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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 남다른 신탁 영업…자산 나홀로 감소, 수익은 선두


입력 2019.10.22 06:00 수정 2023.09.06 08:36        부광우 기자

4대 은행 중 신탁 자산 홀로 역주행…규모는 3위로 하락

수수료 많은 특금신탁에 집중…관련 이익은 1위 '굳건'

4대 은행 중 신탁 자산 홀로 역주행…규모는 3위로 하락

수수료 많은 특금신탁에 집중…관련 이익은 1위 '굳건'


국내 4대 은행 신탁계정 자산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4대 은행 신탁계정 자산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KB국민은행의 신탁자산이 나홀로 역성장을 거듭하며 조만간 국내 4대 은행 가운데 꼴찌로 내몰릴 위기에 놓였다. 하지만 고객들로부터 많은 수수료를 챙길 수 있는 상품 판매에 집중, 도리어 최대 수익을 거둬들이며 한 수 위의 영업 능력을 자랑했다. 최근 금융권을 강타한 파생상품 쇼크를 계기로 은행들의 무리한 수수료 영업을 둘러싼 경각심이 커지고 있는 와중 국민은행의 남다른 신탁 사업구조도 주목을 받고 있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신한·국민·우리·KEB하나은행 등 국내 4개 시중은행들의 신탁계정 자산은 총 267조6866억원으로 1년 전(234조4050억원)보다 14.2%(33조2816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만 유일하게 신탁자산이 감소했다. 국민은행의 신탁자산은 같은 기간 58조6329억원에서 56조9094억원으로 2.9%(1조7235억원) 줄었다. 반면 신한은행의 신탁자산은 62조9098억원에서 85조7237억원으로 36.3%(22조8139억원) 급증했다. 하나은행 역시 59조6662억원에서 69조5998억원으로, 우리은행도 53조1960억원에서 55조4536억원으로 각각 16.6%(9조9336억원)와 4.2%(2조2576억원)씩 증가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국민은행은 조만간 우리은행에도 신탁자산 추월을 허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신탁자산 1위를 지키던 국민은행의 과거를 돌이켜보면 격세지감이라 할 만한 현실이다. 통합 하나은행이 출범하기 직전인 2015년 6월 말 국민은행의 신탁자산은 35조3802억원으로 당시 우리(34조5421억원)·신한(31조2622억원)·구 외환(28조2000억원)·구 하나(23조8616억원)을 제치고 최대를 기록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은행이 신탁 부문에서 벌어들이는 수수료는 다른 은행들을 압도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올해 상반기 신탁 수수료이익은 1652억원으로 조사 대상 은행들 중 가장 많았다. 전년 동기(1926억원)와 비교하면 14.2%(274억원) 줄긴 했지만 여전히 격차는 상당했다.


실제로 관련 자산 규모가 제일 큰 신한은행이 올린 신탁 수수료이익은 같은 기간 1112억원에서 10.6%(118억원) 늘어난 1230억원에 그쳤다. 우리은행의 신탁 수수료이익도 980억원에서 10.2%(100억원) 감소한 880억원에 머물렀다. 하나은행의 경우 따로 신탁 수수료이익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해당 액수는 국민은행 대비 3분의 2 안팎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국민은행이 비교적 적은 신탁자산을 갖고도 경쟁사들보다 많은 수수료 실적을 거둘 수 있는 이유는 독특한 상품 구성에 있다. 신탁은 이름 그대로 믿을 만한 금융사에 자신의 돈이나 유가증권, 부동산 등을 맡기는 것을 가리킨다. 이를 넘긴 고객은 일정한 수수료를 내고 향후 약정한 수익을 돌려받게 되고, 그 동안 금융사는 확보한 자산을 운용해 수익을 낸다.


이런 여러 신탁 상품들 가운데서도 국민은행이 가장 주력하는 유형은 특정금전신탁이다. 신탁은 크게 직접 돈을 맡기는 금전신탁과 이밖에 다른 재산을 맡기는 재산신탁으로 나뉘는데, 이 금전신탁 중 핵심 상품이 특금신탁이다. 은행은 특금신탁에 들어온 고객의 돈을 주식이나 채권, 기업어음, 양도성예금증서, 환매조건부채권, 간접투자상품 등에 투자하게 된다.


국민은행이 들고 있는 특금신탁은 올해 상반기 말 26조1080억원으로, 이 신탁에서만큼은 신한(22조7694억원)·하나(19조8561억원)·우리(21조3998억원)은행보다 많은 금액을 보유하고 있었다. 각 은행들이 확보하고 있는 신탁 중에서 특금신탁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봐도 국민은행이 45.9%로, 우리(35.3%)·하나(28.5%)·신한(26.6%)은행에 비해 훨씬 높았다.


은행 입장에서 특금신탁이 갖는 확실한 장점은 수수료다. 우선 재산신탁에 비해 적극적인 투자 운용이 필요한 상품이어서 상대적으로 수수료율이 높다. 여기에 만기가 짧은 편이란 점도 은행이 수수료이익을 얻기 좋은 배경이다. 잦은 판매가 가능한 상품일수록 수수료도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파생결합증권(DLS) 손실 파동으로 이런 은행들의 수수료 장사를 둘러싼 부작용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은행들의 지나친 수수료 욕심이 DLS 손실 사태의 실질적인 배경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은행들이 대출 이자 만으로는 더 이상 성장이 어려워지게 되자, DLS와 같은 투자 상품 영업을 통한 상품 판매 수수료 확보에만 열을 올리다 보니 소비자 보호는 뒷전으로 밀리게 됐다는 비판이다.


최근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안기고 있는 펀드는 독일과 영국 등의 채권 금리와 연계된 DLS다. 이들 국가의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금리가 예상과 달리 급락하자 약정대로 원금손실 구간에 진입한 것이다.


지난 8월 금융감독원은 국내 금융사들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이 8224억원에 이른다고 발표하면서, 손실률이 56~95%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 중 우리은행이 4012억원, 하나은행이 3876억원 등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된 가운데 속속 상품들의 만기가 도래하면서 파장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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