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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의료 빅데이터 쌓아두고 낭비하는 나라


입력 2019.11.13 07:00 수정 2019.11.12 22:18        이은정 기자

의료 빅데이터 구축, 가장 큰 걸림돌은 개인정보보호법

국민건강·산업발전 위해 규제 완화해야

의료 빅데이터 구축, 가장 큰 걸림돌은 개인정보보호법
국민건강·산업발전 위해 규제 완화해야


정부의 과도한 규제로 의료 빅데이터를 쌓아놓고도 산업계에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자료사진) ⓒSK바이오사이언스 정부의 과도한 규제로 의료 빅데이터를 쌓아놓고도 산업계에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자료사진) ⓒSK바이오사이언스

수학에서 '구골(Googol)'이라는 단어가 있다. 구골은 10의 100 제곱을 가리키는 숫자로, 1 뒤에 0이 100개나 달린 무한대에 가까운 숫자이다. 그래서 구골은 우주의 모든 원자의 수보다 많은 엄청나게 큰 숫자이다. '구글(Google)'이라는 회사명도 이 구골에서 따왔다.

우리나라 의료 빅데이터는 구골만큼은 아니지만 양과 질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보유한 빅데이터는 각각 3조5000억건과 3조건에 달한다. 의료 데이터를 전자화해 저장하는 프로그램인 전자의무기록(EMR) 도입률이 92%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가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료 데이터는 환자의 구체적인 치료 기록을 담고 있어 이를 잘 활용하면 환자 특성을 고려한 정밀의료와 AI 헬스케어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의 과도한 규제로 의료 빅데이터를 쌓아놓고도 산업계에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6조건에 달하는 데이터는 실로 어마어마한 양이지만 바이오 기업들에게는 '그림의 떡'에 불과한 것이다.

그렇다고 기업이 직접 데이터를 모으기도 어려운 현실이다. 대표적인 게 유전자 정보다. 소비자 의뢰 유전자검사(DTC)는 의료기관을 거치지 않고 소비자가 업체에 직접 유전체 분석을 의뢰하는 서비스다.

하지만 국내에선 피부, 모발 등 건강 관련 12개 항목 46개 유전자로 제한돼 있어 기업들이 질병 관련 유전체 데이터를 모을 수 없다. 질병과 관련된 유전자 분석이 금지된 탓에 데이터 질이 떨어지고, 제대로 된 데이터를 구축하기 어렵다.

우리나라와 다르게 미국이나 영국 등은 헬스케어 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며 유전체 빅데이터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실제로 미국은 2022년까지 100만명의 유전체 빅데이터를 확보하는 프로젝트를 가동 중이다.

의료 빅데이터 공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이유로 개인정보보호법이 꼽힌다. 심평원은 개인정보보호 문제가 해결되면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공개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관련 법안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돼 있다. 개인정보가 유출돼 상업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며 시민단체들이 반발하고 있어서다.

데이터를 이용하면 약물 부작용 사례나 효과, 환자 수요 등을 파악할 수 있어 신약 개발에 걸리는 시간을 앞당길 수 있다. 빅데이터 활용 없이는 국내 의료 및 제약바이오 산업이 한 발자국 나아갈 수가 없다. 국민 건강과 산업 발전을 위해 꽁꽁 묶인 규제를 풀 필요가 있다.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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