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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 승자의 저주①] 빅3 중심 시장 재편…“규모의 경제가 곧 시장의 논리”


입력 2019.10.31 06:00 수정 2019.10.30 20:01        최승근 기자

한화 이어 두산도 면세 특허 반납…경쟁심화로 단일매장으로는 수익성 개선 한계

특허 확대 정책 유지…서울 시내면세점 3년 만에 두 배 늘며 악순환 반복

한화 이어 두산도 면세 특허 반납…경쟁심화로 단일매장으로는 수익성 개선 한계
특허 확대 정책 유지…서울 시내면세점 3년 만에 두 배 늘며 악순환 반복


면세시장에서 기업들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유커에서 따이궁으로 옮겨 간 시장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채 정부의 면세 특허 확대 정책이 겹쳐진 결과다. 누적되는 적자에 중소‧중견은 물론 한화, 두산 등 대기업도 예외 없이 사업 철수를 선언하는 분위기다. 반면 빅3 사업자들은 해마다 최대 매출 기록을 갈아치우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규모의 경제를 통해 이익을 내는 사업인 만큼 매장 수가 많은 기존 사업자들을 중심으로 시장도 재편되고 있다.[편집자주]

서울 소공동 롯데면세점에서 화장품을 구매하고 있는 중국인 관광객. ⓒ롯데면세점 서울 소공동 롯데면세점에서 화장품을 구매하고 있는 중국인 관광객. ⓒ롯데면세점

한 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던 면세사업이 이제는 ‘미운 오리 새끼’로 전락하고 있다. 모든 사업자에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롯데, 신라, 신세계 등 이른바 빅3 사업자들은 잇따른 사업자 이탈 속에서도 매해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승자의 축제를 즐기고 있다. 이들을 중심으로 한 시장 재편은 양극화 현상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영업을 중단한 한화에 이어 한 달 만에 두산도 면세사업 철수를 선언했다. 2016년 5월 문을 연 두산면세점은 연 매출 7000억원 수준으로 성장했지만 단일점이라는 한계를 벗지 못하고 결국 문을 닫게 됐다. 앞서 63빌딩 면세점 한 곳을 운영하다 시장 철수를 결정한 한화와 똑 닮은 모습이다.

규모의 경제를 통해 수익을 내는 사업인 만큼 매장 수는 면세점 사업의 중요한 기준이 된다. 관광객들을 유인할 수 있는 명품 입점부터 대량 구매를 통한 가격 경쟁력까지 모두 매장 수에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오래전부터 사업을 운영해온 롯데와 신라 그리고 최근 인천공항과 강남에 매장을 오픈하며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신세계까지 상위 3개 업체는 큰 폭의 매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롯데와 신라의 경우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로도 사업을 빠르게 확장하면서 매장 수도 덩달아 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24일 싱가포르 창이공항 면세점 사업권을 따냈다. 창이공항 면세점 사업은 연매출 약 6000억원 규모로, 내년 9월부터 6년간 롯데가 운영한다.

롯데는 창이공항 외에도 올 1월 오세아니아 지역 5개 지점 운영을 시작했으며, 지난 7월 베트남 하노이 공항점을 오픈하는 등 해외 사업 영역 확장에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올해 말 베트남 다낭시내점을 추가 오픈하면 롯데면세점은 국내 포함 8개국에서 22개의 매장을 운영하게 된다.

신라면세점은 지난 25일 세계 1위 기내 면세 사업자 미국 3Sixty사의 지분 44%를 확보했다. 3Sixty는 21개 항공사 기내면세점을 비롯해 국제공항과 크루즈터미널 등 총 41개의 면세점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번 지분 인수 외에도 신라면세점은 현재 싱가포르 창이공항, 홍콩 첵랍콕 국제공항, 마카오 국제공항, 태국 푸껫, 일본 도쿄 등에 5곳의 해외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 시장의 경우 업체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난 송객수수료 탓에 수익성은 사드 사태 이전에 비해 여전히 미치지 못하고 있지만 적자를 거듭하며 사업 존폐를 결정해야 할 중소‧중견 면세점에 비하면 상황은 훨씬 안정적이다.

그래서 면세업계에서는 ‘규모의 경제’가 곧 ‘시장의 논리’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면세점 매출의 주력인 유커가 줄어든 상황에서의 면세 특허 확대 정책은 독이 됐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사드 사태 이전 유커가 증가할 당시에는 인천공항을 비롯해 시내면세점도 활기를 띠었지만 이후 따이궁 매출 의존도가 높아진 상황에서는 단 시간 내 많은 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 동선이 우선시 되고 있다. 한화 면세점이 있는 여의도나 두산면세점이 있는 동대문에 비해 명동을 중심으로 한 빅3 면세점에 손님이 몰리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관광 및 면세산업 육성을 기치로 내건 정부 정책으로 시내면세점 특허가 대거 풀리면서 경쟁 강도는 더욱 세졌다.

시내면세점의 경우 2015년 6곳에서 지난해 13곳으로 3년 만에 두 배 넘게 늘었다. 단일 매장을 운영하는 후발주자들은 다수의 매장을 가진 빅3와의 입찰전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시면서 양극화 현상이 심화됐고 이는 경쟁력이 약화되는 악순환을 유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시장 경쟁 심화와 정부 정책 실패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갈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다른 면세점들은 빅3 업체들이 지출하는 송객수수료 규모를 감당할 수 없는 수준까지 왔다”며 “한화나 두산 등 대기업도 버티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면세 특허까지 늘리면서 시장의 양극화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규모의 경제가 경쟁력이 된 상황에서 양극화 현상을 개선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당장 올해만 해도 서울 3곳을 비롯해 전국에 6개 시내면세점 특허가 추가된다. 특허 확대가 산업 육성이 아니라 경쟁력을 갉아먹는 악수가 된 셈”이라고 꼬집었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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