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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 여전한데…신한·국민은행도 영구채 '1조 베팅'


입력 2019.11.21 06:00 수정 2019.11.20 20:42        부광우 기자

4대銀 신종자본증권 4조9142억…전년比 21.6%↑

"자본이냐 부채냐" 정리 안 된 논의 속 '확산일로'

4대銀 신종자본증권 4조9142억…전년比 21.6%↑
"자본이냐 부채냐" 정리 안 된 논의 속 '확산일로'


국내 4대 은행 영구채 발행 잔액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4대 은행 영구채 발행 잔액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4대 은행들이 보유한 영구채가 올해 들어 1조원 가까이 불어나며 5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구채는 사실상 만기가 없어 은행의 자본력을 뒷받침해주는 효자 채권으로, 이에 다소 소극적인 자세를 보여 온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까지 본격 베팅에 나서면서 발행 경쟁엔 한층 불이 붙는 모습이다. 하지만 영구채를 자본이 아닌 부채로 봐야한다는 논의가 완벽히 정리되지 않아 회계 측면의 불확실성이 큰 만큼, 은행들이 자칫 조삼모사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신한·금융·KEB하나·우리은행 등 국내 4개 시중은행들의 신종자본증권 발행 잔액은 총 4조9142억원으로 지난해 말(4조404억원)보다 21.6%(8738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없거나, 만기 시점에 동일한 조건으로 회사가 연장할 수 있는 채권을 가리키는 말로, 흔히 영구채라 불린다.

올해 신종자본증권 확대를 주도한 곳은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이었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의 신종자본증권은 6987억원에서 9980억원으로 42.8%(2993억원) 늘었다. 또 국민은행이 5745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을 새로 보유하게 됐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국민은행은 신종자본증권이 전혀 없었다.

우리은행은 가장 많은 3조162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을 갖고 있었지만, 조사 대상 기간에는 추가 확대 없이 기존 규모를 유지했다. 다만 우리은행이 지난 달 해외에서 발행한 5억5000만달러의 신종자본증권을 더하면 현재 규모는 이보다 6000억원 이상 클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의 신종자본증권은 1797억원으로 변화가 없었다.

은행에게 있어 신종자본증권이 갖는 최대 매력은 자본 건전성에 도움이 된다는 점이다. 신종자본증권은 발행하는 회사의 결정에 따라 만기를 정할 수 있는 구조 상 회계 처리 시 자본으로 인정돼 왔다. 즉, 은행은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재무 상태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신종자본증권을 늘린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은 재무 건전성 지표 개선 효과를 톡톡히 봤다. 올해 들어 지난 9월 말까지 두 은행의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BIS 비율) 추이를 보면 신한은행은 16.03%에서 16.46%로, 국민은행은 15.52%에서 16.42%로 각각 0.43%포인트와 0.90%포인트씩 올랐다. BIS 비율은 위험자산 대비 자기자본의 비율을 보여주는 지표로, 은행의 건전성을 평가하는 핵심 항목이다.

반대로 해당 기간 신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지 않았던 은행들의 BIS 비율은 뒷걸음질 쳤다. 우리은행은 15.65%에서 15.17%로, 하나은행은 16.25%에서 15.51%로 각각 0.48%포인트와 0.74%포인트씩 BIS 비율이 떨어졌다.

그렇다고 신종자본증권이 은행들에게 마냥 꽃놀이 패인 것만은 아니다. 금융사들이 신종자본증권을 지금처럼 계속 자본으로 삼게 해 줘서는 안 된다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특히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가 최근 회계 기준 손질에 들어간 가운데 신종자본증권이 화제로 떠오르면서 금융권은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쟁점은 신종자본증권이 자본이냐 부채냐의 문제다. 발행 금융사가 반영구적으로 조달 자금을 묶어둘 수 있어 자본과 성격이 유사하다는 특성으로 인해 이제까지 신종자본증권은 자본으로 인정받아 왔다. 그러나 IASB의 회계 기준 개정 착수를 둘러싸고 금융 부채의 개념을 새롭게 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며 변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보유자에게 특정 금액의 수익을 약속해야 한다면 회계 상 금융 부채로 봐야 하고, 이 때문에 누적 방식의 이자를 지급하는 신종자본증권은 부채로 인식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주장이다.

이렇게 되면 신존자본증권에 자본력을 의지하고 있는 은행들로서는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회계 기준 변경으로 자본의 상당 부분이 부채로 뀌며 재무적 부담이 커질 수 있어서다. 반면 이런 염려에 대해 시기상조란 견해도 있다. 아직 정해진 바가 없는 일을 두고 지레 겁먹을 필요까진 없다는 반응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종자본증권이 금융사의 자본 여력에 있어서는 장점이 있지만, 장기적으로 금융비용을 발생시킨다는 면을 고려하면 양날의 검"이라며 "더욱이 회계 변경 이슈를 앞두고 영구채를 통한 자금 조달에 지나치게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신중론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일부 논의가 있기는 하지만 IASB가 신종자본증권을 자본에서 부채로 전환하는 결정을 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며 "만약 회계 기준이 바뀌더라도 확정부터 적용 유예 기간까지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는 만큼, 미리 걱정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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