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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개도국 지위 포기…하반기 한국경제 최악 변수로 남을까


입력 2019.10.25 15:36 수정 2019.10.25 15:52        배군득 기자

3분기 경제성장률 0.4%…올해 2%대 초반도 안심 못 해

일본 수출규제·수출부진·소비심리 하락 등 악재만 수두룩

3분기 경제성장률 0.4%…올해 2%대 초반도 안심 못 해
일본 수출규제·수출부진·소비심리 하락 등 악재만 수두룩


'WTO 개도국 지위 유지 관철을 위한 농민공동행동' 회원들이 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앞에서 한국의 WTO 개도국 지위 유지를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WTO 개도국 지위 유지 관철을 위한 농민공동행동' 회원들이 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앞에서 한국의 WTO 개도국 지위 유지를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의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이하 개도국) 지위 포기가 하반기 한국경제 최악의 변수로 떠올랐다. 가뜩이나 경제 모멘텀이 부족한 상황에서 남은 4분기 경제성장률 방어에 치명적인 악재가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한국경제는 3분기 경제성장률이 0.4%에 그치면서 2%대 초반 달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2.2~2.1%로 내다봤다. 그러나 WTO 개도국 지위 포기가 4분기의 중요한 변곡점을 만들었다.

정부 안팎에서는 WTO 개도국 지위 포기 발표 이후 성난 농심을 잠재우기 위해 정부가 각종 당근책을 내놨음에도 무너진 신뢰도를 끌어올리는 것이 관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경제성장률 예측 오류, 수출부진, 소비심리하락 등이 겹친데다, 조국 정국으로 어수선해진 민심을 추스르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다 써버린 예산…하반기에 무엇으로 버티나

한국경제가 올해 1% 후반대 경제성장률을 달성한다고 가정하면 이는 1980년 제2차 석유파동(-1.7%), 1998년 외환위기(-5.5%), 2009년 금융위기 직후(0.8%) 등을 제외하고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앞선 3차례 모두 한국경제가 급성질환에 걸려 힘을 제대로 쓰지 못했던 시기다.

올해 경제 부진은 이전 3번의 위기와는 다르다. 경제가 위축될 것이라는 신호가 4~5년 전부터 지속됐는데 이에 대한 대비를 하지 못하고 서서히 내리막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기였던 2017년 3.2% 경제성장률을 달성하며 기분 좋게 출발한 것이 화근이 됐다. 당시 정부는 2년 연속 3% 달성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할 정도로 자신감에 차 있었다. 결과는 소득주도성장 실패라는 정책 오류를 거치며 2.7%로 마감했다. 시장에서 ‘J노믹스’에 대한 의문부호가 생기기 시작한 것도 지난해 말부터다.

올해는 더 심각하다. 2%대 중반을 자신하던 정부는 대외변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계산착오’로 부진을 더 키웠다. 전문가들이 '준 디플레이션'이라고 경고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인데 여전히 변수만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올해 예산을 포함해 추가경정예산까지 모두 상반기에 소진한 탓에 하반기에는 더 쓸 여력도, 투자심리를 끌어올릴 카드도 마땅치 않다.

홍남기 부총리는 지난 2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2분기에 정부가 상당 부분 조기 집행을 해서 3분기에 여력이 제한됐다”며 “추가경정예산안을 6월부터 시작했는데 8월에 (추경안이 통과)되면서 효과를 보지 못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이는 3분기 성장률에 정부 성장 기여도가 1.2%포인트에서 0.2%포인트로 후퇴한 배경이 된 셈이다. 정부는 8월 통과된 추경을 4분기에 모두 투입해 마지막 불씨를 살리겠다는 배수의 진을 치고 있다.

◆경기 위축에 기름 부은 WTO 개도국 지위 포기

정부는 WTO 개도국 지위 포기에 대해 상당히 조심스럽고 민감한 반응이다. 이례적으로 WTO 개도국 지위 포기라는 문구에 해명자료까지 배포하는 등 진화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25일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WTO 개도국 논의 대응 방향’을 논의 했다. 여기에서 나온 정부 입장은 ‘향후 관련 협상 시 WTO 개발도상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를 놓고 해석 차이는 분분하다. 정부는 ‘지위 포기가 아닌 미래 협상에 한해 특혜를 주장하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정부가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기로 결정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와 관련해 해명 자료를 내고 이같은 입장을 재차 밝혔다.

기재부는 “개도국 지위 포기는 과거 WTO 협상에서 확보한 특혜까지 포기한다는 의미이므로 미래 협상에 한해 특혜를 주장하지 않기로 한 정부 결정과는 다르다”며 “개도국 지위 포기는 특혜뿐만 아니라 WTO 내에서 인정되는 개도국 간 국제 협약 등도 포기하는 것을 의미하나 여기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 의도와 달리 시장에서는 사실상 개도국 지위를 내려놓겠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농민들 목소리를 듣고 그들 요구 사항은 적극적으로 반영을 검토하겠다는 입장도 ‘사실상 개도국 지위 포기’에 대한 당근책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박행덕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농민은 더 이상 밀려날 곳도 없는 최후의 장소에 밀려나 있다”며 “정부가 농민의 절절한 마음을 100분의 1이라도 알았다면 WTO 개도국 지위 포기 방침을 세우진 못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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