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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3조 예산전쟁] 일자리·복지에 최대…‘선거용 예산’ 또 등장


입력 2019.11.27 15:23 수정 2019.11.27 16:04        이소희 기자

현금성 복지예산 ‘총선용 포퓰리즘’ 되나, 실효성 점검해봐야

현금성 복지예산 ‘총선용 포퓰리즘’ 되나, 실효성 점검해봐야

김재원 소위원장 등 여야의원들이 지난 2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에서 과기정통부 등의 예산안에 대한 심의를 시작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재원 소위원장 등 여야의원들이 지난 2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에서 과기정통부 등의 예산안에 대한 심의를 시작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지난 9월 3일 총수입 482조원, 총지출 513조5000억원 규모의 2020년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국회는 국정감사가 마무리되면서 11월 본격적인 예산정국으로 접어들었다.

적극적인 재정확대와 전년 대비 9.3%(43조9000억원) 증액된 총지출로 내년부터는 통합재정수지가 구조적인 적자로 전환될 예정이다. 수입을 줄어드는데 지출은 늘어나는 재정적자인 셈이다.

이 같은 초 슈퍼예산 구조에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있어 어느 때보다 예산안 심사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확장적 재정정책의 당위성을 강조하면서 513조5000억원의 슈퍼예산을 지출하기 위해 60조원이 넘는 적자국채를 발행키로 했다.

이에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무분별한 퍼주기 예산’,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소득주도성장정책 예산’, ‘세금중독예산’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국가 재정으로 지원되는 예산의 지속가능성과 사업별 효과에 대한 분석에 해석이 더해지면서 적정 예산에 대한 치열한 공방전이 거듭되고 있다.

◆일자리·복지예산 폭증…선거용 현금지급? 복지비, 총지출 증가분의 47% 차지 ‘역대 최고’

특히 선거 때만 되면 등장하는 현금성 복지예산과 일자리예산의 증액이 ‘총선용 포퓰리즘’으로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내년 일자리와 복지예산에 정부는 각각 21.3%, 13%를 늘려 역대 최대 증액을 편성했다. 올해보다 20조6000억원이 늘어난 181조6000억원에 달하는 배정이다.

복지예산은 내년 전체 예산안의 35.4%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전년 대비 복지 예산 증가분(20조6000억원)은 정부 총지출 증가분(43조9000억원)의 46.9%를 차지한다.

특히 직접 돈을 주는 일자리안정자금, 청년구직지원금 등 ‘현금성 예산’이 급증했다.

일자리안정자금은 올해도 신청자가 몰리면서 이미 예산이 바닥난 상태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예측보다 높은 신청 증가로 인해 기존 예산 2조8188억원이 모두 소진돼 일반회계 예비비로 985억원을 추가 지원하는 방안을 27일 국무회의에 상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일자리안정자금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자영업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국고보조금으로 30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자 1인당 최대 월 13만원의 보조금을 주는 제도다.

내년에는 최저임금 인상률이 2.9%에 그치고 1인당 지원금액도 9만원으로 줄어 전체 예산을 2조1647억원으로 낮춰 잡았다지만 이미 오른 최저임금 여파와 경기 부진에 내년에도 신청자는 몰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0년도 예산안 분석 종합’에 따르면, 보건·복지·고용분야의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로 이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연평균 증가율(9.2%)이 총지출 증가율(6.5%)을 상회하는 등 의무지출의 예산 증가로 경직성 증가가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또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간, 중앙행정기관 간 유사·중복 사업 추진 우려도 있다며 예산안 제출 전 사회보장위원회 협의를 통한 유사·중복 사회보장제도 방지의 사전절차 필요성도 거론했다.

▲고용노동부의 신중년 경력형 일자리 사업과 보건복지부의 노인일자리 사업(연령 조정으로 대상중복) ▲복지부 청년저축계좌와 지자체 저소득층 청년 자산형성 사업 ▲복지부 자활사업 자활장려금과 생계급여 근로소득공제(지원범위 중복) 등을 예로 들었다.

일자리 예산 증가에 따른 고용보험기금의 재정수지 관리도 체계화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일자리 예산의 59.3%는 고용보험기금에서 충당하기 때문에 재정수지 악화의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사회서비스 일자리는 일자리 유지를 위해 매년 재정투입이 이루어짐에도 전년 대비 소요예산만을 발표하고 있어 전체 재정투입의 규모와 효과를 파악할 수 없어 공공부문 일자리 예산의 재정 투입 효과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

내년도 보건·복지·고용분야의 주요 신규사업으로는 보건복지부 소관 범부처전주기 의료기기 연구개발사업, 감염병 예방치료 기술개발사업, 의료데이터 중심병원 지원사업, 한의학 혁신 기술개발사업, 피부과학 응용소재·선도기술 개발, 의료기술 상용화지원센터 사업이 새로 편성됐고, 아동·보육 부문에 아동권리보장원 운영지원 사업이 포함됐다.

또 기획재정부 소관 취약계층 지원 부문에 청년·대학생 소액금융 지원 사업, 여성가족부 소관 여성·가족·청소년 부문에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지원 사업, 국가보훈처 소관 특별주기 국립묘지 정비사업도 신규 편성됐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이 같은 보건·복지·고용분야의 증가 비중이 2019년 34.3%에서 2023년 37.9%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며, 지속적인 증가에 따라 2015년 115조7000억원에서 229조1000억원으로 100조원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2020년 재정총괄. ⓒ국회예산처
2020년 재정총괄. ⓒ국회예산처

2020년 분야별 예산배분. ⓒ국회예산처
2020년 분야별 예산배분. ⓒ국회예산처

◆무분별 예타면제·생활 SOC에도 선심성?…대규모 재정 투입에도 구체적 실행계획 미흡

경제활력 프로그램으로 추진되는 전국 단위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사업과 생활 SOC 명목의 사업들도 선심성 예산 투입이라는 논란이 제기된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경남 남부내륙철도(4조7000억원) 등 전국 23개 지역, 총 24조원 규모의 예타 면제 사업에 대해서도 자유한국당은 “국회 의결을 통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 사업들이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순차적으로 공사가 시작돼 내년 총선을 고려한 대규모 프로젝트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한 정부는 예산규모는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대규모 재정이 투입되는 수도권 광역철도 비전도 발표했다. 수도권 표심을 고려한 선심성 약속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타당성 검토도 없이 성급하게 추진을 강행, 총선용 정책을 내놓고도 노선을 둘러싼 불필요한 지역갈등을 조장했다는 역풍도 나오고 있다.

생활 SOC 사업에는 전년 대비 2조4000억원(29.8%)이 증가한 10조 4000억원을 투입한다.

여가와 건강, 안전과 환경 분야 등과 관련된 지역단위의 소규모 생활 인프라를 확충과 개선 명목으로 18개 부처의 145개 사업으로 구성돼 있는데 보육교사 인건비, 교육비 등 일반적인 SOC 사업 범주와 관련이 미흡한 사업이 일부 포함돼 있고, 사업에 따라 운영비가 포함·제외돼 있는 등 지원내용도 일관성이 미흡한 측면도 있다.

또 정부는 재정투입 즉시 성과 가시화가 가능한 사업을 생활 SOC 사업으로 선정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도시재생(국토교통부), 복합편의시설 건립(행복청) 사업, 전통시장주차환경개선사업(중기부) 등 최근 3년간 연례적으로 집행이 부진한 사업도 포함돼 있다.

이외에도 핵심 소재·부품·장비 자립화 산업의 일환으로 기업 전용투자 자금 1조6000억원을 공급하고, 수입선 다변화 보증 및 단기수출보험 등 무역금융 자금을 4조 2000억원으로 확충하는 등 정책금융을 확대한다지만 실효성 면에서는 그리 희망적이지 않다.

내년 예산이 국민세금만 낭비하고 그 부담을 미래세대에 전가하는 무책임한 재정운용이라는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예산 확보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뒷받침돼야 한다.

총선용 퍼주기 식 재정 남용은 결국 나라의 성장 잠재력에 해를 끼치고 경기침체에서도 벗어나지 못하는 만큼 막판 ‘짬짜미 예산·쪽지예산’으로 인한 불필요한 예산낭비는 근절돼야 한다.

이소희 기자 (aswit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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