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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안보협의회의(SCM) 유감


입력 2019.11.18 09:00 수정 2019.11.18 08:28        데스크 (desk@dailian.co.kr)

<박휘락의 안보백신> 공동성명, 대부분 미사여구로 채워져

북핵문제나 방위비분담 문제 관해서는 명확한 방향 제시하지 못해

<박휘락의 안보백신> 공동성명, 대부분 미사여구로 채워져
북핵문제나 방위비분담 문제 관해서는 명확한 방향 제시하지 못해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지난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제51차 한미안보협의회(SCM) 확대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지난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제51차 한미안보협의회(SCM) 확대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제51차 SCM 개최

한미 양국 국방장관 간의 회담인 안보협의회의(SCM: Security Consultative Meeting)이 2019년 11월 15일 서울에서 개최되었다. 미국의 국방장관, 합참의장 등 을 비롯한 군 수뇌부가 서울에 집결하자 국민들은 한미 양국 간의 다양한 쟁점에 대한 합의와 한반도 안보에 대한 해결책이 모색될 것으로 생각하면서 상당한 기대를 가지기도 했다. 그러나 15일 저녁 공동성명을 발표하면서 회의는 종료되었으나, 새로운 조치로 제시된 것은 없었다. 회의가 종료된 이후 그의 의미나 포함된 내용을 평가하는 언론보도가 거의 없을 정도로 기대에 비해 회의는 초라하게 종료되었다.

한미안보협의회의(이하 SCM)는 1968년 1월 한국 대통령에 대한 북한의 공격기도ㅇ였던 ‘1.21 청와대 습격사건’와 미국 정보함 ‘프에블로호 납치사건‘을 계기로 한미 양국이 국방장관 간 연례적 협의를 통하여 제반 사항을 유기적으로 조정하자고 합의한 데서 비롯되었다. 그해 5월에 워싱턴에서 제1차 한미국방각료 회담을 실시하였고, 1971년부터는 이것을 SCM으로 명칭을 변경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다. 한번은 서울, 한번은 워싱턴에서 개최하는데, 지금까지 한미 양국은 SCM을 통하여 양국의 안보문제 전반에 관한 다양한 정책들 협의 및 해결해왔고, 양국 합참의장 간의 협의체인 군사위원회(MC)로부터 군사상황에 대한 보고를 받고 필요한 지침을 하달하여 왔다.

전 세계에서 미국의 국방장관 및 합참의장과 매년 정례적인 회의를 개최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그만큼 한미동맹이 확고할 뿐만 아니라 특별하다는 증거 중의 하나일 것이다. 유사한 대미동맹에 의존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 ‘2+2회담’이라고 하여 1996년부터 외무 및 국방장관이 매년 만나지만 정례화되어 있는 것은 아니고, 한국도 가끔 이러한 회의를 개최한다. 즉 한미 양국은 매년 SCM을 통하여 세계 또는 북한에게 한미동맹이 이처럼 강력하다는 점을 과시하여 전쟁의 엄두를 먹지 못하도록 하여속, 안보 및 군사에 관한 제반 사항을 긴밀하게 협의하였고, 따라서 SCM을 통하여 한반도의 전쟁억제와 유사시 승리에 관한 모든 사항들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고 조치하였다.

제51차 SCM의 성과 분석

이번 서울에서 개최된 SCM에서는 그다지 내실있는 협의와 성과가 도출되지 못하였다. 주목할 만한 새로운 조치는 없었고, 논란이 될 만한 사항은 모두 애매하게 기술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쟁점이 발생할 경우 어떻게든 타결하여 한반도의 전쟁억제 태세에 문제가 없도록 하고자 노력했던 과거에 비해서는 적극성이 모자랐고, 결과적으로 미사여구는 많았으나 효과적인 조치로 합의된 바는 없었다. 이번 공동성명에 포함되어 있는 몇 가지 내용을 분석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이번 SCM에서는 유엔군사령부의 권한을 둘러싸고 한미 간에 제기되었던 갈등을 봉합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한국의 “정 장관은 대한민국이 정전협정과 유엔사의 권한 및 책임을 전적으로 지지하고 존중한다는 점을 확인하였다.”는 내용이다. 정경두 국방장관이 유엔군이 파견될 경우 한국 정부의 허락을 받을 것을 요구하거나 유엔군사령관의 지휘권 행사에 부정적 인식을 표명했던 점에 유의하여, 미국이 주장하는 유엔사 권위를 존중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보인다.

둘째, 전통적으로 SCM 공동성명에서는 미국이 핵우산(nuclear umbrella)을 제공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2018년 SCM부터 그것을 ‘핵능력(nuclear capability)’으로 대체하여 미국의 안보공약이 약화된 것이라는 의심이 제기되고 있는데, 이번 SCM 공동성명에서도 2018년과 같이 핵우산이 사라진 상태로 미국의 안보공약이 재천명되고 있다. 즉 “에스퍼 장관은 핵, 재래식 및 미사일 방어능력을 포함한 모든 범주의 군사능력을 운용하여 대한민국에 확장억제를 제공할 것이라는 미합중국의 지속적인 공약을 재확인하였다.”는 것이다. 비록 핵능력을 사용한다는 것이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핵우산’이라는 용어가 갖는 상징성과 보호의 약속 정도를 감안할 때 미국의 안보공약이 다소 약화되었다고 봐야 하고, 이것을 한국 정부가 그대로 수용한 것은 한반도의 전쟁억제가 얼마나 중요하고 심각한 지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할 수 있다.

셋째, 현재 한미 양국이 가장 심각한 문제로 생각하는 것은 북한의 핵무기 위협을 억제하는 것인데, 이를 위하여 한미 양국이 어떤 구체적인 방책을 채택하고 강화해 나갈 것인가에 대하여 이번 SCM 공동성명에서는 세부적으로 기술하고 있지 않다. “양측은...한미동맹의 억제태세를 제고하고 맞춤형 억제전략을 이행하기 위한 방안들을 공동으로 모색해 나가기로 하였다.”는 정도의 기술에 그친 것이다.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아무런 조치도 강구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핵무기 보유를 지향하고 있는 것이 현 상황이라고 한다면 한미 양국은 ‘맞춤형 억제전략’를 더욱 구체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방안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하고, 그 중에서 몇가지 조치는 공동성명에 포함되었어야 한다. 한미 양국군이 북핵 억제방책에 대하여 그다지 진지하게 논의하지 않았다고밖에 판단할 수 없다.

넷째, 상당수의 전문가들이 ‘북핵 위협이 해소될 때까지’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전시 작전통제권 전환 즉 한국군 대장을 한미연합사령관으로 임명하는 것을 연기할 것을 요청하였지만, 이번 SCM에서는 예정대로 이행하는 것으로 결정하였다. 즉 “양 장관은 2020년에 미래 연합사에 대한 완전운용능력(FOC) 평가를 추진하기로 결정하였으며, 전략문서 발전 등 검증평가에 필요한 조치를 이행해 나가기로 하였다.”는 것이다. 2019년 8월에 초기운용능력(IOC) 점검을 실시한 것은 맞으나 컴퓨터 모의에 중점을 두어서 충분히 검증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은데, 그러한 우려는 반영되지 않은 채 2018년 결정된 일정대로 진행하는 것으로 합의하였다. 이것은 한국 정부가 요구하는 사항을 미국이 수용한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

다섯째, 현재 한일 간에 논란이 되고 있는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GSOMIA: General Security of Military Information Agreement)’과 미일 간에 논란이 되고 있는 방위비분담에 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없이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일 간의 지소미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으면서 “양 장관은 도전 요소에도 불구하고, 공동의 안보이익에 기초한 한미일 안보협력의 중요성에 공감하였다.”는 추상적인 내용만 기술하고 있고, 방위비분담에 관해서는 조기 타결을 바라는 미국 입장과 증액을 꺼리는 한국 입장 동시 수용함으로써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즉 “양 장관은 제10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 만료 이전에 제11차 협상이 타결되어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였다. 아울러 양측은 향후 방위비분담금이 공평하며 상호 동의 가능한 수준에서 결정되어야 한다는 데에 공감하였다.”면서 양국의 입장을 함께 열거하는 데 그쳤다.

평가

2019년 SCM의 공동성명을 분석해볼 경우 내용은 길어졌지만(2018년에는 18개 항이, 2018년에 19항으로 증대하더니 이번에는 23항으로 증대), 실질적인 내용은 별로 없다고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대부분 미사여구로 채워져 있고, 한미 양국이 조치해야할 북핵문제나 방위비분담 문제에 관해서는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아마 양국군 수뇌부 간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했을 것이지만, 한반도의 전쟁억제나 한미동맹의 강화를 위하여 필요한 사항은 충분히 논의되거나 결정되지 못한 것이다. 이러한 회의가 지속될 경우 미국 측에서도 연례적인 회의 개최의 필요성 자체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한미동맹의 특별성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더욱 비판적으로 이번 2019년 SCM을 평가해볼 경우 공동성명에 핵우산을 포함시키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전작권 전환 즉 한국군 대장을 한미연합사령관으로 임명함으로써 미군의 책임을 감소하는 조치는 향후 한미동맹에 매우 중요한 사안인데도 2019년 실시한 최초운영능력 시험의 성과를 충분히 논의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기2020년의 완전운용능력 평가를 기계적으로 승인하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SCM이 없으면 한미 양국은 시간적 여유를 갖고 쟁점이 되는 문제를 서로가 충분히 연구한 다음에 꼭 필요한 내용만 합의할 수 있을 것인데, 매년 SCM이 열림으로써 이러한 기계적 승인이 가능하게 되고, 결과적으로는 SCM의 정기적 개최가 한반도 전쟁억제태세나 한미동맹 강화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본다.

전통적으로 한미 양국은 이 SCM을 통하여 한미 양국의 안보 및 국방관계 현안을 타결해왔는데, 최근 들어서 점점 형식화되고 있고, 이번 SCM은 더욱 그러하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공동성명의 분량은 늘었지만 대부분 다양한 분야에서 함께 협력해 나간다는 원칙의 표명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SCM이 열리기 전과 열린 후에 크게 달라진 것이 없고, 그래서 언론에서도 별로 주목하고 있지 않는 것이다. 필자가 평가하듯이 한미동맹은 겉으로는 강해보이지만 내실은 약한 “2월의 얼음”이 되어 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나가며

한국은 지금 북한의 핵위협으로부터 국가의 존망을 걱정해야 하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해있다. 북핵으로부터 우리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고자 한다면 강력한 한미동맹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다. 미국 핵무기에 의한 응징보복이 있어야 그것이 두려운 북한은 핵공격을 감행할 수 없을 것이고, 그러면 남북한의 평화공존이 가능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은 강력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미국의 강력한 핵억제력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고, 북한에게 그러한 힘을 과시할 때 한반도의 평화공존은 물론이고,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게 될 것이다.

이번 SCM에서 북한의 핵억제 및 방어를 위하여 한미 양국이 추가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사항은 별로 없다는 것은 한국의 일방적인 손해이다. 미국은 유사시에 한국을 포기해도 큰 손해가 아니지만 한국은 한미동맹을 잃으면 국가의 안위 자체를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SCM에서는 최소한 북한이 비핵화에 호응하지 않을 경우 군사적 옵션을 사용할 수 있고, 그를 위하여 한미 양국이 함께 협의하고 있는 모습은 보였어야 할 것이다. 그러면 북한은 한미 양국의 군사공격에 의하여 그들의 핵무기가 파괴될 것을 더욱 걱정하게 될 것이고, 그 걱정이 심각하다고 판단할 경우 경제지원이라고 받으면서 비핵화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하여 비핵화 협상에 적극적으로 응할 것이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SCM에서 우리가 적게 양보하거나 원만하게 타결하는 것을 성공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그러나 북핵 위협이라는 심각한 도전요소를 갖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양보를 적게하는 것보다 미국의 지원을 더욱 많이 획득하는 것을 성공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한국의 방어능력은 우리가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이 북핵대응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도록 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이익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보유가 점점 기정사실화되어가고 있지만 현 정부의 위기인식은 매우 안일하고, 그래서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서 SCM을 개최하면서도 원만한 회의 진행에만 신경을 쓴 것 같아서 안타깝다. 국민들이 높은 위기의식을 갖고 있고, 그러한 위기를 예방 또는 해소해야할 정부는 그렇지 않으니 오로지 답답할 뿐이다.

글/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교수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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