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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반복되는 금융통계 오류…불감증이 더 문제


입력 2019.10.30 07:00 수정 2019.10.29 23:51        박유진 기자

금융통계정보시스템 은행 선불카드 이용 실적서 오류

방치된 통계 최소한 오류 검증 절차도 없어 개선 시급

금융통계정보시스템 은행 선불카드 이용 실적서 오류
방치된 통계 최소한 오류 검증 절차도 없어 개선 시급


금융통계정보시스템 통계 작성 오류로 일부 은행의 선불카드 이용 실적이 분기별로 적자로 기재돼 있는 모습ⓒ데일리안 금융통계정보시스템 통계 작성 오류로 일부 은행의 선불카드 이용 실적이 분기별로 적자로 기재돼 있는 모습ⓒ데일리안

"55억원이 마이너스라고요? 저희는 한 번도 적자를 본 적이 없는데요."

A은행 카드 마케팅 담당자는 선불카드 이용 실적에서 최근 적자를 봤냐는 기자의 물음에 이 같이 답변했다. 금융감독원이 운영하는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기재된 공시에 따르면 이 은행의 올해 2분기 선불카드 이용 실적은 55억8800만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 통계에 따르면 카드사를 분리하지 않고 겸업 업무로 수행 중인 8개 은행의 선불카드 이용 실적은 지난해 2분기부터 적자로 표기된 터였다. 하지만 은행 측과 금융감독원을 통해 실적을 재차 확인한 결과 이 자료는 모두 잘못된 것으로 드러났다. 통계시스템상 기재 실수로 흑자인 실적이 모두 적자로 표기된 것이다.

그해 분기마다 거둔 실적을 누적 통계에 기재하는 과정에서 2018년 1분기부터 통계 실수가 일어난 게 화근이었다. 컴퓨터가 통계 계산 때 2분기 누계 실적에서 1분기 누계 실적을 뺀 값을 2분기 당분기로 표기하는데 2018년 1분기에 누계 실적이 당분기에 입력되는 바람에 실적 오류가 생긴 것이다.

A은행의 경우 2018년 1분기 당분기 실적과 누계 실적은 입력 실수로 각각 181억900만원으로 기재됐다. 2분기 누계 실적은 125억1500만원이다. 여기서 181억900만원의 실적을 빼면 2분기에만 거둔 실적은 마이너스 55억9400만원으로 계산되는 식이다.

금융감독원은 뒤늦게 이 실수를 깨닫고 다시 숫자를 업데이트했다. 덕분에 55억원의 적자를 냈다고 표기된 A은행은 122억3500만원의 실적을 올린 것으로 정정 기재됐다.

ⓒ데일리안 박유진 기자 ⓒ데일리안 박유진 기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의 통계 부실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서 개선이 시급하다. 금감원은 매 분기 금융사에 보고 받는 경영 업무보고 사항을 토대로 시스템에 입력하는 컴퓨터 작업을 실시하는데 내용을 검증하는 과정이 없다 보니 이번 사태와 같은 실수가 일어나는 상황이다.

문제가 지속되자 그동안 국회 등에서는 금융통계정보시스템상 자료와 금융감독원이 공식 발표한 자료가 불일치하거나 일부 실적 등에 오류가 있어 점검과 개선 방안이 시급하다는 지적을 내놨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통계정보시스템 관리가 미흡해 신속한 보완과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제시했다. 하지만 통계 불감증과 함께 최소한의 자료 검증 체계 절차가 마련되지 않아 다시금 오류가 일어난 실정이다.

이번 사태 또한 지난 1년 간 8개 은행이 분기별로 적자 실적을 냈다고 표기 했음에도 누구 하나 금감원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아 방치됐다. 이 통계는 각종 전문기관을 비롯해 언론 등에서도 이를 인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이날까지 네이버와 다음 등 대형 포털사이트에서 금융통계정보시스템을 인용한 뉴스 기사는 약 1만 건이 검색되고 있다. 뉴스에 나오는 실적 정보는 금융감독원이 공개한다는 점에서 신뢰성이 높은데 연구기관 등도 인용한다는 점에서 오류가 발견될 경우 가짜 정보를 정부가 생산해 낸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박유진 기자 (rorisang@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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