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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손보사 사상 첫 年 5조 영업손실 '초읽기'


입력 2019.11.22 06:00 수정 2019.11.21 22:10        부광우 기자

1년 새 손실 66.8% 급증…정부 가격 통제 '역풍'

금리 추락에 투자도 부진…소비자에 부메랑 우려

1년 새 손실 66.8% 급증…정부 가격 통제 '역풍'
금리 추락에 투자도 부진…소비자에 부메랑 우려


국내 손해보험사 보험영업손실 현황.ⓒ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손해보험사 보험영업손실 현황.ⓒ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손해보험사들이 올해 보험영업에서만 5조원이 넘는 사상 최대 손실을 떠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보험료 통제 압박 속 대표적 국민 상품인 자동차보험과 실손의료보험에서의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역풍으로 풀이된다. 이 와중 기준금리 추락으로 투자 성적까지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손보사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이런 흐름이 장기적으로 소비자들에게까지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확산되고 있다.

22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월까지 국내 10개 일반 손보사들의 보험영업에서 발생한 손실은 총 2조957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1조7730억원) 대비 66.8%(1조1841억원) 급증한 액수다.

지금까지의 증가세를 기반으로 추산해 보면, 남은 기간 소폭 실적이 회복되더라도 올해 손보업계의 연간 보험영업 적자폭은 5조원 돌파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 3조6439억원의 기록을 한참 웃도는 액수다. 만약 여건이 조금이라도 나빠지면 연 6조원마저 넘어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현실이다.

손보사별로 보면 최대 사업자인 삼성화재의 보험영업손실이 조사 대상 기간 2859억원에서 5092억원으로 78.1%(2233억원) 늘었다. 그나마 삼성화재의 적자 증가율은 다른 주요 손보사들보다 낮은 편이었다. 현대해상의 보험영업손실은 2440억원에서 5074억원으로 108.0%(2634억원)나 증가했고, 메리츠화재 역시 2102억원에서 82.8%(1739억원) 늘어난 3841억원의 보험영업손실을 나타냈다. 또 DB손해보험은 1400억원에서 3776억원으로, KB손해보험도 2427억원에서 3774억원으로 각각 169.7%(2376억원)와 55.5%(1347억원)씩 보험영업손실이 증가했다.

이처럼 손보사들의 본업인 보험영업에서 적자가 확대되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벌어들이는 보험료에 비해 나가는 보험금이 늘고 있어서다. 실제로 해당 손보사들의 경과손해율은 같은 기간 82.8%에서 84.4%로 1.6%포인트 상승했다. 손해율은 보험사가 거둬들인 보험료와 비교해 내준 보험금 등 손해액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이 수치가 올라갔다는 것은 그 만큼 보험영업의 실적이 나빠졌다는 뜻이다.

손보업계의 발목을 잡은 주범으로는 우선 자동차보험이 꼽힌다. 올해 상반기 자동차보험에서만 4000억원이 넘는 손실이 났고, 올해 연간 적자는 1조원 이상으로 관측된다. 최근 손보사들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일제히 90%를 넘어섰고, 일부는 100%에 육박하며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실손보험의 실태는 더 심각하다. 손해율이 최근 130%까지 치솟으면서 올해 상반기 실손보험 손실액은 1조원이 넘었고, 올해 총 1조7000억원에 달하는 적자가 예측된다.

사정이 이렇게까지 된 데에는 정부의 입김이 컸다. 정책적으로 실생활과 밀접한 보험 상품들의 가격을 억누르면서 손보사들의 손해가 부풀어 오르는 형국이다. 자동차보험의 경우 올해 들어 보험료가 두 차례나 올랐지만, 정비공임이 오르고 기대수명이 늘어나는 등에 따른 필요 인상분을 모두 가져가진 못한 모습이다. 실손보험은 이른바 문재인 케어의 역효과에 직면하고 있다.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로 의료 이용이 잦아진데다 이로 인해 비급여 항목 진료가 늘어나는 풍선 효과까지 불거지고 있지만, 정부가 보험료를 제어하면서 손실이 불고 있다.

더욱 문제는 이런 적자를 상쇄해야 할 손보사들의 투자 부문 성적이 신통치 않다는 점이다. 올해 7월까지 손보사들이 거둔 투자손익은 총 4조827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조4183억원)보다 9.3%(4094억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보험영업에서 확대된 손실을 메꾸기엔 한계가 큰 수준이다.

여기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추락하면서 제로금리 시대까지 거론되는 현실은 손보사들의 어깨를 한층 짓누르고 있다. 금리가 낮아지면 통상 금융 상품을 통해 거둘 수 있는 투자 수익률도 함께 떨어지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한은은 지난 달 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정책 방향 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기존 연 1.50%에서 1.25%로 0.25%포인트 내리기로 했다. 이로써 한은 기준금리는 2016년 6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기록했던 사상 최저치로 돌아갔다. 시장에서는 내년 중 기준금리 추가 인하가 이어지며 0%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같은 일련의 흐름은 소비자들에게도 달갑지 않은 소식일 수 있다. 손실을 나누는 보험 사업의 구조적 특성을 감안하면, 보험사의 수익 악화가 알게 모르게 전반적인 보험료를 끌어 올리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영업과 투자 측면에서 경영 환경이 동반 악화하며 보험사들이 이중고를 겪는 모양새"라며 "마땅한 탈출구가 보이지 않아 긴장감이 더 고조되는 가운데 잠재 손실이 고객들 전반으로 전이될까 염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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