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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탁상품 팔게 해달라" 금융권 혼란…양보없는 논쟁


입력 2019.11.21 16:15 수정 2019.11.21 19:15        박유진 기자

신탁 계약 기초 자산 95%·규제 모두 공모로 운영

"안전하니 팔게 해달라" 투자자보호 한발 물러서나

신탁 계약 기초 자산 95%·규제 모두 공모로 운영
"안전하니 팔게 해달라" 투자자보호 한발 물러서나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은행권이 신탁 자산 중 공모형 주가연계증권(ELS) 계약 건에 대해 판매를 허용해달라는 의견을 금융당국에 제출키로 한 가운데 금융당국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은 신탁 상품 중 특정금전신탁에 편입되는 ELS 자산의 95%가 공모형이라 은행권은 수익성 차원에서 신탁을 사모와 공모로 구분 지어주고, 상품 판매까지 허용해달라는 요청의 의견서를 작성 중이다.

신탁은 본래 개인과 금융사 간의 일대일 계약 거래라 사모와 공모로 구분할 수 없지만 편입된 자산의 95% 이상이 공모형에다 규제도 공모로 받는 점이 있어 이번 규제 대책의 취지와 달리 안전하다는 주장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위에서 신탁에 대해 투자 위험성이 높은 사모와 유사한 부분을 지적해 판매 금지를 조치한 바 있다"며 "은행들이 지난 15년간 주가연계신탁(ELT)를 팔아 손실이 한 번도 난 적 없고, 편입된 자산의 95% 이상이 공모형이라는 점을 입증해 사모와 달리 안전하다는 것을 강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14일 은행권에서 원금 손실이 높은 상품을 판매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한 뒤 판매 제한 조치를 내리는 안건을 발표했다. 연내 대규모 원금 손실을 촉발한 해외 연계 금리 파생결합상품(DLF) 사태에 따른 후속 조치다.

이번 방안에서 금융당국은 투자자의 이해도가 낮은 상품, 원금의 20~30%가 손실될 수 있는 상품을 은행에서 판매하지 못하게 했다. 사모펀드의 개인 투자 금액은 1억원에서 3억원으로 상향됐고 주가연계 자산을 편입하는 신탁 상품이 규제 대상에 포함됐다.

금융당국은 고위험 상품 규제 시 신탁의 자산 100%가 ELS로 발행되는 등 사실상 투자자 안전장치가 부족하다고 보고 사모펀드와 함께 은행 판매 금지령을 내렸다. 그러나 당장 신탁업 축소가 우려된다는 은행권의 반발이 심해 공모형 자산에 대해서라도 판매를 허용하는 대책 방안을 고민 중이다.

투자 위험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은행권의 주장에도 일리는 있는 상태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03년부터 2015년까지 발행된 ELS의 원금 비보장형 중 90.75%가 이익이 상환됐고, 9.25%가 손실 상환된 바 있다. 실제 운용 성과에서 손실 가능성은 낮은 상태다.

다만 이는 신탁업의 개념을 다시 정리한다는 측면에서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다소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일대일 계약에 의한 신탁을 왜 공모나 사모로 구분해달라고 하는 지 은행과 당국의 발상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며 "공모 상품을 편입할 목적으로 수백 명의 고객과 계약을 맺으면서 같은 상품을 뿌린 것을 근거로 공모라 주장할 수 있겠지만, 근본적으론 불필요한 논쟁"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은행들은 공모형으로 편입되는 신탁의 경우 안전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지만 일대일 계약이면서도 불구하고 사실상 공모처럼 팔거나 사모처럼 팔아 온 관행이 있기 때문에 투자자보호 관점에서는 여전히 불안한 게 현실이다.

은행이 예금을 원하는 고객에게도 관련 상품을 적극적으로 권하는 등 불완전판매 논란 소지가 있고, 중도해지 시 수수료 부담이 높은 것도 있다. 또 신탁에 편입되는 파생결합증권(DLS)의 경우 투자자 제한이 49인 이하로 묶여있는 사모로 발행해놓고 신탁에 편입한 뒤 다시 소비자에게 팔 때는 50인 이상(공모형)에 판매되는 관행이 존재했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은행들은 공모형으로 편입되는 신탁의 경우 안전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지만 일대일 계약이면서도 불구하고 사실상 공모처럼 팔거나 사모처럼 팔아 온 관행이 있기 때문에 투자자보호 관점에서는 여전히 불안한 게 사실"이라며 "수익성에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은행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신탁은 공모도 사모도 아닌 계약이다"고 말했다.

은행권의 공모형 자산 신탁 판매 허용 요청에 대해 은성수 금융위원장 또한 "신탁을 공모와 사모로 분리할 수 있다면 오히려 (공모 판매를) 장려하고 싶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한편, 신탁은 고객이 자신의 현금성 자산이나 부동산, 주식 등의 유·무형 재산을 스스로 관리하지 않고 금융사 등에 맡겨 운용하게 하는 자산관리 계약을 뜻한다. 은행들은 주로 고객으로부터 현금 재산을 받아 주가 연동 자산에 투자하고 이에 맞춰 수익과 원금을 상환해준다.

박유진 기자 (rorisang@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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