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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한남3구역, 제 발등 찍게 된 건설사들


입력 2019.10.24 07:00 수정 2019.10.24 08:08        이정윤 기자

건설사 출혈경쟁, ‘단독시공 확약서’에서 시작…자존심 싸움 돼

단독시공만 좋다는 생각, 나눠먹지 않으려는 건설사가 주입시켜

건설사 출혈경쟁, ‘단독시공 확약서’에서 시작…자존심 싸움 돼
단독시공만 좋다는 생각, 나눠먹지 않으려는 건설사가 주입시켜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지 모습. ⓒ뉴시스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지 모습. ⓒ뉴시스

“한남3구역이 단독시공을 하게 되면서 출혈경쟁이 시작된 거죠. 조합에서 단독시공을 고집해선데, 조합이 그런 생각을 갖게 된 것도 결국 건설사들 때문이죠.”

도시정비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최근 한남3구역 재개발을 두고 국토교통부까지 특별점검에 나설 정도로 상황이 과열로 치달았다. 입찰에 참여한 대형건설사들이 불법의 소지가 있거거나 비현실적인 제안을 했기 때문이다.

한남3구역의 치열한 경쟁은 조합의 단독시공 요구에 건설사들이 단독시공 확약서를 제출한 데서 출발한다. 피 튀기는 자존심 싸움판으로 양상이 뒤바뀐 것이다.

단독시공을 요구한 조합의 입장은 이렇다. 컨소시엄으로 진행할 경우 책임소재가 불분명하고, 단일 아파트 브랜드를 사용할 수 없어 아파트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컨소시엄으로 지어진 아파트라고 해도 단지별로 어떤 건설사가 시공을 했는지 명확히 구분돼 있다. 따라서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건설사 간 선의의 경쟁으로 아파트 품질이 개선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또 강북의 대장주로 꼽히며 ‘마포래미안푸르지오’만 보더라도 단일 명칭과 아파트의 가치는 큰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나 총 사업비만 7조원에 달하는 한남3구역 같은 대규모 사업장의 경우 가장 중요한 게 사업의 안정성인데, 단독시공보다는 대형건설사 여러 곳이 함께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훨씬 안정적일 수밖에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분명 컨소시엄도 장점이 있는데 조합원들은 단독시공이 좋다고 맹신하고 있다”며 “이렇게 된 건 그동안 여러 재건축·재개발 사업에서 ‘나눠먹기’를 하지 않으려는 건설사들이 조합에 ‘단독시공은 좋고 컨소시엄은 나쁘다’는 식으로 주입시킨 결과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현재 입찰한 건설사들이 내놓은 설계안이나 제안서대로라면 한남3구역 사업장은 최소 수백억원에서 최대 수천억원까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한다. 결국 스스로 던진 말이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이다.

연말께 있을 시공사 선정에서 어느 건설사가 승기를 잡을 지, 이후 사업은 순조롭게 진행될 지 지켜볼 일이다.

이정윤 기자 (think_uni@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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