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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심용·총선용 ‘슈퍼예산’…뒷전으로 밀린 경제 살리기


입력 2019.12.12 08:33 수정 2019.12.12 08:46        배군득 기자

사상초유 제1 야당 뺀 예산안 처리…총선 겨냥한 혈세낭비

토목 등 SOC 예산 대폭 증액…고전방식으로 경제 못 살려

사상초유 제1 야당 뺀 예산안 처리…총선 겨냥한 혈세낭비
토목 등 SOC 예산 대폭 증액…고전방식으로 경제 못 살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11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 출입문 앞 로덴더홀에서 '나를 밟고 가라!'라고 씌여진 현수막을 펼쳐놓고 패스트트랙 2대 악법 철회와 문정권 국정농단 3대 게이트 규탄하는 무기한 농성에 돌입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11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 출입문 앞 로덴더홀에서 '나를 밟고 가라!'라고 씌여진 현수막을 펼쳐놓고 패스트트랙 2대 악법 철회와 문정권 국정농단 3대 게이트 규탄하는 무기한 농성에 돌입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내년 총예산이 정부안 513조5000억원보다 1조2000억원 감소한 512조3000억원으로 통과됐다. 이는 지난 2014년 국회선진화법 이후 역대 가장 늦은 예산처리다.

정부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했음에도 여전히 잡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 내년 총선을 겨냥한 선심용·총선용 예산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예산은 512조원에 달하는 역대급 ‘슈퍼예산’이다. 올해와 비교해도 42조원 가량이 불어난 금액이다. 정부는 활력이 떨어진 경제를 살리기 위해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치겠다며 예산 증액을 강행했다.

그러나 국회를 통과한 슈퍼예산은 벌써부터 내년 경제를 살릴 수 있을지 의문부호를 던진다. 우선 그동안 여야 합의로 통과됐던 예산처리가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을 배제한 채 진행됐다는 것이다.

정치적 갈등을 제외하더라도 제1 야당과 협상을 제대로 이끌지 못한 민주당 역시 ‘승자’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시각이다.

한국당 반발은 만만치 않다. 의원 60여명은 예산안이 통과된 10일 밤부터 철야농성을 했다. 11일 오전에는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규탄대회를 이어갔다.

심재철 원내대표는 “강력한 투쟁을 전개하겠다”며 “오늘(11일) 예정된 조세·세입 관련 각종 법안들, 비쟁점 법안들, 또 처리될지도 모르는 패스트트랙 법안들에 분명히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황교안 대표 역시 “선거용으로 막 퍼주는 예산을 국민이 보고 분노할 것이고, 반드시 이 정권을 심판해줄 것”이라며 “(더불어민주당은) 패스트트랙에 올린 법안들을 어제(10일) 예산안보다 더 악하게 강행 처리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당은 의원들은 소속 상임위원회별로 3개 조로 나눠 본회의장 안에서 농성을 이어가기로 했다. 의원들은 규탄대회 발언 도중 ‘밀실야합 날치기, 세금도둑 강력 규탄, 문희상은 사퇴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철야농성을 한 장제원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예산안 처리를 밀어붙인 여야 ‘4+1(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를 겨냥해 “바른미래당이 이런 모습으로 바른미래를 논할 수 있나. 이런 세금 도둑질이 대안신당이 말하는 대안인가. 이러고도 정의당이 정의를 말할 자격이 있나”라고 올렸다.

내년 예산으로 경제를 살릴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1조2000억원이 정부안보다 감액됐지만 사회간접자본(SOC)은 오히려 증액됐다. 문재인 정부와 야당이 중장기 계획인 '혁신'을 버리고 전통적인 방식으로 경제 회복에 나서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SOC 예산은 2014년부터 지속적으로 줄었다. 오히려 R&D와 투자를 이끌어내는데 예산 배정을 확대해야 한다는 기류가 형성됐다. 그럼에도 문 정부 들어 SOC 예산은 다시 늘었다.

올해 예산에서도 SOC 분야는 1조2000억원이 늘었다. 지난 2015년 이후 처음 증가세로 전환한 것이다. SOC 예산이 증액된 상황에도 올해 경제성장률은 오히려 떨어졌다. 지금은 2% 방어에 버거운 현실이다. SOC 증액의 대표적인 실패사례로 남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내년에 또 다시 SOC 증액 카드를 꺼내들었다. 일각에서 내년 예산이 ‘총선용 예산’이라고 지적을 제기하는 이유다. 역대 정부에서는 경제 위기가 올 때 토목을 중심으로 한 SOC 예산을 늘렸는데, 문 정부가 이를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SOC 자체가 고용 증대와 생활편의 개선이라는 두 토끼를 잡을 수 있지만 단기처방에 불과하다는 경험은 수차례 겪어 왔다. 결국 내년 SOC 예산이 올해보다 18% 증가한 23조원 규모라는 점에서 내년 경기부양 카드는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 놓은 모양새가 됐다.

한 대학교 경제교수는 “현 정부 출범 초기에 SOC 예산을 줄이겠다고 약속했음에도 2년 연속 증액한 부분은 중장기 계획을 포기하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라며 “내년 총선을 겨냥한 선심용 슈퍼예산으로 1%대 위기에 봉착한 경제를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라고 말했다.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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