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가 새 생명 얻어 다시 태어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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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비가 새 생명 얻어 다시 태어나려면…
    <이진곤의 그건 아니지요> “창조를 위해 파괴가 필요하다”
    “너나 가라, 하와이”라는 사람들…요건을 갖추고 정당행세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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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 2019-11-18 09:00
    이진곤 언론인
    <이진곤의 그건 아니지요> “창조를 위해 파괴가 필요하다”
    “너나 가라, 하와이”라는 사람들…요건을 갖추고 정당행세 해야


    ▲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1대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김 의원은 부산 금정구 3선 국회의원으로 한국당 내에서 3선 중진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자유한국당이 자유우파의 구심점이 되고 희망이 될 수 있을까? 회의적으로 보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최소한 자유우파 유권자들의 절반은 넘을 듯하다. 물론 한국당이 재기하기를 바라는 사람들은 훨씬 많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사람도 이런 정당으로서는 문재인 정부와 그 여당을 이겨낼 수 없다는 좌절감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김세연 의원이 17일 불출마선언을 하면서 한 말이 인상적이다. 그는 “자유한국당이 수명을 다했다”며 “존재 자체가 역사의 민폐”라고 단정했다. “생명력을 잃은 좀비 같은 존재라고 손가락질 받는다”는 말을 더 얹었다. 한국당 소속의 국회의원들, 당직자들 모두에게 충격적인 지적이겠지만 그 속에 진실이 담겨져 있다.

    “창조를 위해 파괴가 필요하다”

    그는 이 같은 인식을 전제로 “창조를 위해서는 먼저 파괴가 필요합니다. 깨끗하게 해체해야 합니다. 완전한 백지 상태에서 새로 시작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좀비라면 확실하게 죽어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생명이 태어날 수 있다. 부활은 죽음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 점에서는 옳은 말이다. 그런데 한국당이 그렇게 변신하기엔 너무 늦은 게 아닐까?

    <1> 한국당으로서는 지난 2016년 4‧13총선 패배 때가 창조적 자기 파괴의 적기였다. 그 첫 단추는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당적정리여야 할 것이었다. 참패 책임의 경중을 따지는 것을 무의미했다. 모두가 책임을 져야 할 일이었고, 그러자면 당의 핵심이었던 박 당시 대통령이 먼저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게 이치와 순서에 맞는 선택이었다. “정치는 당에 일임하고 나는 국정에 전념하겠다”며 탈당을 선언했더라면 정국의 향방은 크게 달라졌을 수 있다.

    그 이후로 당이 고비 고비를 어떻게 넘겨왔는지는 새삼 지적할 필요도 없다. 주어진 기회는 하나같이 ‘의도적’으로 놓쳐버렸다. 가라앉는 배 안에서 자리다툼에 혈안인 모습을 보였다. 배가 침몰하고 겨우 고무보트에 의지하는 신세가 되었어도 이들의 ‘내부 분란’ 본능은 잠재워지지 않았다. 그 투쟁정신,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발휘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들은 내편을 물어뜯는 일에만 골몰해 왔다. 작년 6‧13지방선거 대패도 이들의 병을 고쳐주지는 못했다.

    <2> 정당이 쇄신의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을 때 제일 먼저 시도하는 게 이른바 ‘조직 강화’다. 지역선거구 조직책을 정리하는 것으로부터 그 작업은 시작된다. 새로운 인물을 해당 지역의 당 간판으로 내세우자는 것이다. 당연히 대대적인 물갈이가 요구된다. 당의 변화를 확인시키는 데는 이만한 방법도 달리 없다.

    “너나 가라, 하와이”라는 사람들

    그런데 스스로 자리를 내놓는 사람은 아주 드물다. 대개는 ‘대안이 없다’, 즉 ‘나만한 인물이 없다’는 논리를 편다. “나만 안 건드리면 우리 당은 선거에서 이긴다”는 것이다. 유임되면 “그것 봐, 여기 나 말고 누가 있어!”라며 의기양양해 한다. 교체대상이 되면 결정과정에서 비리가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투서를 뿌리거나 연판장을 돌린다.

    물론 교체되어 들어간 조직책이 전임자보다 못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능한 한 바꿔야 하는 것은 당의 개혁 쇄신 의지를, 그렇게라도 유권자들에게 확인시키고자 해서가 아니겠는가. 그걸 모르지는 않을 것이면서 “나는 건드리지 마!”라고 외치는 것이다. 홍준표 전 대표의 경우는 초‧재선 의원들의 ‘불출마 혹은 험지출마’요구에 “니가 가라, 하와이”라고 비아냥거렸다. 한국당적 마인드의 전형이라고 하면 지나치다할까?

    <3>그러고 나면 지도부를 새로 구성하는 순서에 들어간다. 당 소속의원들, 당협위원장들, 당직자들 모두가 사활적 과제로 인식하고 대응한다.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때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열기를 띈다. 차기 선거의 공천권을 쥐게 될 지도부여서다. 누가 당권을 쥐는 게 내게 유리한가 하는 계산이 앞선다. ‘당 면모의 일신’은 차 순위가 될 수밖에 없다.

    그 탓에 ‘개혁마인드가 확고한 새 인물’이 당권을 잡기는 어렵다. 다들 알만한 ‘그 사람들’ 가운데서 뽑히는 것이다. 당연히 국민들의 반응은 심드렁해진다. 오래 정치권에서 닳고 닳은 사람, 국가 요직을 두루 거쳐 국민적 명망가가 된 사람들도 ‘개혁 의지’를 가질 수는 있다. “나라고 왜 개혁을 못해”라는 오기가 생기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일단 당권을 잡게 되면 논공행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게 정치‧행정의 오랜 관행이고 미덕 아니겠는가. 옆에서 충성을 맹세하는 사람들을 내칠 수도 없다. 이 사람들의 보필을 받아야 당내 입지가 확보된다고 여겨질 것이기 때문이다. 자연히 현상유지파가 되고 만다. 이에 무게를 두면 당 쇄신은 립 서비스에 그치게 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당권을 쥐게 된 신임 대표도 어쩔 수 없이 당심 및 당 조직의 ‘안정’을 선호하고 거기에 안주한다. ‘당 개혁’ 요구는 찻잔 속의 태풍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요건을 갖추고 정당행세 해야

    김 의원은 ‘불출마 선언문’에서 한국당의 참담한 현실을 지적한다.

    “광화문 광장에서 자유한국당이 주최하는 집회는 조직 총동원령을 내려도 5만 명 남짓 참석하지만, 자유한국당이 아닌 시민단체에서 주최하는 집회에는 그 10배, 20배의 시민이 참여합니다.”

    이 말을 뼈아프게 들을 사람, 당내에 몇 명이나 될까? 광화문 시위현장에서 당 대표, 원내대표를 위해 붉은 카펫이 깔렸었다. 연설자도 당직자 우선이다. 구호 플레카드를 앞세워 청와대로 행진하는 광경도 한심스럽기 그지없다. 황교안‧나경원 대표가 중앙에 서고 그 옆으로 친밀함을 과시하고 싶어 하는 사람, 얼굴 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선다. 부끄러운 줄 모르고 이런 작태를 되풀이 하는 사람들이 이끄는 한국당에 미래가 있는가?

    “감수성이 없습니다. 공감능력이 없습니다. 그러니 소통능력도 없습니다.” 김 의원이 하는 말이다. 정당이라면 마땅히 갖춰야 할 감각이고 역량이다. 그런데 그게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정당이 아니다. 정당이 아니면서 정당 행세를 하는 격이라 하겠다.

    아직도 늦지 않았다. 황‧나 두 대표가 자기희생을 결심하고 소속의원, 유력자, 주요당직자들의 동참을 호소하면 희망의 틈새가 열릴 수 있다. 당 조직도 전면적으로 개편할 일이다. ‘안정’ 위주가 아니라 ‘혁신’ 위주의 조직이 되어야 한다. 지금은 경험자보다 참신한 사람이 소망스러운 때다 자신이 떠난 자리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유민봉 의원이 말하지 않던가. “빈자리는 국민이 채워줄 것입니다.”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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