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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원도 근로자’…잇단 판결에 온라인 유통‧소상공인 된서리 맞을라


입력 2019.11.20 06:00 수정 2019.11.19 20:55        최승근 기자

외식 및 온라인 쇼핑업계 배달기사에 배송 의존…파업 시 압박카드로 작용

택배 3개 업체 점유율 80% 이상…“택배 배송 중단되면 온라인 시장도 멈춰”

외식 및 온라인 쇼핑업계 배달기사에 배송 의존…파업 시 압박카드로 작용
택배 3개 업체 점유율 80% 이상…“택배 배송 중단되면 온라인 시장도 멈춰”


서울 광진구 동서울우편물류센터에 쌓여 있는 택배 물량.ⓒ데일리안  서울 광진구 동서울우편물류센터에 쌓여 있는 택배 물량.ⓒ데일리안

최근 배달앱 배달원에 이어 택배기사도 근로자에 해당된다는 정부와 법원의 판결이 잇따르면서 온라인 유통업계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내 유통 시장의 절반 이상을 온라인이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뒷받침하는 물류 시스템이 마비될 경우 시장 전체가 혼란에 빠질 수 있어서다. 작년 CJ대한통운 전체 택배기사의 3%정도가 참여한 한 달 간의 파업에서도 수십억원의 손실과 함께 온라인몰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지난 5일 배달앱 요기요 계열사와 위탁계약을 맺은 배달원 5명에 대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서류상 신분은 개인사업자이지만 근무시간과 장소를 회사가 지정하는 등 회사의 실질적인 지휘·감독이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이후 배달원들의 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은 18일 서울시로부터 노조설립 신고 필증을 받았다. 노조의 공식 명칭은 '서울 라이더유니온'으로 합법노조 지위를 얻게 됐다.

15일에는 서울행정법원이 CJ대한통운 대리점들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민주노총 산하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을 단체교섭 대상으로 인정한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택배기사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노조가 합법이라고 법원이 인정한 것이다.

이달 두 차례에 걸친 정부와 법원의 판결로 온라인 유통업계도 술렁이고 있다. 배달앱의 경우 온라인 유통을 넘어 외식업계 등 소상공인들과도 직결되는 만큼 유통업계 전반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배달앱의 등장으로 외식업계 배달 비중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만큼 배달원 노조의 실력 행사가 새로운 압박 수단으로 등장할 수 있어서다.

앞서 라이더유니온 측은 플랫폼노동자 노조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배달플랫폼 본사나 지사를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며 실질적인 노동환경개선에 나설 계획임을 밝힌 바 있다.

배달앱 마다 배달원과의 계약 형태나 내용은 다르지만, 고용부가 이들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한 사례가 나온 만큼 현재 라이더유니온에 소속돼 있는 부릉, 배달의민족 등 다른 업체에서도 비슷한 요구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택배업계를 보는 온라인 쇼핑업계의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다. 배달원들의 처우 개선에 반대한다는 입장은 아니지만, 택배 등 물류 시스템이 뒷받침 되지 못할 경우 성장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CJ대한통운 택배기사 7000여명이 실시한 파업 기간 동안 거센 소비자들의 불만과 더불어 수십억원의 지출을 경험하면서 우려는 더 커졌다.

국내 택배시장의 경우 상위 3개 업체가 전체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는 과점 형태인 만큼 이들의 파업이 온라인 쇼핑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절대적일 수 밖에 없다.

다만 택배회사와 대리점주들이 낸 소송이 남아 있고, 이번 법원이 판결이 근로기준법상 택배기사들이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판단은 아니어서 연차수당, 산재보상 등 직접적인 처우 문제를 제기할 법적 권리는 아직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택배노조에 가입하는 노조원들이 늘고 이들이 목소리가 커질 경우 배송 비용 인상 등 압박을 가할 수 있어 불안감은 여전한 상황이다.

택배노조에 따르면 전국의 택배기사 약 4만5000명 중 노조에 가입한 택배기사는 2500명 수준이다.

온라인 쇼핑 관계자는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경우 자체 배송망이 있어 상황이 좀 낫지만 대부분 온라인 업체들은 택배회사에 배송을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새벽배송에 당일배송까지 저마다 차별화된 배송시스템을 무기로 경쟁하는 상황에서 물류에 문제가 생길 경우 온라인 시장 전체가 멈출 수도 있다”며 우려했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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