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도 국회도 나 몰라라…발묶인 경제법안에 속 타는 재계

실시간 뉴스
    최종편집시간 : 2019년 11월 20일 07:20:09
    정부도 국회도 나 몰라라…발묶인 경제법안에 속 타는 재계
    주52시간 근무제 보완, 데이터 규제 완화, 화학물질 규제 완화 서둘러야
    기사본문
    등록 : 2019-11-08 06:00
    박영국 기자(24pyk@dailian.co.kr)
    주52시간 근무제 보완, 데이터 규제 완화, 화학물질 규제 완화 시급

    ▲ 중기중앙회 서승원 상근부회장(왼쪽부터), 대한상의 김준동 상근부회장, 경총 김용근 상근부회장, 무역협회 한진현 상근부회장, 중견기업연합회 반원익 상근부회장이 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주요 경제관련법의 조속 입법화를 촉구하는 경제계 입장’ 공동 성명을 발표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새해 사업구상과 투자를 구상해야 할 연말이 다가왔지만 기업들은 무기력증에 빠져 있다. 새로 투자하려는 사업마다 규제에 묶여 있고, 기존 사업마저 노동·환경 관련 악법으로 불확실성이 크니 정부와 국회가 ‘제 할 일’을 하기만 기다리며 속을 태울 뿐이다.

    하지만 국회는 여야간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고, 내년 총선 외에는 눈에 들어오는 게 없는 모습이다. 정부는 경제관련 법안에 반대하는 노동계의 눈치를 보던 차에 국회에서 시간을 끌어 주는 게 오히려 반가운 듯하다.

    8일 재계에 따르면 현재 가장 개정입법이 시급한 법안은 ‘주52시간 근무제 보완’(근로기준법), ‘데이터 규제완화’(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보호법), ‘화학물질 관련 규제완화’(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 화학물질관리법, 소재·부품전문기업 등의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등이다.

    ◆주52시간 근무제 보완입법, 중소기업 생존 좌우

    이 중 근로기준법 개정은 중소기업들에게는 당장 생존이 눈앞에 달려 있을 만큼 절박하다. 정부의 급격한 근로시간 단축 스케줄에 따라 당장 보완입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한 달 여 뒤부터 인력 운용에 막대한 차질이 우려된다.

    주 68시간에서 52시간(법정근로시간 40시간 + 연장가능근로 12시간)으로 25%에 가까운 16시간의 근로시간을 한꺼번에 줄이는 근로시간 단축법이 지난해 7월 300인 이상 기업부터 시행됐고, 내년부터는 299인 이하 50인 이상의 중소기업으로 확대 시행된다.

    299인 이하 중소기업들은 현재의 획일적인 주 단위 52시간제를 준수하면서 주문 물량 변동, 시장 여건 변화, 납기 준수, 선도적 기술 개발, 계절적 수요 또는 특수한 상황 발생 등에 따라 상당 기간 집중 근무가 필요한 경우에 대응하기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형편이다.

    치열한 국내외 경쟁에 체계적, 효율적으로 대응해 나가기 위해 다양한 유연근무제 보완이 절실하다.

    이미 주 52시간제 시행 대상에 포함된 300인 이상 기업들은 일감과 업무량을 줄여나가고, 연구개발이나 소프트웨어 개발 업무조차도 퇴근시간이 되면 강제 중단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새로운 사업과 투자도 포기하거나 국내보다는 해외로 사업이나 공장을 이전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어 전반적으로 투자와 생산이 줄고, 근로자의 소득도 감소하고, 기업의 영업이익도 줄고, 고용도 줄어드는 등 우리 경제가 하향, 축소지향적으로 움직이는 상황이 현실화되고 있다.

    재계는 유연근무에 관한 양대 기본 제도인 탄력적 근로시간제, 선택적 근로시간제 뿐만 아니라, 한시적 인가연장근로 제도도 함께 개선돼야 하며, 고소득 전문직의 경우에는 미국, 일본 사례처럼 근로시간제도 적용을 배제하도록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원청으로의 납기 준수나 글로벌 소싱 차원에서 근로시간을 스스로 관리할 수 없는 중소기업은 근로시간 단축 자체의 시행 시기를 1년 이상 유예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데이터 관련 규제 법안, 기업 활동 효율성 저해하고 신산업 진출 막아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보호법 등 데이터 규제 관련 법안은 산업 전반에 걸쳐 일고 있는 변화를 전혀 반영하지 못해 기업 활동 효율성을 저해하고 신산업으로의 영역 확장을 막는 대표적인 악법으로 지목된다.

    개인정보의 축적‧활용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 발전은 물론 금융, 의료 등 산업 전반의 기업 활동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하지만 현행법은 개인정보를 엄격하게 보호하고 있어 익명으로 처리하더라도 다른 정보와 결합해 개인을 식별할 수 있으면 모두 규제대상으로 삼고 있으며, 가명정보라는 개념이 없어 상업적 활용자체가 불가능하다.

    반면 미국, 일본 등 주요국은 익명처리된 비식별정보를 보호대상에서 제외하고 있고, EU는 추가정보를 통해 실제로 식별된 경우에만 보호하고 동의 방식도 사후동의를 허용하면서, 민감정보나 수집목적이 아닌 다른 용도로 사용되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사전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정부와 국회의 4차산업혁명위원회 등을 통해 오랜 기간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개인정보 이용에 대한 규제완화 내용이 담긴 데이터 규제완화 3법 개정안을 2018년 11월 발의했으나 아직까지도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개정법안의 주요 내용은 가명정보의 근거규정을 마련하고 상업적인 목적의 통계분석을 보장하는 것이며, 또한 행정안전부 산하의 심의위원회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를 독립된 행정기구로 격상시켜 데이터 3법의 통합관리와 감독기능을 일원화하는 것이다.

    재계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신산업 선점을 위한 국가간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데이터 규제체계가 변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의 IT강점도 살리지 못하고, 우리 기업들은 점점 뒤처지게 될 것이기 때문에 데이터규제완화 3법의 조속한 입법적 마무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화평법·화관법 지나치게 복잡하고 까다로운 절차로 기업활동 발목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과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은 국민의 생명·재산과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화학물질을 안전하게 관리한다는 차원에서 필요한 법들이다.

    문제는 화학물질의 등록·유해성평가와 공장에서의 장외영향평가 및 위해관리계획 등 관리 과정에서 전반적으로 행정절차가 매우 복잡하고 까다로워 기업들이 과중한 행정부담과 비용 문제를 안게 된다는 점이다. 테스트 검사를 위한 시험인증기관, 컨설팅기관 등과 같은 인프라도 부족해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어려움이 많다.

    화평법상 화학물질을 제조·수입하고자 할 경우 최대 47개의 시험자료를 환경부에 제출해 등록해야 하지만, 화학물질의 독성, 발암성 등 유해성을 테스트할 수 있는 인증기관 및 정부 차원의 지원서비스가 외국에 비해 절대적으로 부족해 과도한 등록비용 부담이 발생한다.

    이로 인해 기업에서 화학물질의 등록을 포기할 경우 이를 구매해 사용하는 공장에서의 생산중단이 초래되고 연계산업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등 전반적으로 국가경쟁력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다.

    재계는 등록에 대한 정부의 유해성 시험자료 생산 지원이 연간 100개 수준에서 2500개 수준으로 대폭 확대돼야 하며, 등록 전과정에 대한 컨설팅 지원을 강화하고, 유럽 등 경쟁국의 신규화학물질 등록기준을 고려해 우리나라의 신규화학물질 등록기준도 상당수준 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화관법 역시 복잡한 절차로 기업들의 발목을 잡는 규제로 지목되고 있다. 이 규제에 맞춰 공장을 가동하기 위해서는 장외영향평가서와 위해관리계획서 심사(30일), 화학물질 취급시설에 대한 수십~수백개의 항목 검사(30일), 환경부의 영업허가(15일)를 순차적으로 모두 받아야 하는 등 총 75일의 장기간이 소요된다. 공장 가동을 지연시켜 신속한 사업 추진을 어렵게 하는 규제다.

    또한 화관법 시행 이전부터 가동 중인 시설도 2019년 말까지 시설기준을 준수하고, 외부기관의 검사를 받아야 하나, 중소기업의 경우 43%가 이행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정부와 국회는 ‘소재·부품전문기업 등의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전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으나 화학물질 관리에 관한 특례 대상이 협소하고, 명확한 행정처리 기한을 규정하고 있지 않아 행정당국의 재량적·자의적 해석이 가능해 규제 완화 효과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계는 특례 대상을 확대하고 명확한 행정처리 기한을 규정할 것으로 요구하고 있다.

    반도체 장비의 경우 국제안전기준에 따라 제작·납품되고 있으나, 국내법상 검사 등이 추가로 진행되는 문제가 있다. 치열한 국제 경쟁 상황을 감안해, 소재·부품·장비 특별법에 반도체 장비에 대한 예외규정을 마련할 필요성도 제기된다.[데일리안 = 박영국 기자]
    ⓒ (주)데일리안 - 무단전재, 변형, 무단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