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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준 왜곡보도 사과와 언론의 문제


입력 2019.11.21 08:20 수정 2019.11.21 08:13        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의 이슈분석> 언론, 사실관계만은 정확히 전한다는 신뢰 회복해야

<하재근의 이슈분석> 언론, 사실관계만은 정확히 전한다는 신뢰 회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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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과거에 유승준 이슈에 대해 논하면서 과거 국방부가 유승준 군입대 시 연예활동 병행을 허용하는 특혜를 베풀었었다고 했다. 대한민국이 유승준에게 그렇게까지 혜택을 줬는데도 유승준이 배신했다는 것이다. 유승준 측은 이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국방부 혜택은 낭설이라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내가 유승준에게 사과해야 한다.

내가 그런 지식을 갖게 된 이유는 보도를 접했기 때문이다. 사람은 언론보도를 통해 세상을 인식한다. 예를 들어 지금 대통령이 문재인이고 제1야당 대표는 황교안이라는 지식도 언론을 통해 주입받았다. 난 문재인이 청와대에 있는 모습을 보지도 못했고, 황교안이라는 사람이 이 세상에 실재하는 지도 모른다. 북한에 김정은이 있는지도 모른다. 언론이 그렇다고 하니까 그런 줄 아는 것이다.

보통 다수의 주류 매체가 동일한 내용을 보도하면 그것을 사실로 간주한다. 지상파 탐사보도프로그램이 확인된 사실이라면서 방송하면 그것도 사실로 간주한다. 그렇게 확인된 사실을 놓고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평가하고 판단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사실을 확인하지 않고, 모든 사안에 대해 본인이 직접 확인한 것만 사실이라고 한다면 사회생활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투표도 못할 것이다.

그래서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사람은 언론을 통해 이 세상을 인식한다. 언론이 사실이라면 사실인 줄 알고 사는 것이다. 만약 언론이 사실이라면서 거짓을 전하기 시작하면 사회의 안전성이 붕괴하고 말 것이다.

유승준 사건의 언론 보도엔 그런 점에서 문제가 있다. 20일에 유승준이 정정보도를 요구했다. 그의 변호사가 인터뷰를 했는데 많은 매체가 그 인터뷰 내용을 전하면서 ‘유승준이 입국 후 귀화를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유승준은 변호사가 ‘기여’라고 했는데 ‘귀화’라고 보도됐다며 정정을 요구했다.

어떻게 기여가 귀화라고 보도될 수 있는지 황당하다. 요즘은 유승준이 SNS를 개설하고 그때그때 입장을 밝히기 때문에 이것이 곧바로 정정됐다. 만약 과거처럼 유승준이 침묵했다면 2019년 11월에 유승준의 대리인이 귀화 입장을 밝혔다는 게 사실로 굳어졌을 것이다.

유승준 측은 한국에 오려는 게 세금혜택 때문 아니냐는 의혹에, 한국에 귀화하는 것이 아닌 단순 방문이기 때문에 세금과는 상관이 없다고 해명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귀화 추진이라고 알려졌다면 과거 해명이 거짓 해명이 되는 것이고 유승준은 또 거짓말쟁이로 낙인 찍혔을 것이다.

이런 이슈를 어떻게 헷갈리게 보도할 수 있는지 어이가 없다. 심지어 유승준이 정정해달라는 입장을 밝힌 후에도 ‘유승준 귀화 고려’라는 보도들이 버젓이 새로 생산됐다. 유승준이 뭐라고 하든 말든, 진실 여부는 관심이 없고 그저 자극적인 뉴스 소재로만 이용하는 것처럼 보인다.

아무리 국민 공분의 대상이라고 해도 사실보도는 정확해야 한다. 무조건 대중 정서에 올라타 기사 장사만 하면 그만이라는 자세는 곤란하다. 과거 병무청 공무원이 유승준 때문에 불이익을 당했다는 보도도 파다했다. 유승준은 그것도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인터넷 사과 방송 당시 마지막 욕설은 스태프가 한 것이었다. 그런데 요즘도 유승준이 그때 욕설을 했다는 식으로 뉴스대담이 이루어진다. 세금혜택 의혹에 근거가 없다는 게 알려졌는데도 최근까지 많은 매체에서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보도했다.

‘유승준이 관광비자로 들어올 수 있는데 왜 F4비자로 들어오려고 하는 것이냐’는 보도도 아직까지 이루어진다. 유승준은 입국금지 상태이기 때문에 관광입국도 안 된다. 그런 것이 확인이 됐는데도 많은 매체가 무시하는 것이다.

또, 유승준이 관광비자 신청이 아닌 F4비자 신청을 택한 이유도 최근에 유씨 측 설명이 알려졌다. 한국 기관을 상대로 입국하겠다는 소송을 제기하는 것인데, 단순 외국인 입장에서 관광비자를 신청하면 이길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재외동포를 포용하는 취지로 만들어진 재외동포법에 의거해서 법적 권리를 주장하다보니 법리에 의해 필연적으로 F4비자 신청으로 귀결됐다는 것이다. 이런 설명이 나와도 여전히 많은 매체는 돈을 벌 목적이니까 F4비자를 신청했을 거라고만 보도한다. 처음엔 그런 의혹을 가질 수 있지만 유승준의 해명이 나왔는데도 무시하는 게 문제다.

물론 유승준 측의 말이 모두 사실이라는 보장은 없지만 어쨌든 당사자의 반론은 당연히 고려해야 하고, 그것이 합리적이라면 더욱 중하게 소개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 매체들은 그런 것에 관심이 없고 오로지 유승준을 최악의 거짓말쟁이, 최악의 표리부동으로만 포장해서 보도한다. 그런 가운데 국방부 특혜설도 주류 매체에서 보도가 이루어졌고 나 같은 뉴스소비자가 그것을 믿은 것이다.

유승준은 어쨌든 국민의 믿음을 저버렸다. 비판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에 대해 사실관계 상관없이 아무 말이나 해도 되는 건 아니다. 언론은 사실만을 전해야 한다. 비판 같은 가치판단은 사실보도 이후에 할 일이다. 하지만 우리 언론은 비판당해 마땅한 사람이라며 사실관계 자체를 더 비판하기 좋은 쪽으로 바꿔서 보도하거나, 사실관계를 ‘쿨하게’ 무시하고 욕하기 좋은 내용으로 대충 짜깁기해 보도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면 언론의 신뢰가 무너진다. 사회 신뢰성의 근간도 무너진다. 언론은 어떤 일이 있어도 사실관계만은 정확히 전한다는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유승준 관련 보도에도 나를 포함해서, 반성이 필요하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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