승민 "12월 정기국회 끝난 뒤 신당 창당
황교안이 한국당 변화 동의하면 통합 가능"
손학규 격앙·김진태 회의적…'험로' 예고


유승민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 대표(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유승민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 대표(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12월 신당 창당을 예고한 유승민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 대표가 험로(險路)로 접어들고 있다.

바른미래당 당권파에서는 "자유한국당에 받아달라고 애걸하고 있는 것"이라고 공격하는가 하면, 자유한국당 일각에서는 "명분을 세워 신당을 해보려는 것"이라고 선을 긋는 등 양쪽으로부터 협공에 직면해 시작부터 가시밭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유승민 변혁 대표는 21일자 조선일보에 보도된 인터뷰에서 "당 지도부가 지난 4월 패스트트랙 '날치기'에 여권과 협력하는 것을 보고 (탈당) 마음을 굳혔다"며 "12월초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까지 선거법·공수처법을 막아내는 소명을 다한 뒤, 탈당과 신당 창당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날 인터뷰에서 유승민 대표는 보수통합의 선결조건과 내년 총선 출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유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은 역사의 판단에 맡겨 서로 책임을 묻는 일은 중단해야 한다 △'외눈박이' 보수로는 안되고 평등·복지에 대해서도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며 "황교안 대표의 한국당이 이런 변화에 동의한다면 통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내게는 현 지역구(대구 동을)가 험지(險地)"라면서도 "신당에 '수도권 바람'이 중요하다는 차원에서 차출론이 나올 수도 있어 고민"이라고 여지를 열어뒀다.

인터뷰가 보도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바른미래당 당권파는 "4월부터 생각해온 탈당을 왜 12월에 실행하느냐"며 "빨리 나가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으며, 자유한국당 일각은 "이렇게 조건을 달고나오면 진정한 통합이라 보기 어렵다"며 유 대표가 주장한 보수통합에 선을 그었다.

특히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 중 이례적으로 20여 분에 가까운 시간을 유승민 대표를 향해 '융단폭격'을 퍼붓는데 할애했다.

孫 "4월 결심 12월 탈당? 이런 위선 어딨나
한국당 받아달라 애걸하는 것, 빨리 나가라"
金 "조건 어려워…명분 세워 신당하려는 것"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손학규 대표는 "오늘 아침 신문 인터뷰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탈당을 4월부터 생각했다는데, 12월에 실행하겠다고 한다"며 "이런 거짓이 어디 있고, 이런 위선이 어디 있느냐"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솔직해지라. 유 대표는 통합을 애걸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에) 받아달라고 애걸하고 있는 것"이라며 "신당 창당은 '받아주지 않으면 신당을 창당하겠다'는 협박"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나아가 "유 대표는 스스로 원칙주의자라 자부하지만 원칙이 없는 전형적인 기회주의자이며, 계파정치와 분열정치를 앞세운 우리나라 정치에서 분파주의를 대표하는 분"이라며 "4월에 탈당 결심했는데 빨리 탈당해야지, 그동안 뭣을 했느냐. 빨리 나가라"고 등을 떠밀었다.

한국당내 우파 입장을 대변하는 김진태 의원은 정반대의 관점에서 유승민 대표의 인터뷰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김진태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시선집중'에 출연해 "탄핵을 수용하라, 탄핵을 잘한 것이라고 인정하라, 이렇게 하면 우리와 같이 가기 어렵다는 것은 본인도 잘 알 것"이라며 "우리 당에 들어온다기보다 저런 식으로 명분을 만들어 새로운 당을 해보려는 게 아니냐"고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이어 "유 의원의 조건을 유심히 들여다보니 '개혁보수를 하자'는 이야기가 있더라"며 "나는 이렇게 보수에 수식어를 붙이는 분을 좋아하지 않는다. 보수 자체가 별로 안 좋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보수를 부끄러워하는 개혁보수·젊은 보수·따뜻한 보수 이런 분들은 좀 가만히 계시라"며 "보수 자체가 당당하고 멋있는 것이다. 이렇게 당당하게 해서 국민들의 마음을 가져갈 생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유승민 대표가 '15명의 의원들'에 힘을 주며 12월 정기국회를 마친 뒤 탈당과 신당 창당을 공언했지만, 정치권에서는 다름 아닌 그 '15명의 의원들'이라는 지점에 유 대표의 약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 대표는 변혁 소속 15명 의원들이 공수처법을 막아내겠다고 했지만, 공수처법 대안을 대표발의한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이 바로 그 변혁 소속이다. 유 대표가 "변혁 소속 의원들과 회동한 뒤 이런 입장을 확인했다"고 했지만, 과연 일사불란한 의견 합치가 이뤄진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는 관측이다.

유 대표 스스로도 당장 이날 의원회관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오신환 원내대표가 '권은희 대안'의 처리 가능성을 열어둔 것을 가리켜 "변혁 '다수' 의원들은 절대 찬성할 수 없다는 뜻"이라고 살짝 뉘앙스를 고쳤다.

劉, 지역구서 고전…'보스' 역량발휘에 한계
'위크포인트' 공격 집중될듯…정치력 시험대
孫 '갈라치기' 金 '개별복당' 카드로 흔들기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처럼 유 대표가 변혁 의원단 15명에 대한 완전한 통솔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는 국면과 관련해, 정치권에서는 유 대표가 '누구를 국회의원으로 '붙일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한국당 핵심 중진의원은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보스'의 힘은 공천을 줘서 국회의원으로 붙일 수 있는데서 나오는 것인데, 유승민 대표는 지금 누구 손 들어줘서 당선시키는 것은 고사하고 본인 스스로도 (총선이) 힘든 상황 아니냐"라며 "이 지점에 반대파들의 공격이 집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러한 예측은 즉각 현실화됐다는 지적이다. 이날 손학규 대표와 김진태 의원은 일제히 유 대표의 총선 지역구 취약성을 난타했다.

손 대표는 "(유 대표가) 대구가 험지라고 하지만, 대구에서 '배신자'로 찍혀 있다"며 "수도권 출마는 '수도권 차출론'을 핑계로 대구를 떠날 생각만 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김 의원도 "지난 번에 보니까 유승민 의원은 지역구에서 우리 당 신인 후보의 반도 못 쫓아오더라"며 "유 의원이 여러 가지로 '큰 정치'를 하는 것은 좋은데, 대권보다 지역구 관리부터 먼저 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아울러 손 대표는 공수처법 등에 대한 입장 차이를 노려 바른정당계 의원들과 권은희 등 국민의당계 의원들 '갈라치기'를 시도하고 나섰으며, 김 의원은 '개별 복당' 카드를 내세워 유 대표와 함께 하는 바른정당계 의원들에게 회유의 손짓을 보냈다.

향후 이런 공세와 약점 파고들기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12월 신당 창당까지 유 대표의 정치력을 가늠할 '리트머스'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손 대표는 "(유승민 대표가) 오신환 원내대표·권은희 의원의 (공수처법)안이 이해는 가지만 반대한다고 했다"며 "검찰개혁 반대하니 자유한국당 받아달라는 몸짓에 지나지 않는다"고 권 의원 등을 흔들었다.

김 의원은 "(유 대표가) 이렇게 조건을 달면 진정한 통합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자연스럽게 여기 (한국당에) 들어오고 싶은 (바른정당계 의원)분은 들어오고 (개별 복당으로) 힘을 모으는 게 맞다"고 '샛문'을 열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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