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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규제의 명암①] 갈수록 벌어지는 새 아파트-헌 아파트 가격 격차


입력 2019.11.14 06:00 수정 2019.11.13 22:02        원나래 기자

“규제가 새 아파트 선호 현상·양극화 등 부작용 부채질”

열여섯 번의 부동산 정책.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2년 반 동안 부동산 시장에는 한 달이 멀다하고 규제와 대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서울, 그 중에서도 강남 집값과의 전쟁이 계속되고 있지만, 새 정부 출범 이후부터 지금까지 집값의 불씨는 좀처럼 사그라들 줄 모른다. 이 기간 동안 서울 아파트값은 공급 감소에 따른 우려로 불안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게다가 관심에서 멀어진 지방 부동산 시장은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고, 일부 규제완화는 총선용에 그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문 정부 3년차, 데일리안은 그동안 정부가 내놓았던 부동산 정책들을 살펴보고 규제로 인한 부작용은 없는지 총 5회에 걸쳐 진단해 본다. [편집자주]


새 아파트 선호현상이 이어지면서 이들의 몸값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의 한 새 아파트 단지 모습.ⓒ데일리안DB 새 아파트 선호현상이 이어지면서 이들의 몸값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의 한 새 아파트 단지 모습.ⓒ데일리안DB

새 아파트를 원하는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새 아파트와 헌 아파트의 가격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편리한 주거환경과 함께 분양가 규제로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분양 단지들이 공급되는데다 재개발·재건축 사업 규제에 따라 희소성까지 부각되면서 앞으로도 새 아파트 선호현상은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수도권 보다 지방 양극화 더 심각

새 아파트 선호현상이 이어지면서 이들의 몸값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인구가 줄고 있는 지방의 새 아파트와 기존 아파트 가격 격차는 수도권보다 커지면서 양극화가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KB부동산 리브온 조사 결과 전국 입주 2년 이내(2018년~19년 7월까지) 새 아파트 630개 단지의 3.3㎡당 매매가격은 전국 평균(1203만원) 대비 25.7% 높은 1512만원으로 조사됐다.

수도권 새 아파트 3.3㎡당 매매가격은 1851만원으로 해당지역 평균(1640만원)보다 211만원(13%) 높은 한편, 지방은 해당지역 평균(746만원)보다 344만원(46%) 높은 1090만원을 기록했다. 수도권보다 지방의 가격 격차가 133만원 더 컸다.

가격 격차가 가장 큰 지역 경북(66%)이었으며, 전북(65%), 충북(61%), 전남(56%), 광주(55%), 경남(52%) 등이 뒤를 이었다. 경북의 경우 최근 5년 아파트 연평균 입주물량은 1만9814가구로 직전 5년 평균 대비 2.2배 증가했다. 이에 새 아파트 입주를 앞둔 집주인들이 잔금 마련을 위해 기존 집을 급매물로 내놓으면서 집값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주택 경기가 어려운 지방일수록 순유입 인구가 줄어들고 있지만, 새 아파트 입주물량은 쏟아지면서 주거 선호도가 낮은 오래된 아파트 중심으로 집값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 로또 청약·분양가 역전현상 등 부작용 우려 커져

업계는 이 같은 새 아파트와 헌 아파트의 가격 격차가 갈수록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2017년부터 본격화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통제로 주변 시세 대비 저렴한 가격의 분양단지가 선보이면서 로또 청약이 생겨나며 분양시장에 수요자들이 몰리고 있는 추세다.

여기에 최근 정부의 서울 집값 잡기 ‘마지막 카드’로 여겨졌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까지 발표됐다. 하지만 오히려 새 아파트 가격 상승은 계속되는 한편, 분양가 역전현상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부동산114 자료에 따르면 지난 2년간(2017년 10월~2019년 10월) 3.3㎡당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2101만원에서 2736만원으로 오르면서 30.22% 상승률을 보인데 반해, 입주 5년 이내 아파트 매매 상승률은 같은 기간 40.83%(2836만→3994만원)나 오르며 평균 상승률보다 10%포인트 이상 높게 상승했다.

이미윤 KB국민은행 부동산플랫폼부 전문위원은 “정부의 규제로 인해 새 아파트 희소성이 부각되면서 새 아파트와 기존 아파트의 가격 격차가 좁혀지기 않고 있다”며 “서울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확대 적용되면서 재건축 및 리모델링이 어려운 기존 아파트 대상으로 거래가 줄고 입지가 떨어지는 구도심 집값은 하향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지역 경기가 어려운 지방은 수도권으로 인구 유출되면서 새 아파트와 기존 아파트값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도 “정부의 규제가 분양시장을 교란하는 부작용이 충분히 나타날 수 있다”며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단지에 대한 청약 쏠림과 분양시장 과열을 부추겨 로또 청약 논란을 낳을 가능성도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새 아파트의 선호가 높아진 것도 정부의 규제로 인한 공급축소 우려가 과도하게 반영됐다는 것을 보여 준다”며 “동 단위 규제 시행에 따라 분양가 수준이 달라진다는 것은 또 다른 형평성 논란도 낳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부동산 전문가 역시 “억지스러운 정부의 규제가 시장을 더욱 부자연스럽게 만들고 있는 셈”이라며 “집값을 잡기 위한 핀셋 지정을 한다고 하나, 그 기준 또한 모호하고 규제가 가해지면 가해질수록 양극화의 부작용을 더욱 부채질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재건축 단지의 경우 일반분양가가 조합원 분양가보다 낮아져 사업에 차질을 빚거나, HUG의 분양가 통제로 어느 정도 규제되던 분양가를 상한제로 또 낮춘다면 인위적으로 분양가는 조정되겠지만, 이처럼 낮아진 분양가가 집값 안정으로 연결되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원나래 기자 (wiing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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