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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규제의 명암④] 'K바이오의 미래' 규제 혁파 없인 장담 못 해


입력 2019.11.11 06:03 수정 2019.11.11 05:53        이은정 기자

미국·일본, 유전자·줄기세포 등 차세대 의료연구 활발

바이오 업계 "규제 푸는 게 가장 시급한 문제"

미국·일본, 유전자·줄기세포 등 차세대 의료연구 활발
바이오 업계 "규제 푸는 게 가장 시급한 문제"


정부가 바이오 산업을 비메모리 반도체, 미래형 자동차와 함께 중점 육성산업으로 선정했지만, 규제 완화에 대한 산업계의 갈증은 여전하다.(자료사진) ⓒ삼성바이오에피스 정부가 바이오 산업을 비메모리 반도체, 미래형 자동차와 함께 중점 육성산업으로 선정했지만, 규제 완화에 대한 산업계의 갈증은 여전하다.(자료사진) ⓒ삼성바이오에피스

정부의 규제가 바이오산업의 성장을 막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가 바이오 산업을 비메모리 반도체, 미래형 자동차와 함께 중점 육성산업으로 선정했지만, 규제 완화에 대한 산업계의 갈증은 여전하다.

2014년 기준 정부의 전체 규제 1만5312건 가운데 바이오 및 헬스케어 관련 규제는 2288건이었다. 바이오 및 헬스케어가 국민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에 쉽게 허가를 내줄 수 없는 분야이지만, 중국이나 유럽 등과 비교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국제연구기관 글로벌기업가정신모니터(GEM)가 전 세계 주요 54개국의 진입 규제 환경을 조사한 결과 한국은 미국(13위), 일본(21위), 중국(23위)은 물론 이집트(24위)보다 뒤처진 38위에 그쳤다.

한국의 공공보건의료 빅데이터는 규모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보유하고 있는 보건·의료 데이터만 해도 6조 건에 달한다. 하지만 개인정보보호 차원의 각종 규제가 민간의 의료 빅데이터 활용을 사실상 막고 있다. 기업이 병원의 의료 데이터를 사용하려면 해당 의료기관으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최소 4개월 이상 걸린다.

유전자 치료 관련 규제도 선진국에 비해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업계는 글로벌 수준의 유전자 치료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파격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일부 시민단체 등이 인간 존엄성 훼손 등의 우려를 제기하면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미국 일본 등에서 허용된 신선 난자 연구는 우리나라에선 규제로 막혀 있다.

미국, 유럽 등지에서 유전체 검사서비스가 미래 신산업으로 급부상하는 사이 국내 DTC(소비자 직접 의뢰) 유전체 분석시장은 규제에 발목이 잡혀 있다.

보건당국은 최근 12개로 제한한 DTC 항목을 121개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했다가 생명윤리단체 등의 반대 목소리에 57개로 줄였다. 이후 유전자 분석 업계에서 반발하자 다시 항목 확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낡은 규제와 관계부처의 소극적 행정도 여전하다. 업계 관계자는 "인공지능(AI) 기반의 의료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는데, 생산시설이 없다는 이유로 CD 생산업체로 인증을 받는 사례도 있고, 업체 대표가 이공계 전공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벤처인증에서 탈락하는 황당한 일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진입장벽 위주의 바이오 분야 규제가 많다. 규제를 크게 시장 진입 이전에 이뤄지는 진입 규제와 사후 규제로 구분하면 국내에선 사후규제에 대한 관심이 월등히 낮다.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진입 규제가 많지만, 바이오 분야에 대해서는 진입규제를 완화하고 대신 사후규제를 적용하는 국가가 많다.

2017년 미 FDA는 공개적으로 '우리가 혁신의 걸림돌이 되지 않겠다'면서 디지털 헬스분야 혁신을 장려하기 위한 '디지털 헬스 이노베이션 플랜'을 발표했다.

특히 FDA는 개별 제품에 대한 의료기기 여부를 심사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 개발사를 기준으로 규제하겠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어 국내 바이오 업계의 부러움을 샀다.

중국도 '중국제조 2025' 일환으로 바이오 산업을 외국인 투자 장려산업으로 지정하고, 임상시험이 신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관련 절차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바이오 헬스 산업 육성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새로운 정책을 만드는 게 아니라 성장 기회를 가로막는 규제를 혁파하는 것"이라며 "과도한 규제가 바이오 분야의 혁신 활동 자체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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