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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車관세폭탄 왜 미뤘나…"칼은 칼집에 있어야..."


입력 2019.11.18 11:10 수정 2019.11.18 11:27        박영국 기자

결정 미루며 한·일·EU에 외교·통상 압박 수단 활용

탄핵조사, 주지사 선거 등 복잡한 정치사안도 요인 지목

결정 미루며 한·일·EU에 외교·통상 압박 수단 활용
탄핵조사, 주지사 선거 등 복잡한 정치사안도 요인 지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수입산 자동차 및 부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여부 발표가 계속 미뤄지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의 피로도도 극심해지고 있다.

탄핵 청문회와 주지사 선거 등 미국내 복잡한 정치 상황으로 자동차 관세 사안이 후순위로 밀린 것이라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세계 각국과의 외교적 압박 수단으로 계속 활용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발표를 미룬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당초 지난 14일(현지시간) 발표 예정이었던 ‘수입차와 부품에 대한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 여부’와 관련해 이날까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3일 자동차 고율 관세 부과 여부를 “곧 결정하겠다”고 밝힌 이래 5일째 감감 무소식이다.

미국의 자동차 고율관세 부과 리스크는 무려 1년 6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5월 23일 성명을 통해 “수입산 자동차와 트럭, 부품 등에 대해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할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며 “미국 상무부가 조사해 나에게 보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외국산 제품이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되면 수입을 제한하거나 고율의 관세를 매길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다.

이후 조사에 나선 미국 상무부는 조사 개시 270일 만인 올해 2월 17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사 보고서를 제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고서를 받은 날로부터 늦어도 90일 내에 검토를 마치고 발표했어야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기한을 꽉 채워가며 결정을 미루더니 결정일인 5월 18일을 앞두고 “해당 결정을 180일 연기한다”는 포고문을 냈다.

유예 기한이 종료되는 시점이 지난 14일이었지만 이번에는 가타부타 말도 없이 발표가 미뤄지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車관세폭탄' 지렛대로 한미FTA 개정, 일본 농산물 개방 등 효과

그 사이 트럼프 대통령은 통상정책에서 여러 모로 ‘재미’를 봤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 9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를 개정 협상에서 많은 부분을 양보했다.

애초 2021년 1월 폐지 예정이었던 미국시장 픽업트럭 관세(25%)를 20년 더 연장키로 하면서 한국산 픽업트럭의 미국 진출을 사실상 2041년 1월까지 미뤘다. 한국 내 미국산 자동차 및 부품 안전기준도 완화하면서,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미국산 자동차의 점유율도 크게 늘었다.

현대차그룹의 20억달러(약 2조4000억원) 규모 대미투자, 미국 LNG가스에 대한 한국의 수입확대, WTO 개도국 지위 포기 등도 넓은 의미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자동차 고율관세를 지렛대로 한국으로부터 얻어낸 성과들이다.

일본은 지난 9월 농산물 시장을 개방하기로 미국과 합의했다. 자동차 관세폭탄 회피 목적과 무관치 않다는 평가가 줄을 이었다. EU 역시 대미 자동차 수출량이 많아 미국이 자동차 고율관세를 양측간 무역협정 개정에 유리한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동차 고율관세 부과 여부 발표를 계속해서 미루는 게 결국 이같은 효과를 기대한 게 아니냐는 것이냐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칼은 칼집에 있을 때가 가장 무서운 법이라는 말이 있지 않느냐”면서 “일단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 여부를 발표하면 더 이상 이를 외교나 통상 분야의 압박 수단으로 써먹을 수 없다는 점을 트럼프 대통령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최근 방위비 분담금 문제 및 지소미아(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연장 문제와 관련해 미국과 이견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 자동차 관세 문제를 압박 카드로 써먹을 사안이 남아있다는 의미다.

◆1년 6개월간 불확실성 지속…업계 피로도 심화

여러 가지로 복잡한 미국 국내 사정이 자동차 관세 부과 여부 발표를 후순위로 밀어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탄핵조사를 받으며 궁지에 몰린 데다, 주지사 선거에서도 야당인 민주당에 연일 참패하고 있다. 당장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연임에 빨간 불이 켜진 상태라 무역확장법 232조와 관련된 결정을 내릴 여유가 없다는 분석이다.

원인이 무엇이건 국내 자동차 업계는 계속되는 미국발 관세폭탄 리스크에 극심한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한국산 자동차의 미국 수출시 20% 이상의 관세가 부과될 경우 미국향 수출 물량이 연간 60만대에 달하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미국 판매량의 절반 정도를 사실상 포기해야 한다. 한국GM 역시 기존 스파크와 트랙스 등 미국으로 주로 수출되는 차종의 생산물량 확보에 큰 타격을 입게 되며, 회생 프로젝트의 핵심인 트레일블레이저와 신형 CUV 생산 투입에도 지장을 받을 수 있다.

르노삼성자동차도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물량 배정에 따른 닛산 로그 미국 수출물량이 일부 남아있다. 내년부터는 신차 XM3로 로그 생산물량을 대체해야 하지만, 미국 수출이 불가능해진다면 타격이 크다.

업계 한 관계자는 “어떤 기업에서건 가장 피해야 할 부분이 ‘불확실성’인데, 미국 자동차 관세라는 불확실성이 1년 반이나 지속되고 있다는 건 엄청난 스트레스”라며 “미국 수출 관세 문제가 완전히 종결되지 않을 경우 연간 사업계획을 세우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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