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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타운홀 미팅'·최태원 '행복토크'…단상에서 내려온 젊은 총수들


입력 2019.10.30 06:00 수정 2019.10.29 22:34        박영국 기자, 이홍석 기자

직원들과 스킨십 늘리며 수평적 기업문화 리드

직접 만남 통해 기업의 경영철학 의견 청취

직원들과 스킨십 늘리며 수평적 기업문화 리드
직접 만남 통해 기업의 경영철학 의견 청취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22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대강당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직원들과 셀카를 찍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22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대강당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직원들과 셀카를 찍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수부’는 토크쇼나 예능에 출연할 생각이 있으십니까.”
“최태원 회장님 팔뚝이 굵은 데 관리는 어떻게 하십니까.”

대기업 총수들이 젊어지면서 기업 문화도 함께 젊어지고 있다. 예전 같았으면 일반 직원들이 하늘 같이 우러러 봤을 이들이지만 지금은 직원들 곁으로 내려와 같이 소주잔도 기울이고 격의 없이 소소한 대화도 나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상명하복’으로 대변되는 현대차그룹의 문화를 빠른 속도로 바꿔나가고 있다. 급변하는 경영적, 기술적 측면의 환경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일하는 방식과 조직 문화도 보다 유연하게 뒤바뀌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지난 22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대강당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은 이같은 ‘변화’의 일환이자, ‘변화’에 대한 임직원들의 생각을 직접 들어보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정 수석부회장은 ‘함께 만들어가는 변화’를 주제로 직원들과 즉석 문답을 주고받고 의견을 청취하는 공감의 시간을 가졌다. 참석한 직원들과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셀카를 함께 촬영하는 등 적극적인 스킨십에도 나섰다.

특히 직원들은 정 수석부회장을 애칭인 ‘수부’라고 호칭하는 등 거리를 좁히는 모습을 보였다. 정 수석부회장도 청년 세대의 고민을 담은 책의 일독을 직원들에게 권하고 의견을 묻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의 타운홀 미팅은 다양한 주제로 임직원들이 자유롭게 소통하고 회사의 방향성을 공유하는 수평적 기업 문화의 일환으로 마련된 자리다. 앞서 지난 3월에는 ‘자율복장’을 주제로, 5월에는 ‘미세먼지 저감’을 주제로 타운홀 미팅을 진행한 바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8일 서울 광화문 인근의 한 대중음식점에서 저녁식사를 겸한 번개 행복토크를 열고 구성원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SK그룹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8일 서울 광화문 인근의 한 대중음식점에서 저녁식사를 겸한 번개 행복토크를 열고 구성원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SK그룹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자신의 경영 철학인 ‘행복경영’에 대한 공감대를 나누기 위해 임직원들과 자주 스킨십을 갖는다.

올해 신년회에서 ‘구성원과 이해관계자의 행복’을 새 경영화두로 제시하고 임직원들과 100회에 걸쳐 행복토크를 열겠다고 공언한 최 회장은 지난 28일 89, 90번째 행복토크를 예고에 없던 ‘번개 모임’으로 진행했다.

최 회장이 “형식을 파괴해 구성원들과 소박하고도 진솔한 대화 자리를 갖고 싶다”며 제안한 데 따른 것이다.

이날 오전 SK그룹 사내 게시판을 통해 모집한 그룹 임직원 140여명은 오후 5시부터 서울 광화문 일대 한식당 두 곳에서 최 회장과 소주잔을 기울이며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

번개 저녁모임 메뉴는 문어숙회, 육전, 보쌈, 순대, 돼지국밥 등이었고, 소주와 맥주, 와인이 곁들여졌다.

면바지와 자켓 차림으로 직원들을 만난 최 회장은 “회장님 팔뚝이 굵은 데 관리는 어떻게 하시냐”는 질문에 “웨이트도 하고 많이 걷는다”고 답했고, “회장님 개인의 행복은 어떤 것이냐”는 질문에는 “테니스 같은 스포츠와 영화, 음악도 삶의 소소한 행복”이라고 답했다.

직원들과 셀카를 찍고 건배를 하고 서로 인생 고민을 털어놓는 등 직장 내 친한 선후배가 퇴근 후 한 잔 기울이는 듯한 소탈한 자리였다. 최 회장은 이날 밤늦게까지 국밥집에 남아 구성원들과 소주잔을 기울이며 격의 없는 행복 소통을 이어갔다.

이날 번개 저녁모임은 행복추구의 주체인 임직원들의 적극적 동의와 실천을 구하기 위해, 최 회장이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는 식사자리를 만들어 직원들과 격의없는 대화에 나선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월 6일 충남 아산 온양 사업장 구내식당에서 임직원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월 6일 충남 아산 온양 사업장 구내식당에서 임직원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직원들과 만남 접점을 늘려나가며 스킨십을 강화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6월 삼성전자와 함께 주력 계열사인 삼성물산 건설부문 본사가 있는 서울 강동구 상일동 사옥을 방문해 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점심식사를 함께 하며 사진도 같이 찍는 등 스스럼없는 스킨십을 보였다.

또 8월 초에는 충남 아산 온양사업장을 방문, 구내식당에서 임직원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며 현장 직원들과 격의없이 어울렸다. 지난달 중순 추석 명절때는 사우디아라비아로 날아가 리야드 지하철공사 현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을 격려하는 등 글로벌 스킨십 행보까지 보였다.

4대그룹 중 최연소 총수인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직원들과 소통을 통한 경영 행보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취임 당시 직원들이 자신을 부르는 직함을 회장 대신 대표로 정한 구 회장은 현장 경영을 통해 직원들과의 만남 접점을 늘려가는 모습이다.

또 올해 2월과 4월 한국과 미국에서 이공계 석박사 과정에 있는 연구자들과 만나며 미래를 책임질 젊은 인재들과의 소통 범위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과거의 기업 문화는 최고경영진의 경영철학을 상명하복 식으로 하달하는 방식이었다면 지금은 스킨십을 통해 직접 임직원을의 의견을 청취하고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이뤄지는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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