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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퇴직연금 상품 몰아주기 판매 여전…소비자 분통


입력 2019.10.30 06:00 수정 2019.10.30 02:17        박유진 기자

은행권 원리금보장 상품 판매 특정은행 집중

2% 원리금보장 상품 넘치는데 1% 예금만 팔려

은행권 원리금보장 상품 판매 특정은행 집중
2% 원리금보장 상품 넘치는데 1% 예금만 팔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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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편입 원리금보장 상품 판매 때 대형 시중은행간 몰아주기 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에서 판매하는 원리금보장 상품은 예금이라는 점에서 역대급 초저금리 속에 그나마 소비자가 누릴 수 있는 금리 혜택이 하향평준화 되는 요인으로 자리한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퇴직연금 신탁 상품 판매 때 시중은행의 대부분은 원리금보장상품의 상당수를 특정 은행에서 가져와 판매 중이다.

올해 9월까지 집계된 은행별 상품 제공 실적은 국민은행이 전체 공급액 6조9172억원 가운데 2조7384억원을 신한은행에 제공했고, 다시 신한은행은 9조418억원에서 2조7036억원의 실적을 국민은행에서 달성했다.

우리은행은 4조7196억원 가운데 1조9028억원을 국민은행에서 팔았고, KEB하나은행은 10조6289억원 가운데 2조9473억원을 IBK기업은행으로부터 유치했다.

같은 기간 기업은행은 5조2274억원 가운데 1조6343억원을 농협은행에서 판매한 것으로 집계됐는데 5년 째 농협은행의 상품 제공 실적 의존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농협은행 또한 기업은행에 대한 의존도가 가장 큰 상황으로 5조9951억원에서 2조1006억원을 기업은행에서 팔았다.

현행법상 퇴직연금을 취급하는 금융사들은 원리금보장 상품 판매 때 자사 상품을 편입하지 못하게 돼 있다. 자사 상품 금리를 시장금리보다 크게 높여 고객을 유치하는 과당경쟁을 막고자 내려진 조치다. 고객에게 원리금보장 상품을 제공하려면 은행과 보험사, 증권사 등 다른 금융사의 상품을 가져와야 하고 취급 한도도 엄격히 제한돼 있다. 상품을 제공해주는 금융사 실적별로 직전년도 말 기준 자산관리 적립금의 30%까지만 공급받을 수 있다.

이 법은 2015년부터 시행돼 금융사간 출혈 경쟁이 줄었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나타났다. 퇴직연금의 시장 규모가 커지는 상황에서 대형 사업자인 은행의 상품교환만 급격히 늘어나 운용 상품의 다양성이 사라지고 금리 매력이 떨어지는 사태에 빚어지고 있다.

실제 국민은행의 개인형 퇴직연금 원리금보장 취급 계좌의 최근 3개월간 적용금리 추이에 따르면 1년 만기 기준 업권별 퇴직연금 편입 상품 최고 금리는 9월 기준 OSB저축은행 퇴직연금 정기예금 2.70%, DB손해보험 무배당 스마트 퇴직연금 이율보증형 보험 2.35%, KB증권 주가연계증권(ELB) 상품의 이율은 2.21%에 달한다. 이를 제외한 대형 시중은행의 예금은 1% 중·후반 수준이다.

1금융 은행서 가장 높은 정기예금의 이율은 BNK부산은행의 마이플랜 퇴직연금정기예금 1.64%다. 증권사와 보험사에서 취급하는 대체 상품 가입 시 2%대의 금리 혜택을 볼 수 있음에도 은행끼리의 상품교환 관행에 따라 소비자는 1%대의 예금 제공만 받는 모습이 펼쳐진 셈이다.

현재 시중은행의 예금 금리는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인 1.25%로 내려가면서 이달부터 0%대에 진입해 금융소비자마다 투자처 찾기에 비상이 걸렸다. 은행권은 국내 퇴직연금 전체 적립금의 50%를 차지할 만큼 대형 사업자라는 점에서 이러한 독점적 영업 관행에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 또한 지난해 특정 은행끼리의 원리금보장 상품교환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것을 근거로 은행권의 퇴직연금 실태 전반을 점검하기도 했다. 특정 사업자끼리 저금리 예금을 집중 교환해 수익률을 하향평준화시킬 경우 가입자의 이익이 저해될 수 있어 불건전 영업행위 여부를 판단해본 것이다.

다만 예금을 제외한 ELB와 보험 상품의 경우 발행 물량이 한정돼 있고, 요즘과 같은 초저금리 시대에 고금리 상품을 마구잡이로 찍어냈다간 역마진 우려가 나올 수 있어 수요 측면에서 공급 조절이 필요한 상황이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퇴직연금 예금 상품의 경우 일반 예금보다 금리가 높아 활발하게 유통된 점도 있지만, 실질적으론 은행 간 상품교환 관행에 따라 시장이 커진 감이 있다"며 "은행을 찾는 고객들은 주로 예금을 많이 찾는 경향이 있어 수요가 적은 편인데, ELB의 경우 채권 등에 투자하는 안정형 상품이지만 이를 모르는 소비자들이 많고 상품 설명도 복잡해 은행서 판매가 적은 경향도 있다“고 말했다.

박유진 기자 (rorisang@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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