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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넘은 미투 브랜드 난립…“법적 분쟁 승소에도 남는 건 손실 뿐”


입력 2019.12.16 06:00 수정 2019.12.15 19:07        최승근 기자

가맹사업에 필요한 별도 인허가 없어…승소해도 피해 보상 어려워

직영점 의무화 법안 통과와 함께 가처분 소송 기간 단축 등 뒷받침 돼야

가맹사업에 필요한 별도 인허가 없어…승소해도 피해 보상 어려워
직영점 의무화 법안 통과와 함께 가처분 소송 기간 단축 등 뒷받침 돼야


지난해 10월 진행된 제43회 프랜차이즈서울 행사장을 찾은 참관객들이 박람회장을 둘러보고 있다.ⓒ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지난해 10월 진행된 제43회 프랜차이즈서울 행사장을 찾은 참관객들이 박람회장을 둘러보고 있다.ⓒ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국내 가맹산업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인기 브랜드를 모방해 만든 이른바 ‘미투 브랜드’로 인한 피해 사례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법적 대응을 통해 승소할 경우 브랜드는 지켜낼 수 있지만 소송 기간 동안 가맹본부를 비롯해 가맹점이 입는 피해는 되돌리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직영점 운영 등 일정한 요건을 갖춘 가맹본부를 선별해 인허가 해주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10년 간 국내 가맹사업 브랜드 수는 1296개에서 6052개로 4.7배 증가했다. 가맹점 수도 10만에서 24만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다른 사업에 비해 손쉽게 창업할 수 있는 가맹산업에 관심을 갖는 은퇴자들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청년층의 취업난이 심화되면서 가맹사업에 뛰어드는 젊은층도 늘고 있다.

가맹본부의 노하우와 시스템을 이전 받아 쉽게 사업을 시작할 수 있지만 반대로 가맹본부의 진입문턱이 낮은 탓에 미투 브랜드도 빠르게 늘고 있다.

유명 브랜드만 단순히 모방하는 것에서 벗어나 인테리어나 메뉴, 서비스까지 따라하는 미투 브랜드가 늘면서 기존 가맹본부와 가맹점들도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현재 가맹본부가 가맹사업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별도 인허가 절차가 필요 없다. 사업자 등록을 하면서 정보공개서를 계약 체결 14일 전에만 공개하면 된다. 최소한의 진입장벽 조차 마련돼 있지 못하다 보니 미투 브랜드처럼 사업방식 검증을 거치지 않은 부실‧자격미달 가맹본부가 증가하는 구조다.

대표적인 미투 브랜드의 피해사례로 꼽히는 2016년 대왕카스테라의 경우 6개월 만에 30개가 넘는 유사 브랜드가 생겨났다. 최근에는 **마라, **핫도그, **쥬스, **비어, **빙수 등이 빠르게 가맹점을 늘리고 있다.

미투 브랜드에 대응은 주로 소송을 통해 이뤄진다. 하지만 긴 소송 끝에 승소할 경우 브랜드는 지킬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가맹본부와 가맹점이 입는 피해를 제대로 보상받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최근 이차돌, 못된 고양이, 쪼끼쪼끼 등이 법적 대응을 통해 미투 브랜드로부터 승소한 바 있다.

2000년대 초 맥주 프랜차이즈로 유명세를 탔던 쪼끼쪼끼는 당시 전국 가맹점 230개를 보유할 정도로 인기를 얻었지만 **쭈끼 , **쪼끼 등 미투 브랜드들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

이에 유사상호 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해 대법원 판결까지 진행, 승소했지만 수년에 걸쳐 진행된 소송으로 인해 원조 브랜드, 가맹점주, 유사 브랜드의 가맹점주 모두 피해를 보는 사태를 낳았다.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소송을 통해 이긴다고 해도 그 동안 가맹본부와 가맹점이 받은 피해를 고스란히 보상받을 수는 없다. 또 미투 브랜드에서 발생한 고객 불만이 원조업체로 몰리는 경우가 많아 이로 인한 업무 차질이나 브랜드 가치 훼손, 그리고 예비창업자들에게도 혼란을 가중시키는 등 간접적인 피해도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봉구비어의 경우에는 최근 미투 브랜드에 대해 상호사용금지 가처분 소송을 진행했다. 봉구비어 리뉴얼 브랜드인 봉구아빠통닭과 비슷한 상호의 **통닭이 올 7월부터 가맹사업을 시작해 가맹점 피해가 발생하자 이를 막기 위해 법적 대응을 시작한 것이다.

봉구비어 관계자는 “같은 호프와 같은 통닭, 같은 안주류를 판매하고 이름까지 같다보니 가맹점주들의 매출이 줄고 소비자들도 혼동해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이로 인해 가처분 소송이 진행 중인데 조속히 받아들여져 선의의 피해자들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직영점 운영 경험 등 가맹사업을 위한 최소한의 진입문턱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국회에서는 1곳의 직영점을 1년 이상 운영해야 가맹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하는 ‘1+1’제도 도입 내용을 담은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법안 통과와 시행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가처분 소송 기간의 단축 등 신속한 법적 행정 처리가 뒷받침 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반면 일각에서는 직영점 의무화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직영점 경험이 없다고 가맹본부의 영업권을 막는 것은 과도한 입법이며 위헌 소지도 있다는 것이다. 업태의 양상이 빠르게 바뀌는 상황에서 진입장벽이 높아질수록 혁신적이고 새로운 창업을 억제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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