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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 금리 추락' 조삼모사 함정 빠진 시중은행


입력 2019.10.30 06:00 수정 2019.10.29 22:38        부광우 기자

CD 91일물 금리 1.44%…올해 들어서만 0.52%P '급락'

'규제 대응 스펀지' 매력에 발행 봇물…장기적으론 악재

CD 91일물 금리 1.44%…올해 들어서만 0.52%P '급락'
'규제 대응 스펀지' 매력에 발행 봇물…장기적으론 악재


국내 4대 시중은행 양도성예금증서 발행 잔액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4대 시중은행 양도성예금증서 발행 잔액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올해 들어 급락하면서 시중은행들의 셈법이 엇갈리고 있다. 당장 강화되는 규제를 대비하는데 여러모로 유리한 구석이 많은 CD 금리가 저렴해지는 와중 은행들의 CD 발행은 크게 불었다. 하지만 길게 내다보면 CD 금리 추락은 결국 대출 이자율을 끌어내리며 수익성의 발목을 잡는 요소인데다 내부 건전성까지 갉아먹는 악재인 만큼, 은행들이 자칫 조삼모사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30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전날 CD 91일물 금리는 1.44%로 고시됐다. 이는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이었던 12월 31일(1.96%)보다 26.5%(0.52%포인트)나 떨어진 수치다. 올해 들어 지금까지 사실상 CD 금리의 절반가량이 날아간 셈이다.

CD는 은행의 정기예금에 양도성을 부여해 발행하는 무기명예금증서로 금융 시장에서 자유로운 매매가 가능한 상품이다. 통상 금융기관 간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시장성 CD와 창구에서 판매하는 대고객 CD로 나뉘는데, 은행은 대부분 시장성 CD를 발행한다.

금리가 급락하면서 은행들의 CD 발행은 큰 폭으로 늘었다. 4대 은행에서만 1년 새 7조원 가까이 불면서 26조원을 넘어섰다. 국내 4대 시중은행들의 CD 잔액은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총 26조4699억원으로 1년 전(19조6412억원)보다 34.8%(6조8287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별로 보면 같은 기간 우선 하나은행의 보유 CD가 2조6683억원에서 5조6464억원으로 111.6%(2조9781억원) 급증했다. 국민은행 역시 3조1351억원에서 6조524억원으로, 우리은행도 4조5528억원에서 6조2819억원으로 각각 93.1%(2조9173억원)와 38.0%(1조7291억원)씩 CD가 늘었다. 신한은행의 CD만 9조2849억원에서 8조4892억원으로 8.6%(6조8287억원) 줄었다.

이처럼 은행들이 CD에 주목하는 이유는 단지 예전보다 싸진 금리 때문만은 아니다. 시행이 임박한 각종 은행 대상 규제에 대한 대응책으로 CD의 매력이 부각되면서 은행들이 적극적인 발행에 나서고 있다는 해석이다.

은행들의 CD 확대 배경으로 꼽히는 요인은 우선 예대율 규제다. 예대율은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예금과 비교해 대출금이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수치로, 100%를 넘기면 대출을 제한받게 된다. 그런데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가계부채 증대를 억제하기 위해 내년부터 예대율 산정 시 가계대출은 가중치를 15% 상향하고, 기업대출은 15% 하향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당장 가계대출을 줄이기 힘든 은행들로서는 예금 확대가 한층 절실해질 수밖에 없다. CD에 대한 은행들이 관심이 커진 것은 이 때문이다. 정기예금과 연계된 CD의 특성 상 보유량 중 일정 부분을 예금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서다. 즉, 은행들로서는 충분한 CD를 통해 예대율 가이드라인 변경에 어느 정도 여유를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 같은 예대율만으로 은행들의 CD 늘리기가 다 설명되진 않는다. 예금에 반영되는 CD 액수에 제한이 있어서다. 금융당국은 CD 잔액 중 예수금 대비 최대 1%까지만 예금으로 쳐주겠다는 방침이다. 예를 들어 은행이 예금이 100조원이라면 예금으로 판단하는 CD는 1조원에서 선을 긋겠다는 뜻이다. 4대 은행들이 갖고 있는 개별 원화예수금이 200조원대 초·중반인 현실을 고려하면, CD를 아무리 많이 쏟아내더라도 예금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금액은 2조원 대에 그친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은행들이 CD 규모를 빠르게 키우는 또 다른 원인은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다. LCR은 국채 등 현금화하기 쉬운 자산의 최소 의무보유비율로, 심각한 유동성 악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은행이 자체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을 끌어올리고자 도입된 제도다. 이 같은 LCR도 내년부터 잣대가 강화돼 반드시 100%를 넘겨야 하는데, 여기에서도 안정성이 높은 조달 자금인 CD가 개선 효과를 낸다. 실제로 4대 시중은행들의 올해 상반기 말 평균 LCR은 104.3%로 1년 전(101.5%)보다 2.8%포인트 높아졌다.

문제는 이렇다고 해서 CD 금리의 하락이 은행들에게 마냥 기쁜 소식만은 아니란 점이다. 이는 당장 은행의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 CD 금리가 대출 이자율 산정의 기반 지표여서다. 이로 인해 CD 금리가 계속 떨어지면 은행들 입장에서는 핵심 수익인 예대 마진 축소가 불가피하다.

아울러 CD 금리 부진은 은행의 수익성을 넘어 기초 체력까지 약화시키는 요소로도 거론된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금융통화연구실이 발표한 '은행의 수익 및 자산구조를 반영한 통화정책 위험선호경로' 보고서에 따르면 91일물 CD 금리가 1.6%포인트 떨어질 경우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BIS 비율)은 평균 2.1%포인트 악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CD 금리가 내릴수록 은행의 자산, 즉 대출이 부도날 확률이 올라갔다는 의미다. BIS비율은 은행의 건전성을 평가하는 핵심 항목으로, 자기자본 대비 위험가중자산 비율이다. 은행이 CD 금리 인하로 인해 악화된 수익성을 보충하고자 고수익·고위험 대출을 늘리면서 건전성 악화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계부채를 잡기 위한 정부의 대출 관련 규제와 유동성 정책이 동시에 강화되면서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는 CD에 대한 은행들의 관심이 커져 왔다"며 "다만 과도한 CD 금리 하락은 은행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악화시킬 수 있는 만큼, 장기적 안목에 기반 한 운영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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