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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천리마마트, 그리고 최태원의 행복경영


입력 2019.10.22 13:00 수정 2019.10.22 21:16        박영국 기자

사회적 문제 해결 노력이 경제적 성과로 이어져

'착하게 돈 벌기' 경영철학 보편적 가치 되길

사회적 문제 해결 노력이 경제적 성과로 이어져
'착하게 돈 벌기' 경영철학 보편적 가치 되길


'쌉니다 천리마마트'에서 정복동 사장으로 분한 배우 김병철 씨(왼쪽), 최태원 SK 회장. ⓒtvN/SK '쌉니다 천리마마트'에서 정복동 사장으로 분한 배우 김병철 씨(왼쪽), 최태원 SK 회장. ⓒtvN/SK

‘쌉니다 천리마마트’라는 드라마가 있다. 동명의 웹툰을 tvN에서 영상화 한 이 드라마는 코믹물이면서도 우리 주변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문제들이 ‘훈훈하게’ 해결되는 결론 구조를 만들어 놓아 스트레스 없이 유쾌하게 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비정규직, 감정노동자 등 사회 문제를 드라마 속 주인공인 정복동 사장은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해결한다. 코리안 드림을 안고 미지의 섬에서 온 부족들을 비롯, 여러 가지 사연을 가진 구직자들을 조건 없이 정규직으로 채용하는가 하면, 계산원은 하루 종일 서서 일하는 게 아니라 따뜻한 온돌방에 누워 일하도록 해준다. 고객에게 ‘갑질’을 당할 일이 많은 고객센터 직원에게는 임금 옷을 입혀 옥좌에 앉아 고객을 응대하도록 하고, 마트 앞에서 장사를 하던 노점상은 마트 내로 입점시켜준다. 거래선이 끊겨 망할 위기에 처한 도토리묵 공장 사장과는 납품 가격을 세 배로 쳐서 계약을 맺는다.

천리마마트 직원 중 사실상 유일하게 ‘정상적인’ 인물인 문석구 점장은 하루 종일 사장을 감시하며 ‘엉뚱한 짓’을 뜯어 말리지만 결국 사장의 결정은 (의도치 않게) 좋은 결과를 불러온다.

이 드라마를 볼 때마다 떠오르는 인물이 하나 있다. 바로 SK그룹의 최태원 회장이다. 최 회장은 ‘사회적 가치’, ‘구성원의 행복’ 등 통상적인 기업인의 입에서 나오기 힘든 용어들을 잇달아 경영 화두로 던져왔다. 최근에는 사회적 가치 측정 기준을 만들어 굳이 누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SK하이닉스와 SK이노베이션 등 주요 계열사들의 비즈니스 사회성과가 마이너스 수천억원에서 1조원에 이른다고 ‘커밍아웃’을 하기도 했다.

천리마마트의 정복동처럼 상식을 벗어난 최 회장의 경영방식에 SK 계열사 임직원들은 천리마마트의 문석구처럼 황당해 하기도 하고 뜯어 말리기도 했지만 최 회장은 그들을 설득해가며 SK를 사회적 가치와 구성원의 행복을 추구하는 기업으로 이끌고 있다.

물론 모기업의 좌천 인사에 반발해 회사에 ‘빅똥’을 먹이려는 정복동 사장과 SK의 기업 가치를 누구보다 소중히 여겨야 할 대주주인 최태원 회장을 ‘의도성’ 면에서 동일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정복동 사장의 기행(奇行)에는 ‘기왕 돈을 쓸 것이라면 사회적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한다’는 일종의 철학이 있다. 비정규직 문제, 다문화 갈등, 감정노동자에 대한 갑질 폐해, 대기업의 납품 단가 쥐어짜기 등의 문제에 대해 제시한 정 사장의 해법은 일견 천리마마트에 상당한 비효율성과 경제적 부담을 안겨줄 것으로 보이지만, 결과적으로는 항상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준다.

이를테면 납품 가격을 세 배로 쳐주겠다는 제안을 받은 도토리묵 공장 사장은 이를 ‘비용을 아끼지 말고 최고의 도토리묵을 만들라’는 의미로 받아들여 전국적인 히트 상품이면서도 천리마마트의 독점 상품인 ‘수라묵’을 만드는 식이다.

최태원 회장의 사회적 가치나 행복 경영을 두고 ‘기업이 돈은 안 벌고 사회공헌에만 매달린다’는 우려가 일각에서 나온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최 회장의 경영 철학은 ‘돈 퍼주기’가 아닌 ‘착하게 돈 벌기’이자 ‘블루오션 창출’이라 봐야한다.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관여하다 보면 사회적 문제로 인한 사회적 변화를 빠르게 인식하고 신속하게 대응해 남들보다 한 발 앞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천리마마트의 사회적 가치 추구로 인한 성과가 일종의 ‘운발’이었다면 SK의 사회적 가치 추구는 경제적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한 ‘치밀한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아쉽게도 최 회장의 경영 철학이 아직까지 경천동지할 만한 성과로 이어진 것은 없다. 하지만 드라마에서의 사례처럼 사회적 문제 해결에 관심을 갖고, 임직원과 협력사, 고객을 포함한 모든 구성원의 행복을 추구하는 기업이 경제적으로 성공을 거둔다면, 그래서 다른 기업들에게도 모범 사례가 된다면, 사회에 속한 모든 이들에게 그보다 바람직한 일은 없을 것이다.

‘착하게 돈 벌기’가 경제계에 보편적인 가치로 자리 잡아 경제 활력 회복은 물론, 사회적 문제 해결에 공공재(公共財) 투입의 부담을 덜 수 있도록 최태원 회장의 용감한 시도가 유쾌한 성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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