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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국민銀 유동성 '빡빡'…리딩뱅크 경쟁 '복병'


입력 2019.12.11 06:00 수정 2019.12.10 21:11        부광우 기자

마지막까지 불안했던 LCR…올해 마지노선 겨우 넘겨

안정적 자금 수혈 확대 필요하지만…비용 부담 '숙제'

마지막까지 불안했던 LCR…올해 마지노선 겨우 넘겨
안정적 자금 수혈 확대 필요하지만…비용 부담 '숙제'


국내 4대 은행 유동성커버리지비율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4대 은행 유동성커버리지비율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이 올해 들어 강화된 유동성 규제를 가까스로 맞추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여전히 턱걸이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주요 은행들과 비교해도 다소 부족한 수준으로, 이는 예기치 못한 현금 유출이 벌어졌을 때 대응 여력이 다소 빡빡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자금 수혈 통로를 더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이로 인해 불어나는 비용이 한창 리딩뱅크 경쟁을 벌이고 있는 양대 금융그룹에 새로운 복병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신한·국민·우리·KEB하나·NH농협은행 등 국내 5개 은행들의 평균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은 112.2%로 1년 전(105.6%)보다 6.6%포인트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LCR은 금융위기 시 자금인출 사태 등 심각한 유동성 악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은행이 당국의 지원 없이 30일 간 자체적으로 견딜 수 있도록 대비하기 위해 정한 규제다. 예측 가능한 순현금유출액과 비교해 국채 등 현금화하기 쉬운 자산이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비율로, 은행의 LCR이 높아졌다는 것은 그 만큼 유동성 위기에 대한 대비 수위가 개선됐다는 뜻이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의 LCR이 같은 기간 99.2%에서 102.4%로 3.2%포인트 높아졌지만, 조사 대상 은행들 중 최저였다. 이어 신한은행의 LCR이 99.2%에서 4.2%포인트 상승한 103.4%를 기록하며 낮은 편이었다. 이밖에 하나은행은 103.9%에서 0.6%포인트 오른 104.5%, 우리은행은 102.7%에서 2.8%포인트 상승한 105.5%의 LCR을 나타냈다. 농협은행의 LCR이 123.1%에서 22.2% 상승한 145.3%로 가장 높았다.

농협은행 정도를 제외하면 큰 격차는 아니었지만, 신한·국민은행의 LCR에 더욱 시선이 쏠리는 이유는 그 시점과 추이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올해부터 LCR 하한선을 100%까지 높이겠다고 몇 년 전부터 예고해 왔음에도, 지난해 하반기가 되도록 두 은행의 수치만 두 자릿수 대에 머물러 온 탓이다. 즉,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의 LCR 규제 대응이 다른 대형들보다 상대적으로 더디게 이뤄졌다는 얘기다.

우리나라 금융당국이 처음 LCR 지표를 도입한 건 2015년 1월의 일이다. 이때부터 국내 일반은행들에 대해 80%의 LCR 규제가 적용됐다. 이는 당시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과 은행 감독 당국의 대표들로 구성된 바젤위원회가 정한 60%보다 높은 수준으로, 매년 5%포인트씩 상향해 올해 초 조정이 일단락 됐다.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이 규제 변화에 임박해 겨우 가이드라인을 충족하긴 했지만, 현재도 여유가 2~3%포인트 가량에 불과한 만큼 LCR 개선 작업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수익성에 악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은행이 LCR을 끌어 올리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자금 운용 차원에서 유동성을 키우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선 장기 대출에 비해 비교적 자금 회수가 용이한 단기 대출을 늘려야 한다. 하지만 빚이 천문학적으로 불어나며 사실상 포화 상태인 국내 금융 시장에서 은행들이 지금보다 대출을 눈에 띄게 확장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평이다.

이처럼 자금 운용 측면에서 대안을 찾기 힘들다면, 다른 해법은 중장기적인 자금 조달을 증대하는 방안이다. 여기서의 핵심은 곧 예금 확대다. 그리고 은행이 이를 위해 쓸 수 있는 카드는 결국 경쟁사들보다 높은 예금 금리다. 하지만 은행 입장에서 보면 이는 예대마진이 저하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더욱이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를 넘어 제로금리까지 바라보고 있는 현실은 이런 전략을 구사하는데 짐을 무겁게 할 수밖에 없다. 떨어지는 기준금리에 맞춰 대출 이자율 하향에 나서야 하는 와중, 높은 예금 이자를 제공한다는 것은 결국 예대마진 축소를 가중시킬 수 있어서다.

한은은 지난 10월 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정책 방향 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기존 연 1.50%에서 1.25%로 0.25%포인트 내리기로 했다. 이로써 한은 기준금리는 2016년 6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기록했던 사상 최저치로 돌아갔다. 시장에서는 내년 중 기준금리 추가 인하가 이어지며 0%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금융권에서 이런 여건이 신한금융그룹과 KB금융그룹 사이의 리딩뱅크 싸움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두 라이벌의 핵심 계열사인 각 은행들이 유동성 확보를 위한 비용 부담을 얼마나 최소화할 수 있느냐가 그룹 수익성 개선에 있어서도 중요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신한금융과 KB금융은 올해 들어 3분기까지 각각 2조8960억원와 2조7771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팽팽한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리딩뱅크를 다투는 대형 시중은행들이 유동성을 규제 마지노선에서 턱걸이 방어하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며 "결국 관건은 자금 조달 비용으로, 누가 더 저렴하게 안정적인 돈을 많이 끌어올 수 있을지가 수익성에 상당한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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